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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80 빅이슈

인생은 회전목마 ― 안국역 빅판 (1)

2022.08.08

‘쫄딱’ 망한 사업가, 알코올의존자가 되길 바라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그는 쫄딱 망한 사업가, 알코올의존자가 되었다. 바란 적 없으나 그렇게 되었다. 이제 많은 사람이 잊었지만 한국 사회에서 IMF 외환위기의 그늘은 짙고 깊었다. 그 어두컴컴한 그늘에 아직도 갇혀 있는 사람이 있다. 서울 지하철 안국역 1번 출구에서 《빅이슈》를 파는 전성우 판매원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겪지 말아야 할 시련을 맞닥뜨릴 때가 있다. 그 시련은 때로 너무 가혹해 남은 인생을 회복 불능 상태에 빠뜨리기도 한다. 홈리스나 빈곤을 개인만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라’나 ‘국가’ 같은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전성우 빅이슈 판매원(이하 빅판)의 이야기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판매 중이신데요. 요즘 판매 상황은 어떠세요?
최근 두 달간 판매를 하지 못했어요. 몸이 아파서요. 한 달은 병원에 입원했고, 이후 한 달은 집에서 쉬면서 지냈어요. 판매를 다시 시작한 지 일주일 됐어요. 여름이다 보니 아무래도 판매가 저조해요. 더우니까요. 날씨가 무더울 땐 종일 지하철역 입구에 서 있어야 하는 저도 힘들지만, 독자님들도 잡지를 살 여유가 없으세요. 빨리 지나가기 바쁘죠.

청와대가 개방된 안국역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이 늘었을 텐데, 판매에 영향을 주지는 않나요?
개방한 초기에는 오가는 사람이 엄청 늘었었죠. 그런데 길만 물어보지 잡지를 사지는 않으세요. 판매에는 별 영향이 없죠. 오히려 취약점이 생겼어요. 안국역 입구에서 모이는 경우가 많잖아요. 청와대에 가려는 사람, 북악산에 오르려는 사람들이 모이는데, 그러면 한 스무 명이 지하철 입구를 둘러싸요. 그럴 때는 제가 오히려 판매대에서 멀찍이 떨어져 서 있어요. 너무 복잡하니까요. 그래도 오시는 독자님들은 꾸준히 오세요. 간혹 약속 시간 기다리다가 《빅이슈》를 발견하고 구매하는 분도 있지만 대개 단골 독자님들이 많이 사세요.

ⓒ unsplash

달이나 입원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이유가 뭐예요?
제가 사실 알코올의존자였어요. 2013년부터 2018년 사이 알코올 의존 치료 센터를 들락날락했어요. 2013년에 길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져 서울의료원에 실려 갔는데, 거기서 알코올 의존 치료 센터를 연계해줬거든요. 2013년이 내가 딱 쉰 살이 되는 때였어요. 어떻게 보면 젊은 나인데, 술 때문에 많이 망가졌었죠.
요즘은 술을 안 마시지만, 술이라는 게 가끔 생각이 나요. 발동이 걸리면 큰일 나죠. 항상 조심해요. 전에는 마시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술을 사다가 방 안에서 혼자 안주도 없이 마셨어요. 그게 화근이 되었던 거죠. 종종 피를 토하고 길에서 쓰러지고 그랬어요. 지금은 운동도 하고 많이 좋아졌어요.

《빅이슈》는 어떻게 판매하시게 되었어요?
LH 임대주택 신청하러 삼양주민연대에 갔다가 거기서 모임에 참가하게 됐어요. 그 모임의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빅이슈》를 알려주셨죠. 그분이 같이 빅이슈 사무실에도 와주셨고, 그렇게 시작하게 됐어요.

그러면 지금 임대주택에서 지내고 계세요?
아니요. 임대주택에 당첨되긴 됐는데, 안 들어가고 그냥 고시원에 있어요. 모든 임대주택이 깔끔하고 쾌적한 환경인 건 아니에요. 고시원보다 못한 곳도 있어요. 지금 제가 지내는 고시원에는 개인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어요. 그래서 일부 임대주택보다 오히려 환경이 나아요. 환경도 환경이지만 그보다 고시원에서 사는 더 큰 이유가 있어요. 제가 가슴 통증으로 기절한 적도 있고, 갑자기 아플 때가 많은데 혼자 사니까 걱정되더라고요. 고시원에서는 급할 때 문을 막 두드리면 누군가가 와봐요. 시끄러워서라도 와요.(웃음) 여럿이 공동으로 살다 보니 그런 면에서 도움이 되더라고요.

ⓒ unsplash

젊을 얘기 들려주세요.
IMF 외환위기 터지기 전까지는 열심히 살았죠. IMF 외환위기 터지고 인생이 한번 잘못되니 지금까지 계속 추락하는 거예요. 그때 일한 거 돈도 다 못 받고 이런저런 어려움이 쌓여 좌절하다 결국 알코올의존자가 되고…. 뭐 그때는 다 어려웠으니까요.
동업으로 제화 관련 ‘하청에 하청’ 공장을 운영했는데, 경제 위기가 닥치니 납품해도 돈을 안 주더라고요. 예를 들어 100만 원 받을 돈이 있으면 30만 원만 주고 그래요. 그거라도 주면 다행이죠, 돈 떼먹고 중국으로 도망간 사람도 있어요. 한번 불운이 시작되니 계속 이어지더라고요. 회복될 기미가 없었어요. 공장 지하에서 바닥에 박스 깔고 잘 정도로 힘들었어요.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남는 건 없고, 인생이 자기 의지대로 풀리는 게 아니더라고요. 마흔다섯 살 때부터는 온종일 술만 마시고 일을 놔버렸어요. 해도 안 된다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이었죠. 그때부터 고시원 생활을 시작한 것이 여기까지 흘러왔어요.

판매를 다시 시작하신 일주일 되셨잖아요. 판매를 하실 때는 어떻게 지내셨어요?
입원한 한 달 빼고는 집에 있었는데 빅이슈의 코디네이터가 와서 입원, 퇴원 과정 등을 다 처리해줬어요. 빅이슈 내부에서 회의를 했다더라고요. 회의해서 판매 일을 그만두는 게 아니고, 병가로 처리해줬죠. 언제든 판매를 다시 할 수 있도록이요. 그렇게 배려해주더라고요.

이 글은 '인생은 회전목마 ― 안국역 빅판 (2)'로 이어집니다.


글. 안덕희
사진. 이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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