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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75 에세이

요가 하는 기쁨과 요가 매트

2022.05.30

ⓒ unsplash

요가를 시작하게 된 것은 스케이트보드를 타다 다리의 근육이 파열됐기 때문이었다. 나는 활동적인 사람으로 운동을 제법 좋아하는 편에 속한다. 헬스는 물론 수영, 검도, 태권도, PT, 킥복싱, 크로스핏 심지어 뜀틀까지- 스케이트보드를 타다가 다리 근육만 찢어지지 않았어도 종목에 상관없이 계속 도전했을 거다. 하반신 마비가 올 만큼, 정말 입에서 찍소리도 나지 않을 만큼의 고통이 있었지만 그렇게 다친 것은 운이 좋았다(?). 다치지 않았다면 활동적인 것과 운동신경이 좋다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계속 몰랐을 테니. 그때부터였다. 건강이 아니라 보호하기 위한 운동을 찾기 시작한 것은.

눈을 감고 내 안의 영혼에 집중해보세요,
호흡하세요, 깊이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뱉으세요.

요가를 처음 만나던 날이 기억난다. 다른 운동을 대할 때에 비하면 난 요가를 하대했다. 그리고 재활을 목적으로 가볍게 할 수 있는 운동이라 생각했다. 그러니까 요가는 땀 따위는 흘리지 않고 작은 매트 안에서 몸을 요리조리 움직이며 눈을 감고 호흡하고 명상하는 것,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나는 첫날 아쉬탕가를 하며 ‘와, 죽겠다’는 생각을 했다. 50분 수업에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아쉬탕가는 다른 요가에 비해 역동적이며 가동 범위가 크고 코어 근육을 많이 쓰는데, 근육도 사용법을 알아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때 알았다. 운동을 통해 체력을 키우는 데만 집중했지, 요가 자세를 만들 때 어떤 근육을 사용해야 자세를 완성할 수 있는지는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운동을 하는데 선생님은 왜 이렇게 인자하신지.

ⓒ unsplash

오, 지져스. 지금까지 헬스장과 체육관을 들락거리면서 이토록 인자하고 사려 깊은 말을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매번 ‘하나만 더!’를 외치던 수많은 선생님들과는 다른 다정함에 홀딱 반하고 말았다. 거기에다 선생님이 자세를 조금만 잡아줘도 뭉쳤던 근육이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은 물론이고 자세가 점점 곧아지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뿐인가. 짧은 명상과 고된 동작으로 몸에 집중을 하면서 몸과 마음, 영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이 이야기는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소개하겠다.)

어떤 운동도 매일 해본 적은 없다. 이틀에 한 번, 삼 일에 한 번, 그러다 일주일을 쉬고, 한 달을 쉬고, 돈이 아까워 다시 꾸역꾸역 나가던 것이 운동이었다. 자고로 운동이란 ‘가기 싫어’라는 마음을 달고 사는 행위가 아니던가. 그런데 요가를 만나고 나서 알았다. 매일매일 운동하는 기쁨을. 이렇게 큰 기쁨을 얻었지만 불행도 있었다. 바로 일요일엔 요가원이 문을 닫는다는 사실이었다. 공휴일에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매일의 기쁨인 요가를 하루라도 하지 못한다는 것은 내게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였다.

그렇게 집에서 사용할 수 있는 요가 매트를 사기로 결심했다. 몸을 볼 수 있는 통 거울과 거울을 둘 수 있는 자리는 없지만 요가 매트를 깔 자리는 있었다. 인생 첫 매트를 사는데 아무거나 살 수는 없었다. 사실 나 같은 요가 초보자는 당장엔 아무거나 사도 상관없었지만 아무거나 사는 것은 일생일대의 기쁨을 준 요가에게 차릴 예의가 아니었다. 당장 인터넷 검색을 했다. 그러다 눈에 띈 수식어. “고수를 위한 매트- 만두카 매트”

ⓒ unsplash

세상에. 요가계의 벤츠, 요가 선생님들의 매트 등 그럴싸한 수식어들은 죄다 만두카 매트를 가리키고 있었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요가 정신과는 별개로 소비 회로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래, 난 벤츠가 없잖아. 그러니 매트 벤츠를 사야겠어!, 난 고수는 아니지만 고수가 될 수도 있으니까! 같은 소비 회로를 팽팽 돌려 결국 질러버렸다. 이렇게까지 소비 회로를 돌려야 하냐고? 아무리 요가의 기쁨을 알았어도 20만 원이 넘는 요가 매트는 팽팽 돌아가는 소비 회로가 필요했거든.

고가의 요가 매트는 아니나 다를까 만족도가 높았다. 무엇보다 관리 측면에서 마음에 들었다. 앞서 말했듯 요가 역시 제법 땀이 많이 나는데, 보통의 요가 매트는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요가 매트가 땀방울을 먹는다. 땀이 난 상태에서도 수련이 이어지기 때문에 땀이 난 등을 매트에 대고 눕거나, 땀으로 흠뻑 젖은 머리로 머리서기(거꾸로 서기)를 하는 날에는 꼼짝없이 땀이 매트로 흡수된다. 땀을 먹은 매트는 어떠냐고? 뻔하지 않은가. 관리가 아주 조금만 소홀해도 냄새가 나고 쉽게 변색이 온다. 그러나 만두카는 다르다. 땀 흡수가 늦으며 쓰면 쓸수록 내 몸에 익는다. 그만큼 내구성이 좋다. 또 천연 소재와 재생이 가능한 재료로 매트를 제작해 요즘 같은 시대에 환경 친화적 소비가 가능하다.

여하튼 매트계의 벤츠, 고수들의 요가 매트는 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구매한 지 1년이 넘어가는 오늘까지 부지런히 수련을 하게 만드니까. 아주 약간의 귀찮은 마음이 들어도 일단 매트 위에 앉아 눈을 감으면 어느새 요가는 시작된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나는 가끔 비싼 매트 위에 앉아 생각한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다 다리가 찢어지지 않았더라면 난 아직도 인생 운동을 찾고 있었겠지.’라고.

글.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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