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연결하는 기술 ― 커넥티드코리아 김성호 대표 (1)'에서 이어집니다.
인쇄되는 책 중 유독 눈에 띄는 책이 있다면요?
인쇄에 공을 아주 많이 들인 책이 있어요. 그런 책을 만드는 분들을 보면 존경심이 우러나요. 관련 업자가 아니면 모를 수 있는 디테일이 담겨 있거든요. 예를 들어 ‘소장각’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미얀마 8요일력>이라는 책이 있는데, 금별색 2도로 인쇄했어요. 쉽게 말해 금색과 검은색만으로 책을 만들었죠. 또 책을 펼치면 안에 컬러 속지가 수작업으로 들어 있어요. 어떻게 해야 책이 깔끔하고 완벽하게 보일지 고민한 사람이 그렇게 만들 수 있거든요. 책을 아끼는 마음과 자신들의 콘텐츠를 사람들한테 어떻게 잘 소개할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느껴지는 거예요. 이러한 노력이 담긴 책을 보면 깊이 존경할 수밖에 없죠.
창작자라면 기본적인 인쇄 지식을 꼭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맞아요. 인쇄에 대해 알고 만드느냐, 모르고 만드느냐에 따라 완성된 책이 다르거든요. 독립 출판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다들 인쇄 과정을 어려워하신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인쇄소에서 친절하게 일일이 가르쳐주지 않으니까요. 책을 만들고 싶은데 어디서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는 분도 많고요. 막상 인쇄소에 와도 사용하는 용어도 생소하고 이곳이 뭐 하는 곳인지 모를 수밖에 없어요. 그 격차를 줄여드리고 싶은 생각에서 인쇄 관련 워크숍이나 작가들이 조금 더 편하게 책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북랩’, ‘pod 서비스’ 같은 제작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인쇄소에서 나온 책들이 어떤 여행을 떠나길 바라나요?
공들인 책이나 평범한 책 모두 꼭 필요한 사람한테 잘 닿길 바라죠. 어느 서점의 서가에 꽂혀 있더라도 작가가 의도한 대로 독자들이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독립 출판물에는 작가의 개인 사정이 담기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들끼리 만나 새로운 네트워크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책에 담긴 메시지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도착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독립 출판의 가장 큰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쓰는 사람’이요. 출판사는 회사 색깔에 맞춰 작가를 선택하잖아요. 원고도 출판사의 입맛에 맞게 수정될 수밖에 없고요. 그런데 독립 출판물은 온전히 작가가 생각한 그대로 책으로 나오기 때문에 사람 하나하나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에요. 특히 독립 출판물은 대체로 실제 내 친구가 쓴 듯 솔직한 이야기들이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공감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확장할 수 있어요.
책을 쓰거나 만들어보고 싶은 분들에게 오늘 나눈 이야기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판하기로 마음먹어야 인쇄소까지 오는 거니까 만약에 자신만의 책을 쓰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글을 써보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일단 쓰고 나면 제작과 인쇄는 어디서든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책을 쓰면 여러 가지로 해볼 수 있는 일이 많아지고요. 누구든지 살면서 한번은 꼭 출판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김성호 대표가 추천하는 책
<영화카드대전집>(프로파간다 시네마 그래픽스)이라는 책이에요. 지금은 그런 관습이 사라졌지만, 1970~90년대에는 극장에서 각종 정보가 담긴 영화 카드를 홍보물로 하나씩 줬다고 해요. 현재 세 번째 시리즈까지 나왔는데 제작자가 소위 영화 덕후이기에 탄생할 수 있는 귀한 책이에요. 특히 2편은 에로영화의 전성기이던 1980년대 영화 카드에 담긴 시대적 특징을 엿볼 수 있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 중 하나입니다.
글. 정규환
사진. 이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