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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80 컬쳐

MY BOOM ― 밀어내기 기술 <주술회전> / 만지고 싶어, 키네틱샌드 / 초록의 신비함

2022.08.11

밀어내기 기술, <주술회전>

ⓒ <주술회전> 포스터

소년 만화를 좋아한다고 고백하긴 쉽지 않다. 그건 중2 때나 읽는 거라고 핀잔을 준다면 나는 고죠 사토루의 ‘무하한’으로 그 말을 밀어낼 것이다. <주술회전> 세계관 최강자 고죠 사토루의 ‘무하한’은 상대방 공격이 닿지 않도록 밀어내는 기술이다. 그러니까, 안 듣겠단 의미다. 언제부턴가 소년 만화를 졸업하고 ‘갓반인’으로 살던 내 안의 ‘소년’을 <귀멸의 칼날>이 깨웠고 <주술회전>이 홈런을 쳤다. 저주가 존재하는 세계관 안에서 주술사들은 저주를 막고, 주저사들은 주술사를 막아 세상에 저주를 퍼뜨리려 한다. 대격돌 가운데 고등학생 ‘이타도리 유지’가 저주의 왕이 남긴 주물(저주가 담긴 물건)을 먹어버리면서 저주의 왕을 몸속에 품게 된다. 주술사들은 이타도리 유지를 이용하기 위해 그를 주술 고등전문학교에 입학시켜 주술사로 키운다. 오컬트적 세계관, 선과 악을 모두 품은 자신의 존재가 세상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의문을 품는 주인공, 그리고 서로 다른 능력치를 지닌 동지와 적…. <주술회전>의 설정에 매료되기는 시간문제였다.


전권을 독파하고 극장판을 관람하고 애니메이션을 정주행하면서 눈시울이 자꾸 붉어지는 것은 과몰입 탓일까. 소년 만화는 성장 그 자체를 이야기한다. 혼자서는 결코 고된 수련의 길을 버틸 수 없고, 여정은 상실과 슬픔을 동반하기 마련이라는 성장의 공식은 다 자란 성인에게도 유효하다. 언제까지 성장통을 겪어야 하나, 막막할 때 성장이란 지루하고 힘겨운 싸움이란 것을 간접 경험하게 해준다. 그래서 내일의 싸움을 견디기 위해 오늘도 난 <주술회전>을 펼친다.

만지고 싶어, 키네틱샌드

ⓒ 키네틱샌드 제품사진

“삶의 의욕과 희망이 사라진다. 머리는 계속 아프고, 인간이 평생을 이렇게 살다 가는가 하는 회의가 고개를 든다. <무한도전>을 봐도 재미가 느껴지지 않는다.”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 중인 친구가 말했다. ‘그다지 즐겁지 않았으니까’ 짤 같았다. 서랍을 차지한 키네틱샌드를 문 앞에 갖다주고 싶어졌다. 혼자만 공간을 지켜야 하거나, 그 외 근심과 걱정 가득한 상황에서 키네틱샌드는 잠깐이나마 위로가 된다.(뽀송이모래, 마술모래 등 시중에 다양한 이름으로 판매되지만 편의를 위해 이 글에선 키네틱샌드로 부르겠다) 슬라임을 살까 했지만, ASMR 영상에서 키네틱샌드를 ‘슥삭슥삭’ 칼로 써는 소리에 매료됐다. 다양한 모양의 틀에 끼웠다가 빼는 것도 재미있었다. 팬데믹 이전에 나는 작은 통을 들고 다니면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키네틱샌드를 만져보길 권했다. 사양 말고 일단 만져보라니까? 사람들의 반응은 일관됐다. “어어? 우와!” 놀이터나 바닷가 모래는 금방 건조해지는데 이 모래는 계속 촉촉하다. 입자도 곱다. 촉감이 엄청 좋다는 뜻이다. 어린 시절 부엌에서 갖고 놀던 밀가루 반죽도 생각난다. 결국 이걸 만지기 위해 지금까지 잘 살아온 건가…?

키네틱샌드를 편하게 갖고 놀기 위해선 평평한 바닥이 필요하다. 책상이나 식탁, 방바닥도 괜찮다. 진짜 모래와 같은 색도 있고 컬러풀한 제품도 있다. 서로 다른 색을 섞는 것도 가능하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찰흙과 밀가루, 그 중간쯤의 키네틱샌드를 다시 보부상처럼 들고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지금도 이 신묘한 모래를 만지작거리면서 글을 쓰고 있다.

초록의 신비함이여, 데비마이어와 수박

ⓒ 데비마이어 용기 사진

다른 보관 용기들과 색깔만 다를 뿐이다. 이 초록색 용기에 넣으면 야채가 왜 2〜3주는 더 오래 가는지, 그 신비함을 홈페이지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채소, 과일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에틸렌 가스를 흡착 및 제거하여 부패 속도를 늦춰주는 원리로 식재료 수명 연장에 도움을 줍니다.”라고. 그 때문인지 다른 브랜드보다 가격이 몇 배는 비싸다. 나는 수박 때문에 거금을 들여 데비마이어를 집에 들였다. 이미 부엌 서랍장에 유리, 플라스틱으로 재질을 달리한 보관 용기가 한 트럭은 있음에도 더는 수박이 상하는 꼴을 지켜볼 수 없었다. 수박은 음식물쓰레기도 부담이지만, 다 먹기도 전에 상할까 봐 구매가 꺼려지는 여름 과일이다. 하지만 온몸이 습기와 열기를 가득 흡수한 어느 날, 내 집 냉장고에 수박이 기다린다는 사실만으로도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여름이니까, 수박을 사서 먹기 좋게 소분해 데비마이어에 정리해둔다. 아, 이 여름의 바지런함이여.


글. 양수복 <주술회전>
글. 황소연 '만지고 싶어, 키네틱샌드'
글. 김송희 '초록의 신비함이여, 데비마이어와 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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