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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84 빅이슈

이웃, 정이 들어갑니다 ― 여의도역 이보라 빅판 (2)

2022.10.07


이 글은 '이웃, 정이 들어갑니다 ― 여의도역 이보라 빅판 (1)'에서 이어집니다.

주로 어떤 사람들이 가나요? 여의도라는 지역 특성상 회사원이 많겠어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저야 직업을 물어볼 일도 없고, 무슨 일 하시는지 모르죠. 사 가시면 그냥 고맙다고 인사만 하는 거죠. 여의도에서 3년간 판매했어요.

단골도 많으시겠어요?
단골 많죠. 정기적으로 신간 사 가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분들한테 친절해야 해요. 친절이 생명이에요. 그리고 깨끗해야 하고. 책을 담아 드리는 비닐 봉투도 깨끗해야 해요. 오늘도 사무실에서 비닐 봉투를 100장 샀어요. 일주일째 판매가 잘 안 되니 포장이라도 더 깔끔하게 하려고요.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하잖아요. 그런 노력이라도 해보는 거예요.

판매가 때면 속상하시겠어요.
잡지가 안 팔리면 책임감도 느껴요. 빅이슈 사무실에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 왜냐면 빅이슈에서 주거지원금 35만 원을 매달 주잖아요. 그렇게까지 도와주는데, 제가 판매를 잘 못 하면 미안해요. 석 달 전까지는 20만 원을 받았는데 차라리 그땐 미안한 마음은 덜했어요. 판매는 안 되는데 지원금은 받아 가려면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물론 사무실에서는 판매량과 주거지원금은 관계없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저 스스로 마음이 좀 그래요.

《빅이슈》 판매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교회에 같이 다니던 사람이 소개해줬어요. 여행사 직원이었는데 제가 일정한 직업이 없으니까 이런 잡지가 있는데, 일을 한번 해보라면서 빅이슈 사무실에 데려다줬어요. 사무실에 가보고 잡지도 보고 하니까 이 일 해봐도 되겠다 싶더라고요. 코로나19 전에는 잘 팔렸어요.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판매가 확 꺾였죠. 다 망하는 판인데요, 뭐.(웃음) 안 팔릴 때는 눈물이 날 정도로 속상해요. 딱 한 권 나간 날이 있어요. 그런 날이 잦지는 않지만요. 그래도 공친 날은 하루도 없었어요. 제가 오후 3시부터 8시까지 판매하는데, 7시 5분에 딱 한 권이 팔린 적이 있어요. 기분이 좋았죠. 공치는 거랑은 기분이 완전히 달라요. 오죽하면 하루 종일 딱 한 권 팔고도 그렇게 좋아했겠어요.

그런 독자한테는 특별히 감사하시겠어요.
며칠 전 한 독자분이 쪽지에 감사 인사를 써주셨어요.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기분이 너무 좋았죠. 그럴 때 의욕이 나요. 이것저것 물어보고 안 사는 분도 있어요. 안 사신다고 그 손님을 욕하면 안 돼요. 비난하면 절대 안 돼요. 그런 분들에게 더 친절해야 해요. “다음에 사 가세요.” 하고 친절히 인사해요. 그게 옳은 행동이죠? 그렇지 않아요?

그러면 나중에 다시 와서 사는 사람도 있었나요?
그럼요. 당연히 있지요. 그럴 땐 고마워요. 보람도 느끼고요.

젊으실 얘기 들려주세요.
군대에서 고생을 너무 많이 했어요. 젊은 시절을 생각하면 군대에서 맞은 일이 제일 먼저 떠올라요. 너무 많이 맞았어요. 구타도 심하고 먹는 것도 형편없었죠. 군대에서 맞던 악몽 같은 일은 나이 일흔이 넘은 아직까지 잊히지 않아요.

청년의 시절이 크디큰 상처로 남으셨군요.
고등학교 다닐 때까진 좋았어요. 죽기 전에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도 고등학교 때 친구예요. 고2, 고3 때 같은 반이었는데 제일 친했어요. 그 친구는 서울시 공무원이 됐어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10년 정도는 서로 연락했는데, 이후에 어떻게 하다 보니 연락이 끊어져버렸어요. 그 친구가 제일 보고 싶어요. 만나서 학창 시절 얘기도 나누고 싶고 그래요.

친구분을 만나보는 , 임대주택에 입주하는 것이 현재 가장 바라시는 일이네요?(웃음)
그리고 《빅이슈》 판매가 좀 더 잘되는 거요.(웃음) 그게 지금 제 소망입니다. 꾸준히 하루에 열 권만 팔려도 좋겠어요. 저는 큰 욕심 안 부립니다.(웃음)


글. 안덕희
사진. 김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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