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홈페이지
<천원짜리 변호사>의 천지훈(남궁민)을 변호사로 선임하려면 천 원을 내면 된다. 고가의 변호사 수임료보다 더 현실감 있는 숫자이다. ‘가성비’ 좋은 변호사라는 게 그의 셀링 포인트다. 사무실은 강남이 아닌 가정집이 밀집한 골목과 시장 변두리 어딘가에 있다. 다방을 개조한 변호사 사무실은 <하이에나> 속 정금자의 사무실 ‘충’ 같기도 하고, 법정에서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천지훈의 능력은 <왜 오수재인가>의 오수재와 닮았다.
5화까지의 <천원짜리 변호사>는 천 변호사의 우스꽝스럽고 변호사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배심원들의 마음을 파악하기 위한 연습으로 동네 꼬마들에게 엉뚱한 질문을 하고, 곤란에 빠진 경비원을 위해 갑질하는 입주민의 차를 리어카로 망가뜨려버린다. 천 원이 수임료이기에 사무실 월세도 당연히 몇 달째 밀려 있다. 게다가 알쏭달쏭한 말을 하느라 한참씩 시간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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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훈의 캐릭터와 더불어 <천원짜리 변호사>를 재밌게 만드는 건 주변 인물들의 조합이다. 사무장(박진우)은 세탁소를 함께 운영하면서, 과거의 어떤 계기를 통해 천지훈과 함께하고 있다. 백마리(김지은)는 앞길이 창창한 사법연수원 수석 졸업생으로, 천지훈과 함께 일하면서 사사건건 부딪힌다. 세 사람이 함께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쾌속 진행과는 거리가 있지만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이야기가 심각해지려 하면 치고 나오는 유머가 생생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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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변호사와 판검사가 드라마에 주인공으로 많이 등장하는 요즘이다. 그 의미를 꼭 사회과학적으로 분석하지 않아도, 어떤 캐릭터들이 우리의 인상에 남았는지는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거대 로펌에서 잘나가는 변호사로 일하는 주인공은 어떤 사람들은 평생 가질 수 없는 돈을 수임료로 받고, 언제나 위풍당당하다. 빵빵한 인맥도 갖췄고, 늘 냉정하고 예리하게, 근사한 모습을 유지한다. <천원짜리 변호사>가 보여주는 변호사는 이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다만 법과 법률가가 우리 곁에 흔하게 존재해야 하는 당위를 효과적으로 말한다. 환상이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빠져든다.
SBS 금, 토 밤 10시 방송
글. 황소연
사진. SBS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