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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57 인터뷰

KNOCK! KNOCK! 권진아 디스코팝

2021.09.10

나이 열일곱에 기타를 들고 도전한 오디션 프로그램 에서 ‘성숙하다’는 권진아의 꼬리표나 다름없는 수식어였다. 하지만 조금만 더 권진아를 파고들어가면 얼마나 다채로운 면면이 자리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디스코팝 장르의 신곡 ‘KNOCK’을 들어보면 몇 년 전 라이브 방송에서 부끄럼 없이 댄스 실력을 뽐내던 모습이 오버랩되며 “디스코팝이든 R&B든 다 내 DNA안에 있던 것이다.”라는 담담한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스무 살에 데뷔해 “길 잃고 헤매도 나 계속 걸을 거야”(‘스물’ 중)라고 노래하던 권진아는 “너의 못된 생각들이 궁금”하고 “망가져도 좋아”(‘KNOCK’ 중)라는 가사를 써냈다. 그건 아마도 다짐일지 모른다. 이 앞에 어떤 상처와 아픔이 있을지 몰라도 한번 걸어가보겠다는 다짐. 권진아는 권진아의 길을 간다. 오늘도 내일도 매일매일.

Q. 기존에 발라드나 어쿠스틱 장르를 많이 불러왔는데, 신곡 ‘KNOCK’(With 박문치)은 여름의 청량한 느낌이 가득한 디스코팝 장르예요. 새로운 콘셉트가 낯설지는 않았어요?
A. 제 이미지는 발라더지만 거의 발라드를 안 듣고 템포가 있는 곡을 자주 들어요. 이 모습도 저에게 있는 모습 중 하나라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디스코팝이든 R&B든 다 제 DNA 안에 있는 거라서 이질감이 없었어요.

Q. 평소에는 어떤 음악을 들어요?
A. 가리지 않고 다 듣는데요. 청개구리처럼 발라드로 활동할 때는 신나는 곡을 많이 듣고요. 이번에 디스코팝을 하면서는 발라드를 자주 들었어요.(웃음) 밸런스가 있나 봐요. 스펀지 같은 사람이라서 무드에 많이 녹아드는데요. 발라드 장르를 작업하면 발라드의 무드에 빠지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다른 장르를 찾는 거 같아요.

Q. ‘KNOCK’의 첫 단상이 떠오른 순간을 기억해요?
A. 계속 ‘KNOCK’의 도입부 멜로디가 머릿속에 들어 있었는데 완성시키면 너무 좋은 곡이 될 거 같았어요. 집에서 혼자 완성해서 누구랑 작업하면 좋을지 고민했어요. 디스코 장르를 잘하는 사람이랑 하면 좋겠다 싶었는데 박문치 씨랑 하게 됐죠.

Q. 먼저 박문치 씨에게 연락하신 거예요?
A. 원래 친분이 있는 건 아니었는데 쏠(SOLE) 언니랑 놀다가 언니가 박문치 씨네 집에 가자고 권하길래 같이 보드게임을 하고 놀았어요. 그때 박문치 씨가 자기가 작업한 노래를 들려줬는데 제 곡을 문치 씨랑 작업하면 좋겠는 거예요. 속전속결로 작업했는데 너무 잘 나왔죠.

Q. 노래를 완성하고 박문치 씨의 반응은 어땠어요?
A. 너무 좋아했어요. 자기 이름을 걸고 나온 음원 중 최근에 가장 마음에 드는 작업이라고 했고, 발매 날에도 같이 기뻐해줬어요. 이번 활동이 특히 더 재밌었던 게 문치 씨가 오면 제가 텐션이 계속 높아졌어요. 제 MBTI가 INFP고 문치 씨는 ENFP인데 합이 정말 좋았죠.(웃음) 제가 늘 에너지를 많이 얻고 활동을 재밌게 할 수 있어서 고맙다고 얘기를 많이 했었어요.

Q. 회사에 거의 매일 출근할 정도로 음악 작업에 몰두한다면서요. 작업을 규칙적으로 하는 편이에요?
A. 영감이 어느 날 갑자기 번뜩 온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규칙적으로 사무실에 나가고 꾸준히 해야 설득력 있는 작품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곡을 쓰지 않아도 꾸준히 연습하려고 해요. 그래야 오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음악으로 건강한 에너지를 전달하려면 저 또한 건강하게 생활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루틴을 짜서 생활하려고 해요.

Q. 음악 외에 관심을 가지고 빠져 있는 건 뭐가 있어요?
A. 그게 좀 문제인 거 같아요.(웃음) 온오프가 명확하지 않은 직업이다 보니까 스케줄이 없어도 집에서도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다음엔 뭘 해야 하지?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고민하다 보니까 지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온오프를 명확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쉴 때 다른 취미를 가져보려고요.

Q. 앞으로 가져보고 싶은 취미는요?
A. 예전부터 주짓수를 배워보고 싶었어요. 제가 제 몸을 지키고 마음이 단단하려면 체력적으로 탄탄해야 할 것 같아서요. 또 다른 건 도예를 배우고 싶어요.

Q. 관계와 사랑이라는 테마를 자주 노래하는데,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는 편이에요?
A. 그때그때 감정에 집중해서 가사를 쓰다 보니까 관계에 대한 가사가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관계라는 것은 언제든지 없어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더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할 수 있는 거 같아요. 또 어떤 때는 관계들이 사라지는 게 두려워서 그런 가사를 쓰기도 하고요.

Q. 관계라는 게 언제든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A. 사람을 정말 좋아해서 상처받기 싫은 마음에 그렇게 생각해버린 것 같아요. 언제든지 떠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편하니까 마음 한 편에 상처받을 공간을 만들어놓는 거죠.

Q. 작곡/작사의 비중을 높여가고 있는 것 같아요. 지난 미니앨범은 전곡을 작곡, 작사하고 프로듀싱까지 했어요. 다른 사람이 만든 노래를 부를 때와 자작곡을 부를 때 다른 점이 있어요?
A. 완전히 달라요. 받은 곡은 일정 부분 연기를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제 곡은 제가 느끼는 걸 써내려간 거라 아무리 픽션이 들어가도 감정이 많이 동요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공연에서도 자작곡을 부르면서 울컥했던 적이 많아요. 최근 공연에서 ‘여행가’를 부르다가 노래를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할 정도로 울컥한 적이 있었어요. 단독 공연 때는 ‘나의 모양’이 앵콜곡이었는데 거의 오열하면서 불렀어요.(웃음) 눈물이 많아요.

Q. 올해 3월 <비긴어게인-오픈마이크> 출연하셨죠. ‘스토커’(10cm)와 ‘괜찮아도 괜찮아’(디오), ‘Bury a friend’(빌리 아이리시) 등을 커버했는데, 다른 가수의 노래라도 권진아가 부르면 권진아의 노래가 되는 것 같아요. 음색이 특별하다는 반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A. 맞는 말인 것 같아요.(웃음) 제 식대로 소화하는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오디션 때부터 다져온 짬이랄까요? 제 방식대로 소화해서 뱉어내는 걸 좋아해요.

Q. 커버 곡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래는 뭐예요?
A.<비긴 어게인>에서 부른 디오 씨의 ‘괜찮아도 괜찮아’랑 빌리 아이리시의 ‘Bury a friend’요. 저에게 따뜻한 부분도 있지만 어두운 부분도 있는데 빌리 아이리시가 그런 여러 모습을 멋지게 잘 녹여내는 것 같아요. 저도 언젠가는!(웃음)

Q. 자작곡 중에서는 어떤 노래를 제일 좋아해요? 많겠지만 지금 생각나는 노래가 있나요?
A. 개코 선배님이랑 듀엣한 ‘마음이 그래’라는 노래가 있어요. 심플하고 미니멀한 노래를 좋아하는데 그 곡이 그런 느낌으로 잘 나왔고 또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과 듀엣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한국에서 좋아하는 래퍼가 많지는 않은데 그중의 한 분이 개코 선배님이거든요.

Q. 음색은 개발하기보다 타고난 영역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지금의 목소리를 만들기까지 어떤 노력이 있었어요?
A. 자연스러운 게 제일 좋은 거라고 생각해서 뭘 억지로 만들려고 하지는 않아요. 데뷔 초랑 지금이랑 비교하면 목소리가 많이 달라졌는데 나이를 좀 먹어서 변한 것 같고. 어릴 때는 노래라는 것이 저한테 딱 붙어 있지 않은 느낌이었는데요. 어떻게 부르면 권진아 자체를 노래할 수 있을지 가지치기하고 힘 빼는 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 조금이라도 억지스러운 소리가 있으면 다 빼고 가장 나다운 게 뭘지 고민하다 보니 지금이 된 것 같아요.

Q. 가장 ‘권진아다운’ 노래는 뭘까요?
A. 뭔가 잘못됐어’요. 그런 가사를 다시 쓸 수 있을까 싶어요.

Q. 음색에 대한 칭찬을 많이 받으세요. “이슬이 맺혀 있는 음색”, “권진아 입을 거치면 흔한 단어도 꿈결 같다.”는 등. 여태까지 들었던 중에 가장 인상적인 칭찬이 뭐였어요?
A. 제가 특이한 보컬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이를테면 이하이 님은 목소리의 색깔이 진하고 바로 ‘이하이다’ 알아볼 수 있잖아요. 그러다가 음색에 대한 칭찬을 많이 받으니까 알게 됐는데(웃음) 인상 깊었던 댓글이 있어요. (사진첩을 뒤적이다)
쉬지 않고 걸어왔는데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를 노래하던 스물의 권진아는 길 잃고 헤매도 계속 걸어서 내일이 없는 것처럼 가장 우리다운 방식대로 하자고 노래하는 사람이 되었네요.
이 댓글을 보고 눈물이 날 뻔했고 진짜 행복했어요.

Q. 열일곱 살에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스무 살에 데뷔했고 이제 20대 중반에 접어들었는데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장 실감하는 변화는 뭔가요?
A. 오디션 때는 꿈같고 시간이 빠르게 느껴져서 시간을 아껴서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지금은 조금 더 행복해질 자격이 있는데 아직 그걸 잘 못하는 것 같아서 이번에 쉴 때 더 본격적으로 쉬어보려고요.

Q. 미니앨범이 나온 지 얼마 안됐지만 정규앨범 계획이 있을까요?
A. 요즘은 정규앨범의 메리트가 점점 떨어지고 있어서 안타까워요. 1번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기승전결을 만들고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요즘은 트랙을 골라서 들으니까 기승전결을 만들기도 쉽지가 않고, 금전적인 부분도 생각해야 해요. 하지만 저도 앨범 단위를 좋아해서 가능하면 많이 내고 싶어요. 연말쯤에 노래들을 묶어서 내보면 어떨지 구성을 고민하고 있어요.


글. 양수복 | 사진. 신중혁 | 스타일리스트. 박태일 | 헤어·메이크업. 임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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