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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85 에세이

가짜뉴스 속에서 일단 대충 살아남기 (2)

2022.10.27


이 글은 '가짜뉴스 속에서 일단 대충 살아남기 (1)'에서 이어집니다.

ⓒ unsplash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인정은 결국 사건이 벌어진 뒤 일어나는 수습 단계니까. 그래서 다음이 더 중요하다.

두 번째 방법은 더 간단하다. 나(우리 편)에게는 엄격하게, 그리고 타인에게는 관대하게 구는 것이다. 자기계발서는 우리 사회에 몇 가지 폐해를 줬는데, 그중 하나가 자존감을 강조하면서 ‘자신을 믿어라’라는 메시지를 필요 이상으로 광범위하게 퍼트렸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존감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 물론 자존감이 필요하다는 충고가 필요한 박약한 이들도 많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 사람들의 80% 이상은 이미 자기 확신에 가득 차 있다. 그래서 자신의 주장만, 자기 편만 옳다고 믿는다.

이는 앞서 말한 양분화된 정치 환경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알고리즘 덕에 우리는 갈수록 나와 비슷한 의견만을 흡수하고 자기 확신을 강화한다. 지난 글에서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문제가 되는 대다수의 가짜뉴스들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 돌이켜보라. 우리는 자기주장에 동조하는 가짜뉴스는 팩트 체크 없이 쉽게 받아들인다. 설혹 잘못이 드러난다 해도 더 관대한 잣대를 들이대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 옹호한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색이 어떻든 간에 무조건 반대편이 가짜뉴스를 퍼트린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실 이 가짜뉴스는 당신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면 당신이 말한 대로 가짜뉴스인 걸 누구보다 당신이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 당신이 조심해야 할 것은 오히려 우리 편이 퍼트리는, 내 기호에 맞는, 진짜라고 믿는 가짜뉴스다.

내가 실수할 수 있고, 우리 편이 잘못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그 사실을 인지한다면 감싸주는 것이 아니라 더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나와 우리 편엔 더 가혹해도 된다. 왜냐면 나는 이미 누구보다 그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양편을 동등하게 대한다면 분명 우리 쪽에 더 관대해진다. 그러니 자신을 가혹하게 대하라. 반대로 상대편은 너그럽게 대하라. 왜냐면 당신을 그들을 모르기 때문이다. 상대편도 당연히 가짜뉴스를 퍼트리겠지. 그렇다면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 그들이 그런 가짜뉴스에 휘둘리는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그들을 이해하면 조금은 관대해질 수 있다.

긴 칼럼의 뻔한(?) 결론

ⓒ unsplash

우리가 가짜뉴스를 비난하는 이유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지 누군가와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정쟁을 하는 것도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지 상대편을 박살 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의 인생은 게임이 아니다. 우리가 이긴다고 사회가 건강해지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이 당연한 사실을 너무도 쉽게 잊는다. 언제나 그렇듯 가짜뉴스는 가짜가 아니다. 그 뉴스는 가짜지만, 그 가짜는 현실에서 퍼진다.

나에겐 가혹하게, 타인에겐 관대하게. 그리고 잘못한 것이 생긴다면 인정하고 사과할 것. 결론이 너무 뻔하고 하찮아서 죄송할 따름이다. 하지만 이런 태도만 가져도 우리는 가짜뉴스 속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다. 물론 그럼에도 실수는 있을 것이고, 때때로 잘못된 판단을 내릴 것이다. 어쩌면 그런 태도로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은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남들은 당신에게 관대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크게 보면 이 방향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일단 나는 대충 그렇게 믿기로 했다.


글.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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