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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77 인터뷰

연결하는 기술 ― 커넥티드코리아 김성호 대표 (1)

2022.06.28

안녕하세요, 저는 책입니다. 저는 인쇄소에서 태어납니다. 물론 제가 고유의 모습을 갖기 전 저를 만드는 사람들의 길고 지난한 노력이 필요해요. 그 노력이 모여 이곳에서 형태를 띠고 탄생하죠. 종이의 두께와 질감부터 글자의 크기와 색상까지 세상에 저와 똑같은 도플갱어는 없을 거예요. 누군가의 이야기가 손에 잡히는 모양을 가지고 태어난 저의 미지의 페이지가 누군가의 손끝에 닿기 위한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어요.

어딘가 멋스러운 오래되고 낡은 간판들, 그 속의 낯선 단어들과 글자의 모양들, 무언가를 싣고 좁은 골목골목을 누비는 탈것들 그리고 그 안에서 묵묵히 종이를 마주하고 작업에 몰두하는 사람들까지. 책이 태어나는 인쇄 골목에는 다양한 표정이 잉크 냄새처럼 전해집니다. 그중 을지로에 있는 인쇄소이자 서점인 커넥티드코리아는 책을 매개로 다양한 일을 벌이는 플랫폼이에요. 미국 뉴욕에서 커넥티드의 창립자를 알게 된 인연으로 한국에 돌아와 커넥티드코리아를 설립한 김성호 대표는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창작자들을 연결하는 독립 출판 솔루션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아는 방법은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래 생각하는 것뿐’이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바로 책을 두고 하는 말 같아요. 생각이 날아가지 않게 하려면 늘 곁에 두고 손에 잡히게 해야 하니까요. 그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인쇄입니다. 책뿐 아니라 우리 일상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 변함없는 가치이자 기술이기도 하고요. 결국 책은 사람이고, 책에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힘이 있다는 김성호 대표의 이야기를 들으며 무심코 지나친 책들이 하나하나 생각을 형상화한 거라는 데 의식이 미쳤어요. 누군가의 이야기가 잉크를 만나 종이에 찍히지 않았다면 모양을 갖지 못했을 것들. 그 이야기를 손으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 아주 근사하지 않아요? 지금 당신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책의 여행’ 코너에서 두 번째로 만난 사람은 인쇄소 사람들입니다.

인쇄소의 하루 풍경이 궁금해요.
그날그날 요청이 들어온 인쇄 작업을 해요. 크게 보면 두 파트로 나뉘어 있죠. ‘프리프레스’라고 해서 인쇄 넘기기 전에 작업용 파일을 만드는 팀과 그 인쇄용 파일을 가지고 실제로 인쇄하는 팀. 저희는 디지털 인쇄의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처리하다 보니 분업해 일하고 있어요.

한눈에 봐도 거대한 기계들이 눈에 띄어요.
이곳에 한 권의 책을 만드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보시면 돼요. ‘인디고’라고 부르는 디지털 인쇄기와 인쇄된 종이를 자르는 재단기, 낱장으로 되어 있는 페이지를 책으로 엮는 제본기, 표지를 코팅할 수 있는 코팅기, 완성된 책을 포장할 수 있는 래핑기가 작업 동선대로 배치되어 있어요.

종이 말고 다른 인쇄도 가능한가요?
잉크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드려요. 멋진 거 만들고 싶으시면 저희가 언제든 저렴하게 해드릴게요.(웃음) 책은 물론 에코백이나 컵에도 인쇄해드려요. 저희가 장비를 다 갖추고 있지 않아도 을지로의 협력 업체 간 네트워크를 활용해 고객이 원하는 작업을 최대한 해드리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에요.

어떻게 처음 인쇄 일을 배우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인하우스 마케팅 팀에서 일하고 싶어서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러 다니던 중 우연히 인쇄소를 알게 됐어요. 당시 면접관이던 상무님께서 인쇄가 모든 문화 산업의 근간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이 마음 깊이 와닿았어요. 책이나 잡지뿐 아니라 미술 전시를 여는 데도 종이 인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그리고 소위 힙한 브랜드들이 전통적으로 포스터를 만들어 홍보하거든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유행을 만드는 데도 인쇄가 꼭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인쇄되는 지켜보면서 느낀 점도 있을 같아요.
솔직하게 말하면 아무 생각이 없어요.(웃음) 다만 리크루팅 할 때 좋아하는 브랜드가 뭐냐고 꼭 물어보거든요. 그리고 그 브랜드의 광고가 어디에 실리는지 생각해보라고 하는데 패션 잡지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해외 명품 같은 경우에는 특히 더 그렇잖아요. 그 잡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쇄가 꼭 필요하고, 인쇄하는 사람들이 당신이 지금 지원한 회사의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충분히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강조하죠.

이 글은 '연결하는 기술 ― 커넥티드코리아 김성호 대표 (2)'로 이어집니다.


글. 정규환
사진. 이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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