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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89 컬쳐

축알못의 월드컵

2022.12.27

ⓒ 사진제공. FIFA

몰입할 곳이 필요했던 걸까, 좋은 소식을 듣고 싶었던 걸까? 카타르 월드컵이 시작된 후, 유난히 한국 선수들의 경기에 신경이 쓰였다. 규칙도 잘 모르는데 봐서 뭐 하지, 싶다가도 경기 시간이 되면 시청을 챙기는 친구들과 동네 주민들의 분위기를 타고 덩달아 응원을 했다.

지금 나는 대한민국의 16강 진출을 결정지은 포르투갈전 재방송을 시청 중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유배’된 관람석에서 경기를 지켜봤고, 선수들은 추가 시간에 역전골을 만들었다. 상암동 같은 카타르에선 한국인들이 승리를 즐겼다. KBS2에서 중계하던 구자철 해설위원은 감격에 목이 멘 듯했다. 축구 애호가에겐 더 재미있는 포인트가 많았겠지만, ‘축알못’인 나에겐 선수들이 역습 찬스에서 볼 전개를 위해 어려운 동작으로 패스하는 수많은 장면과 4년간 대표팀과 동행하며 롱볼 축구 전략 대신 빌드업 전술을 밀고 나간 감독의 뚝심을 목격한 것으로 충분했다. 게다가 ‘우리 팀’이 이겼으니,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밤이었다.

드라마의 대단원. 휘슬이 울리고 선수들이 그라운드 가운데에 모여 16강 진출을 자축했다. 선수들은 챕터 한 장을 이미 멋지게 마무리했다. 양궁의 안산 선수도 다른 사람들처럼 손에 땀을 쥐고 포르투갈전을 지켜본 모양이다. 그는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다. “올림픽 보는 사람들이 이런 마음이었을까? 남의 노력으로 내가 행복해지는 거 너무 좋다.” 맞다. 가끔 우리는 타인의 땀과 눈물과 그 결실을 보면서 살아갈 동력을 얻는다. 알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오는 건 우리 모두 무언가에 전력을 다했던 경험이 있는 까닭 아닐까?

나는 아마 앞으로도 ‘축알못’에 가까울 것이다. 4년에 한 번만 열심히 축구를 보는 간헐적 팬이 어떤 이들에겐 못마땅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괜찮다.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말은 몇 번을 들어도 기분이 좋다는 걸 알았으니까. ‘킹우의 수’가 유머를 넘어 현실이 된 걸 목격했으니까.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를 되새기며 2023년을 맞이하게 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글. 황소연
사진제공. FI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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