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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을 하는 게 너무 행복해요, 웬 미친 소리인가 싶지만 정말 몇 년 전 마감이 끝나고 선배에게 보낸 문자의 일부다. 아부성 발언이 아니라, 며칠 밤을 새우고, 디자인된 파일을 종이로 몇 번이나 보고 최종 인쇄를 보내놓고 새벽에 퇴근해서 집에 와 지친 등허리를 바닥에 누였을 때 ‘아, 힘들지만 뿌듯하다.’ 느끼던 시절이 한때나마 있었다. 젊어서 체력이 아직 버텨준 덕분에 며칠 밤을 새워도 괜찮았던 것이기도 하지만, 마감 후 마시는 맥주가 너무 맛있어서 그만… 마감 중독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꼭 원고 마감, 잡지나 책이라는 물성이 있는 형태의 ‘마감’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시일에 맞춰 해낸 후 탄산이 가득한 맥주 첫 모금을 넘겼을 때 그 맛을 아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언젠가는 마감 뒤 맥주를 한 모금 마신 후 ‘나는 이 맥주 맛 때문에 이 짓(?)을 계속하는 것은 아닐까.’ 진지하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문제는 마감이 완전히 끝나지도 않았는데도 이 탄산 맛이 못 견디게 그리울 때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으므로 알코올을 섭취했다가는 이후 일정이 다 박살이 나고 만다. 게다가 요즘은 마감이 끝난 후에도 과다하게 알코올을 섭취했다가는 늙은 간이 버텨내질 못한다.
다행히 시대의 변화로 우리에게는 ‘논알코올 맥주’라는 새롭고도 놀라운 상품이 도착했고, 그때부터 최대한 홉의 향을 흉내낸 무알코올 맥주를 찾아 헤매는 나의 여정이 시작되었는데… 취하지도 않을 거면 맥주를 왜 마시냐, 는 소리를 할 때도 있었지만 우리는 안다. 때론 ‘맥주를 마셨다’는 행위 자체가 필요할 때도 있다. 조금 저렴한 무알코올 맥주부터 해외 맥주까지 여러 맥주를 거쳐 현재 내 책상 위를 차지한 것은 ‘하이네켄 무알코올 맥주’다. 하이네켄에서 협찬이라도 받고 작성하는 글이면 참 좋으련만, 하이네켄은 연예인도 아니고 유명 유튜버도 아닌 나 따위에게 맥주 한 캔 무료로 주지 않았다. 후배의 추천으로 제주누보와 칭따오 무알코올 맥주도 마셔봤지만, 제주누보는 신맛이 너무 강했고 칭따오는 탄산이 조금 약하게 느껴졌다. 하이네켄 무알코올 맥주는 탄산과 홉을 흉내 낸 향이 적당해서 비교적 맥주에 가깝게 느껴진다. 물론 누군가 마감 끝나고 알코올 5% 맥주 마실래, 하이네켄 무알코올 마실래? 하면 내 손은 어김없이 알코올 맥주로 향하고….
글. 김송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