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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80 에세이

서울살이 몇 핸가요? (1)

2022.08.05


'빨래처럼 흔들리다 떨어질 우리의 일상이지만
당신의 젖은 마음 빨랫줄에 널어요.
바람이 우릴 말려 줄 거예요.
당신의 아픈 마음 꾹 짜서 널어요.
당신의 아픈 마음 우리가 말려 줄게요.'

– 뮤지컬 <빨래> OST ‘서울살이 몇 핸가요?’ 중에서

지난달, 나는 30여 명의 청년들과 뮤지컬 <빨래>를 관람했다. 공연이 시작되고 나오는 첫 노래의 제목이 ‘서울살이 몇 핸가요?’였다. 서울살이 6년째인 주인공 나영이 ‘일곱 번째 이사, 버리고 버려도 세간살이, 집세, 내 나이 늘어가지만 내가 만날 사람도 함께 늘어갑니다.’라고 노래를 부를 때, 내 20대 청춘의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나의 첫 번째 주거 형태는 고시원이었다. 자격증 준비를 한다고 안암역 근처 고시원에 방을 잡았다. 1층은 여성 전용, 2층은 남성 전용이었고 밥과 김치가 무료로 나왔다. 다음엔 토익 준비를 한다고 강남역 근처 고시원에서 살았다. 좁고 방음이 안 되는 방이었는데 두 달을 채 못 살고 나왔다. 이듬해엔 국비지원 무료교육을 받느라 목동역 근처 고시원으로 옮겼다. 건너편에 유명 백화점과 주상복합 아파트가 있었는데,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삶이 확연히 다르구나 싶어 늘 씁쓸했다. 세 번의 고시원 라이프를 거쳐 스물네 살이 되던 해, 계약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대학로 고시원으로 방을 옮겼다. 다른 방들은 월세가 30만 원이었는데, 내 방은 창문이 있어서 35만 원이었다. 한 층을 남녀가 같이 썼고, 남자와 여자 샤워실이 각각 하나씩 있어서 아침에 씻을 때마다 눈치게임을 해야 했다.

ⓒ unsplash

두 번째 주거 형태는 반지하 집이었다. 일하면서 모은 돈으로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35만 원인 반지하 집을 얻었다. 제대한 남동생도 서울에 올라오면서 1년여간 같이 살았다. 햇빛이 잘 들지 않아 늘 습기 차 있었고 눅눅한 기분이 들었다. 언덕길에 있던 반지하여서 창문을 열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이 보였다. 비 오는 날이면 물이 넘쳐 방 안으로 들어오진 않을까 걱정이 됐다. 어느 날, 고향에서 올라온 엄마는 반지하 방에서 쌔근쌔근 너무 잘 자는 나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서울살이로 고생하는 두 자식이 애처로웠는지, 그 다음 날 제습기를 하나 사두시고 고향 집으로 돌아가셨다.

세 번째 주거 형태는 반전세였다.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35만 원이었고, 걸어서 3분 안에 지하철 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해가 들어오는 2층에 방도 널찍하니 좋았다. 하지만 큰 도로가 근처 집이어서 늘 지나가는 차 소리를 들으며 생활해야 했다.

네 번째는 정말 아껴서 모은 돈으로 전세 4000만 원짜리 다세대주택에 들어갔다. 기쁨도 잠시, 1970년대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이어서 전혀 방음이 안 됐다. 하필 옆집이 밤마다 사람들이 오고가는 사무실이어서 소음 스트레스가 심각했다. 결국 3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전세금만 돌려받아 부랴부랴 근처에 월세를 구했다.

다섯 번째는 보증금 4000만 원에 월세 15만 원짜리 다세대주택이었다. 8평도 채 안 되는 원룸이었지만 방, 화장실, 주방이 분리되어 있었고 리모델링해서 깨끗한 집이었다. 역세권에선 멀어졌지만, 주택가여서 조용했고 또 안전했다. 바로 위층에는 마음 좋은 주인 할머니가 살고 계셨는데 고된 서울살이 하면서 많이 의지했다. 결혼하기 전까지 5년 가까이 이 집에서 살았다. 이사하는 날, 주인 할머님 덕분에 돈을 모아 결혼도 하고, 큰 집으로 이사도 한다며 감사의 마음을 담아 천혜향 한 상자를 두고 나왔다.

올해로 만 34세가 된 나는 서울살이를 하면서 총 아홉 번의 이사를 했다. 시대가 변했지만 여전히 청년들의 주거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다. 이번 호에서는 ‘청년들의 주거 문제와 지원 정책’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 2021 청년정책백서 표지

청년의 주거 부담과 주요 정책

국무조정실에서 발간한 2021년 <청년정책백서>에 따르면, 1000만 명 되는 청년 인구 중, 2020년 한 해만 10만 명 가까이 되는 청년들이 서울 혹은 수도권으로 이동했다. 학업상의 이유, 일자리, 더 나은 삶을 위해 자격증이나 시험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가구 구성에서는 1인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통계청에 따르면 20~34세 청년 중, 남성 1인가구 수 104만 명, 여성 1인가구 수 84만 명으로 1인가구 중 남성이 여성보다 많지만 증가율은 여성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세 가격은 수도권이 2억, 비수도권이 1억, 보증부 월세 가격은 수도권 2944만 원/39.5만 원, 비수도권 1264만 원/29.8만 원으로 나타났다. 월 소득에서 주거비 지출이 30% 이상인 경우를 주거비 과부담이라고 하는데, 수도권은 25.3% 비수도권은 18.7%가 주거비가 과부담된 가구로 집계되었다.

청년 중, 수도권은 56% 비수도권은 36%가 주거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으며,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는 수도권은 구입자금대출(31%), 전세자금대출(30%), 월세보조(10%)였으며, 비수도권도 같은 순위로 나타났다.

청년 5대 주요 중점 과제 중, ‘주거’의 정책 방향은 1) 청년 주택 공급 확대 2) 청년 전월세 비용 경감 3) 고시원, 반지하 거주취약청년 집중 지원 4) 청년 친화형 주거 모델 보급이다. 5년 안에 청년주택 27만 3천 호를 공급하고, 최저주거기준 미달 청년가구를 10% 감축하고, 43만 5천 청년가구 주거비를 지원하여 청년의 주거 부담을 줄이는 것이 목표이다.

이 글은 '서울살이 몇 핸가요? (2)'로 이어집니다.



글. 윤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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