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새삼스럽게 지난해 찍은 스마트폰 사진을 훑어보니 2022년 나의 주된 기쁨은 밥이었던 것 같다. 캠핑에서 즐긴 각종 구이 요리와 부산에서 먹은 돼지국밥, 자투리 재료로 만들어 먹은 볶음밥, 간식으로 산 감자칩과 바나나우유 등 유난히 음식이 많다. 초여름의 설렘이 느껴지는 5월 중순의 아이스크림 사진 다음 장엔 이 기사가 저장되어 있다. ‘임종린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트지회장 53일로 단식 중단’.
단식을 하면 사람의 몸은 어떻게 변할까? 임 지회장은 사측의 부당노동 행위에 대한 사과 및 원상회복을 요구하며 단식을 했다. 그의 SNS 기록에 따르면, 단식 20일 차엔 혈압과 혈당이 들쭉날쭉했고 27일 차엔 하루 종일 누워 있었다. 41일째 되던 날 그는 “단식이 끝난다 하더라도 라면은 10월에나 먹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단식을 한 일수의 세 배 기간은 일반식을 먹을 수 없어서다. 혈액검사에서 지방간 수치가 낮아져 좋아하던 그에게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몸이 하다하다 간에 있는 지방까지 끌어 쓰는 것이라고.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라, 우리는 일하다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신다. 빵이나 김밥 한 줄도 끼니가 된다. 그렇게 소소한 기쁨이 조금씩 연결되면 일상을 유지할 힘이 생긴다. 2022년 12월 27일 현재 국회 앞에서는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이 안전운임제 연장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 중이고, 한국와이퍼분회 노동자들도 사측의 위장청산에 맞서 단식 중이다. 유최안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등은 노조법 2·3조 개정을 요구하며 곡기를 끊었다.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용접공인 유 부지회장이 철제 감옥에 자신을 직접 가두고 세상에 던진 질문이다.
새해가 되면 또 이번 한 해는 어떻게 살아갈지 상상하게 된다. 기쁜 기억과 밝은 가능성만 가져가고, 좋지 않은 것들은 역사 속에 가둘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함을 안다. 2023년에도 슬픔은 찾아올 것이다. 그 시간을 잘 견디기 위해 기쁨과 헤어질 결심을 해본다. 미래의 일상을 위해 잠시 평범함과 멀어진 이들의 하루를 상상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글. 황소연
사진제공.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