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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66 인터뷰

진실하고 성실하게

2022.01.17 | 배우 박유림

일본의 떠오르는 거장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로 영화에 데뷔한 박유림은 발견이라는 단어가 무용하리만치 ‘말이 필요 없는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박유림이 연기한 ‘이유나’는 영화 속에서 연극 연출가인 주인공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가 올리는 안톤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에서 ‘소냐’를 맡는 인물이다. 극중극의 형식이 주요한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가후쿠와 그의 운전사인 미사키(미우라 도코)의 관계는 주인공이 연출하는 연극과 긴밀히 연결된다. 일본, 한국, 중국 등 다국적 배우들이 각기 다른 언어로 연극에서 호흡을 맞추는 환경에서 박유림은 강렬한 수어 연기와 흡인력 있는 눈빛으로 장면을 조화롭게 만든다. 인터뷰를 위해 촬영할 때 쓴 일기장을 들고 온 박유림에게서 또박또박 손을 움직이는 유나가 겹쳐 보였다. 진실하고 성실하게 마음을 옮기는 배우, 박유림의 이름을 기억해야 할 때다.

<드라이브 마이 카>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소속사를 통해 오디션을 봤다. 생일이 2월 6일인데 하루 이틀 전에 연락이 와서 뚜렷하게 기억이 난다. 친구랑 생일을 같이 보내기로 했는데 다 취소하고 오디션을 준비했다. 생일 선물을 받은 것 같아서 의미를 부여하고 특별하게 생각했다. 이전에도 오디션을 많이 봤는데 그런 오디션은 처음이었다. 감독님이 나에 대해 많이 궁금해했다. 배우인 나를 떠나서 오디션 보기 전에 어떤 시간을 보내다 왔는지 등 개인적인 대화를 많이 나눴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당황스럽기도 했고 인상 깊었다.

오디션 과정은 어땠나?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라 오디션 전에 감독님 사진을 프린트해서 계속 봤다.(웃음) 혼자 내적 친밀감이 생겨서 온라인 미팅으로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무척 반가웠다. <바냐 아저씨> 속 소냐의 대사를 주셨고, 감정 없이 읽는 버전과 감정을 넣어서 읽는 버전 두 가지를 연기했다. 왠지 내 마음이 전달된 것 같아서 합격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1차 합격 소식을 듣고는 너무 기뻐서 소리를 질렀다.(웃음)

영화 안에서도 가후쿠가 감정을 빼고 읽었다가, 다시 감정을 넣어서 읽게 하는 시나리오 리딩 장면이 있다.
그래서 연기할 때 그 경계가 모호해서 헷갈렸다. 영화 속 오디션 장면에서 입었던 흰 카디건과 슬랙스가 실제로 내가 1차 오디션 때 입었던 옷이었다. 감독님이 한 번은 유림은 유나가 아니고 유나를 연기하는 거라고 말씀하셔서 정신이 들었다.(웃음)

유나는 수어를 쓰는데, 영화 촬영 전에 수어를 배운 경험이 있나?
2차 오디션 때 수어를 자유롭게 만들어서 준비해달라는 디렉션을 받았고, 그때 처음으로 수어를 연습했다. 수어 사전 같은 홈페이지가 있어서 단어를 하나하나 결합해가면서 연습했다. 영어를 새롭게 배우든 프랑스어를 새롭게 배우든 똑같은 기분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다 데뷔작이라는 게 놀랍다.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영화 보는 걸 좋아했고 같이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다. 좋아하는 영화가 있으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극장에서 보는 친구였다. 같이 다니다 보니까 소설 속 인물이 되어보고 싶은 것처럼 나도 영화에 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능을 치르고 나서 갑자기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서 연극과 연기를 전공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보게 될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주기 바란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순간 영화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때의 감정을 간직하고 싶고, 영화가 주변에 계속 머물러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관객들에게도 그런 영화로 남기를 바라고, 영화를 보기 전후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원작 소설을 읽거나 <바냐 아저씨>를 읽으면 더 큰 재미를 느끼실 것 같다. 모두 새해엔 안전하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 더 많은 사진과 기사 전문은 매거진 '빅이슈'266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글. 양수복 | 사진. 김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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