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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57 인터뷰

두 번째 출발(1)

2021.09.10

늦은 시간인지 이른 시간인지 모를 새벽에 노래를 틀어놓고 SNS에 접속하면 늘 깨어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상혁이는 그중 한 명이에요.

한 번은 DM을 보냈더니 음악을 만들고 있다는 거예요. 집에서 누군가 만들어놓은 유튜브의 n 시간 영상을 즐기던 저는 재생 목록을 손수 만들어가는 경험을 잃고 있었는데, 상혁이는 집에서 직접 음악을 만들어 자신만의 재생 목록을 꾸려가는 작업을 하니까, 말수가 적은 상혁이가 마음을 응축해서 만든 노래들과 작업실이 되어주는 집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어요.

상혁이는 이전에 살던 집보다 더욱 편안하게 음악을 듣고 만들고 공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가을이 오기 전에 2집 앨범까지 나온다네요. 오늘은 상혁이의 집으로 갑니다.


TRACK 01 구로동

-자기소개를 부탁해.
=안녕하세요. 표현하지 못한 말들을 음악으로 기록하고 있는 스물네 살 박상혁입니다.

-집 주변에 한국계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가게가 많이 보여.
=구로동은 내가 학창 시절부터 지내던 곳이라 익숙한 동네인데, 한국계 중국인이 운영하는 가게가 점점 늘어나서 한국의 풍경이 많이 사라졌어.

-한국계 중국인이 운영하는 상점이 생긴 것 이외에 또 변화가 있다면 뭐야?
=한국계 중국인 초등학생의 비율도 늘었다고 해. 내가 초등학생일 때는 외국인 학생이 드물었는데, 지금은 동네 학교 신입생의 70%가 한국계 중국인이래. 중국어 교과서도 생겼다고 하더라. 또 조금만 뒤로 넘어가면 나오는 가리봉이라는 곳은 중국풍이 더 짙은데, 영화 <범죄도시>의 모티프가 된 대림역 근처라 인식이 좋지 않아.

-동네가 과거와 많이 달라졌구나. 이 집에서 언제부터 살았어?
=2019년에 이 집으로 이사하자마자 입대해서 이 집에서 지낸 지는 6개월 조금 넘었어. 사실 인터뷰 제안을 들었을 때 이사하기 전에 살던 집에서 쌓은 추억이 더 많아서 아쉬웠어. 22년 동안 살던 집에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거든.

-아쉽다. 예전 집은 어떤 공간이었어?
=부모님이 30년 정도 사신 집이었어. 이번에 자가를 장만해 기쁜 마음으로 떠나셨는데, 집주인이 참 좋은 분이었어. 방 한 칸이던 집을 확장해주셔서 우리 가족이 오래 살 수 있었거든. 그 집에서 동생이랑 한 방에서 지냈어.

-여동생이랑 같은 방에서 지내면 꽤 불편했을 것 같은데.
=불편한 점도 많았지만 평생 그 집에서 살아서 적응이 되었나 봐. 서로 없는 사람 취급하면서 지내기도 했고.(웃음)

-다양한 변화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네. 자취하며 음악을 만드는 줄 알았는데, 가족과 함께 사는구나. 새로 이사한 집은 어때?
=아빠가 텔레비전을 보시는 거실의 공기, 어머니가 음식을 만드시는 부엌의 칼질 소리 등 집의 모든 공간을 좋아하는데, 편하게 쉴 수 있는 내 방을 가장 사랑해. 동생이랑 같이 지냈으면 음악 작업을 하기 쉽지 않았을 거야.

Track 02 우울

-음악 작업을 모두 집에서 하는 거야?
=집이 작업실이야. 코로나19 이후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져서 음악 만드는 시간이 더 늘었어.

-작업 과정이 궁금해.
=멜로디부터 먼저 구상하고 흥얼거리면서 라임을 찾아 가사를 완성해. 짤막한 비트 샘플이 오픈 소스로 잘 나와 있어서 네 마디 정도만 있으면 기타랑 피아노를 이용해서 나만의 음악을 만들 수 있어. 주로 건반악기, 마이크, 컴퓨터 이 세 가지로 음악 작업을 하는데, 더 필요한 악기가 있으면 프로그램으로 가상 악기를 만들어서 작업해.

-음악은 언제부터 만들기 시작했어?
=고등학교 때 음악을 만드는 데 관심이 있었는데 실행하지는 못했어.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거든. 예체능을 전공하려면 부모님의 지원이 필요했으니까 포기하고 살았는데, 성적에 맞춰 대학에 입학하니까 사는 게 재미가 없는 거야. 2학년을 마친 2018년 겨울 무렵,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내가 좋아하는 걸 하루라도 더 젊을 때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무작정 건반악기랑 마이크를 사서 음악을 만들었어. 화성학이나 작곡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배운 건 아니라서 많이 부족하지만, 내가 만든 노래들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고 많이 들어.

* 두 번째 출발(2)로 이어집니다.


글. 손유희 | 사진. 이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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