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방송화면
‘문제 장면’이 삭제되면 문제는 해결되는 걸까? 최근 많은 시청자들의 항의에 직면한 <오은영 리포트 시즌2: 결혼지옥>(이하 결혼지옥)은 항의의 요점이 되는 20회의 특정 장면을 다시보기 서비스에서 삭제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뇌리엔 거부 의사를 밝힌 딸에게 강제로, 반복적으로 몸을 밀착하는 계부의 모습이 남았다. <결혼지옥> 제작진은 사과했고, 오은영 박사도 입장문을 냈다. 제작진은 계부의 행동을 단호하게 지적한 오은영 박사의 발언을 상당 부분 편집했다고 밝혔다.
<결혼지옥>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예능스러운 자막이나 출연진의 화법을 고려했을 때, 제작진은 이슈가 된 장면이 여타 갈등, 의견 대립과 유사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런 시각은 이전 회차에서도 드러난다. ‘국경과 함께 넘은 선, 선 넘은 부부’. 이 부제를 보고 사람들은 아마도 서로에게 큰 잘못을 한 부부의 사연이 전개되리라 짐작할 것 같다. 그러나 시청자들을 기다리는 건 아내에게 ‘쌍욕’과 “죽빵 날린다” 같은 말을 내뱉고, 손가락 욕을 서슴없이 하는 남편의 모습이다. 갈등을 겪는 부부의 상황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함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어떤 갈등은 ‘쌍방책임’이라는 말로 간단히 설명할 수 없다.
ⓒ MBC 방송화면
한 회에서 솔루션을 내야 하는 특성상 전문가 한 사람의 분석에 방송의 흐름이 달려 있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아내에게 발길질과 폭언을 하고, 아이에게 체벌을 행사하는 게 왜 ‘육아 가치관의 차이’라는 자막으로 설명돼야 할까? 왜 눈물을 흘리면 숨겨진 진심이 드러난 것으로 봐야 할까? 욕설은 진심이 아니었으니 가정폭력으로 정의되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
욕을 하는 남편에게, 아이가 싫다는데도 스킨십을 하는 남편에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프로그램이 변명을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어린 시절의 상처가 부부 ‘갈등’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제가 되어버린다. 그렇게 가정폭력 피해자의 위치는 희석된다. <결혼지옥>의 목적은 관계 회복 이전에 불평등한 관계 인식이어야 한다.
MBC 월요일 밤 10시 30분 방송
글. 황소연
사진. MBC 방송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