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빅이슈》 215호에 실려 있습니다.'
수면마비: 홈리스를 사냥하는 악마들 (By Andy P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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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는 집에서 살아가는 이들과 다르게 수많은 위험 요소에 노출됩니다. 날씨도 그중 하나죠. 특히 홈리스는 밤 시간 동안 침입자를 막아낼 물리적인 방어벽이 없습니다. 가끔 어둠 속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다른 종류의 ‘포식자’도 있습니다. 초자연적인 포식자는 종종 “악마”로 불리는데, 수면 상태 또는 반수면 상태를 방해합니다.
악의적인 무언가로부터 시달림 또는 공격을 당했다고 신고하는 제 홈리스 친구들을 보면, 여러 공간을 떠돌며 잠을 청했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가끔은 저도 이러한 방해를 받았습니다. 보통 마비되어 옴짝달싹할 수 없거나 보이지 않는 생명체가 나를 잡아채어 발이나 발톱으로 비비거나 긁는 듯한 느낌이 갑자기 들기도 합니다. 때때로는 누가 때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이런 모욕을 듣기도 해요. “앤디, 더러운 녀석! 넌 쓰레기야!” 이것이 정말 외계에서 온 침략자인지 아니면 제 낮은 자존감이 반영된 잠재의식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반수면 상태를 일컫는 말이 있다고 하더군요. 수면 마비라고 한다고 합니다. 수면 마비는 주변을 인식할 수 있지만 ‘운동 제어’가 부족한 상태를 말합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스스로 몸을 움직일 정도로 깨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인지할 정도로는 정신이 깨어 있는 것입니다. 이는 흔히 일반적인 수면 패턴이 방해를 받았을 때에 일어나는데, 제 경험으로 보자면 홈리스가 살아가는 조건에선 정상 수면 패턴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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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 때부터 수면 마비를 경험해온 저는, 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전체 인구의 8퍼센트에 해당합니다. 제가 홈리스였을 당시, 이런 현상이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르게 발생한다는 점을 깨달았어요. 저는 항상 어떤 보이지 않는 존재로부터 폭행을 당한다고 느꼈지만, 그 실체는 제가 잠을 청하려는 (제대로 잠들지 못하지만) 장소가 어디인지에 따라 차이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바트(미국 샌프란시스코 만 근교의 장거리 전철)에서 낮잠을 자려고 하면, 이 불가사의한 공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기차가 멈출 때에는 다시 잠을 방해받기도 하고요.
악마에 관해 이야기했을 때 누가 우리를 믿어주었을까요? 저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가난하거나 홈리스이거나, 장애인 혹은 저임금의 육체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수면 마비에 대한 저의 경험담을 받아들이고 믿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낮은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종종 ‘악마’와 맞닥뜨렸던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죠. 그러나 학자들, 사무직 근로자 그리고 대기업 직원들은 우리의 은행 계좌를 비웃고, 우리를 업신여기는 것과 같이 우리의 진술도 일축해버리곤 했습니다.
이러한 수면 방해 이야기의 원인이나 영향이 무엇이건 간에, 한 가지는 분명해 보였습니다. 빈곤하거나 사회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한 버려진 이들의 영역을 떠돌며 괴롭히는 악마 무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글 Andy Pope, Stefani Echeverría-Fenn
일러스트 Enera Wilson
번역 최수연
기사제공 INSP.n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