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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89 컬쳐

TV ― 감 좋은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2022.12.29

ⓒ 사진. JTBC 방송화면

웹소설이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가 지켜야 할 조건은 많다. 원작의 문장을 드라마로 가져오기 위해서 그 조건은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텍스트로 원작을 본 사람들이 드라마를 아류로 여기거나 ‘괜히 봤다’고 생각하게 해선 안 되고, 원작을 안 본 사람들도 작품을 매끄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재벌집 막내아들>은 회귀물인 원작 웹소설의 특성을 생생히 살려낼 수 있을 것인지에 이목이 집중됐다. 최신화까지 공개된 지금, 그 연출은 기대 이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현우(송중기)가 죽음을 맞이한 뒤 어린 도준으로 환생하는 장면과 체스 게임에서 인공지능의 승리를 예측하는 장면의 연출은 웹소설에서 환상의 영역이던 문장을 이미지로 구현하는 데 성공한다. 보는 재미가 있을 뿐 아니라 회귀라는 작품의 특성을 설명하기도 용이한 연출이다. 여기에 재벌집 막내아들로 환생했다는 설정을 주인공과 시청자만이 알고 있다는 사실은 복수물의 서스펜스를 극대화하는 장치다.

ⓒ 사진. JTBC 방송화면

특히 주목할 만한 건 다큐멘터리를 떠올리게 하는 인서트들이다. 물론 뉴스 장면을 사용한 것이 이 드라마가 최초는 아니지만, <재벌집 막내아들>은 이것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뉴스와 종이 신문의 장면들이 마치 참고 자료처럼 드라마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미래를 알고 있는 도준의 능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분당 신도시 계획이 발표되는 장면이나 조용필, 서태지 같은 아티스트가 언급되는 것, <나 홀로 집에>, <타이타닉> 같은 영화는 웹소설 콘텐츠에 익숙한 10⁓20대 초반 시청자에겐 낯설다. 근현대사와 2022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게 한국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활용되는 ‘재벌’이다. 준엄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재벌집 실내와 도준의 대학 생활이 교차되면서 다양한 장르적 수요도 충족한다.

3화에서 <타이타닉>을 두고 세현(박혁권)은 말한다. 사람들은 부자들이 골탕 먹는 얘기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달려올 것이라고. 현실에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머슴의 일생’을 보내고 처참한 최후를 맞이한 결말에서 복수를 준비하는 도준의 이야기도 시청자에게 그만큼의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일까. 도준이 자화자찬하듯, 이 드라마는 감이 좋다.

JTBC 금,토,일 밤 10시 30분 방송


글. 황소연
사진. JTBC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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