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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75 인터뷰

돌봄 위기는 언제나 있었다 (2)

2022.05.30 | 울림두레돌봄 사회적협동조합 강경미 사회복지사 인터뷰

ⓒ unsplash

코로나19로 ‘돌봄의 위기’가 부상했다. 비장애인, 비노인, 비감염인은 이 위기가 어떤 상황인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감각하기 어렵다. 돌봄에 종사하는 인력이 누구인지, 왜 이 일을 하는지,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해본다. 첫 인터뷰이는 울림두레돌봄 사회적협동조합(이하 울림두레돌봄) 소속의 20년 차 사회복지사 강경미 씨다. 울림두레돌봄은 ‘울림두레생협’을 운영하는 울림두레소비자생활협동조합에서 출발했다. 돌봄이 필요한 순간에 지역사회 내에서 생활 속 돌봄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안전한 돌봄망을 구축하고자 한다. 이 인터뷰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줌(zoom) 화상 통화로 진행했으며, 2회에 걸친 연재 중 그 두 번째이다.

ⓒ unsplash

요양보호사의 월급제 전환 필요성에 공감합니다. 한편, 요양보호사 자격증은 남짓의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발급되죠. 자격증 취득의 문턱이 낮아서 생기는 어려움은 없나요?

요양보호사는 대부분 여성이에요. 자격증 따기가 쉬운 건 가정 돌봄을 하던 사람들에게 직업 문턱을 낮춰서 사회 돌봄을 할 수 있게 하려는 거죠. 그래서 주부들이 집에서 하던 노동을 돌봄 영역에서 그대로 하게 되는 게 문제예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실시 초기부터 이 문제를 지적해왔지만 현장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자격증 취득 과정을 어렵게 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돌봄 영역은 다 그래요. 사회복지사든 보육 교사든 몇 년씩 공부한 사람이라고 돌봄 기술이 더 뛰어나진 않아요. 현장 경험이 돌봄의 역량을 강화하죠.


현장에서 적절히 대처하기 위한 교육은 어떤 방식이어야 할까요?

예를 들어 파킨슨병의 증상이 어떻다고 학문적으로 배워도 현장에서 그대로 나타나진 않아요.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 외모가 저마다 다른 것과 마찬가지에요. 증상이나 행동이 같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사례에 대처하는 능력이 필요해요. 지속적인 교육과 더불어 다양한 케이스를 접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월급제 전환이 필요하죠.

ⓒ unsplash

돌봄 제공자와 수혜자의 관계에서 울림두레돌봄이 추구하는 지속적인 관계 유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지속적인 관계 유지라는 게 사실 굉장히 어렵죠. 확실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고요. 가장 중요한 건 신뢰와 존중인 것 같아요. 저희 센터에 ‘이해하자’라는 문구가 붙어 있어요. 다양한 어르신의 저마다 다른 케이스를 충분히 이해해야 해요. 증상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해야 하는 거죠. 사람마다 판이한 개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돌봄을 할 수 없어요. 그래서 우리 스스로 편견을 갖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실제로 돌봄이 필요한 사람의 ‘당사자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해요. 그러려면 많은 이야기를 끌어내야 해요. 어르신들은 본인에게 어떤 돌봄이 필요한지, 본인이 뭘 원하는지 잘 모르시거든요. 여성 노인들이 특히 그래요. 본인에 대한 돌봄이 아니라 본인이 집안에서 가족에게 했던 돌봄을 대리로 해줄 사람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요.


가사노동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프면 누군가 와서 자신을 위해 식사를 챙겨주고 집이나 신체를 청결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잖아요. 요양보호사는 이런 일을 돕는 사람인데, 여성 노인들은 본인이 아파서 집안일을 못 하는 게 더 걱정인 거죠. 가족을 돌보기 위해 필요한 노동을 요양보호사가 대신 해주기를 원하죠. 내가 하던 걸 해줘야 본인에게 돌봄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 unsplash

돌봄 제공자에게 요구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본인을 위한 돌봄을 찾아야 한다고 말해요. 가족을 위한 가사노동은 본인을 위한 돌봄이 아니거든요. 본인을 위한 돌봄은 자신을 스스로 좀 더 잘 알아야 발견할 수 있어요.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알아야 하고, 혼자 할 수 없다면 같이 해줄 수 있는 친구와 이웃을 만들어야죠. 하지만 백날 말해도 잘되진 않아요.(웃음) 그래서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파악할 수 있도록 꾸준히 질문을 던져야 해요. 예전에는 본인이 잘 모르시니까 보호자들과 자주 통화했어요. 잠은 잘 주무시는지, 대소변은 잘 보시는지, 식사는 잘 하시는지. 모든 것을 보호자를 통해 파악했는데, 지금은 무조건 어르신한테 직접 물어봐요.


계속 질문하다 보면 변화가 있어요?

기분이 어떠냐고 물으면 맨날 “그저 그렇지.” 하시죠.(웃음) 그런데 맨날 그날이 그날이더라도 오늘은 어떤 기분인지 자세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죠. 좋으면 좋다, 나쁘면 나쁘다고 이렇게는 표현하잖아요. 그러면 무엇 때문에 좋은지, 무엇 때문에 나쁜지를 자세하게 들으려고 하죠. 그러다 보면 어르신들도 스스로 어떤 기분인지 느끼고 말하게 되더라고요. 우리가 고민이 있을 때 친구랑 이야기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처럼요.


대화가 당사자성을 존중하는 방법이겠어요.

질문하고 알아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하는 돌봄이에요. 몸이 불편한 건 눈에 보이기 때문에 쉽게 찾아내 도울 수 있어요. 그렇지만 그 사람을 진정으로 돌보려면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알 수 있는 세심한 대화가 필요해요.

'돌봄 위기는 언제나 있었다 (2)'의 전문은 《빅이슈》 275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글. 양수복

  • 더 좋은 관계를 상상할 권리 ― ‘서로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기’ 워크숍

    지난 4월 28일 빅이슈코리아에서 특별한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서로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기’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빅이슈 판매원을 대상으로 판매원들의 존중 의식과 의사소통 역량을 강화하고자 개최됐으며, 빅이슈 직원들도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워크숍은 판매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습니다.

  • 빅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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