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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93 커버스토리

배우 배인혁

2023.02.16


'한 편의 영화(<동감>)와 세 편의 드라마(<왜 오수재인가>, <슈룹>, <치얼업>)를 찍으며 바삐 달린 지난해를 뒤로하고 배인혁은 새로운 한 해 앞에 서 있다. 20대의 다양한 모습을 연기하며 모아온 청춘의 조각 덕분일까. 한순간 반짝이기보다 오래도록 은은히 빛나기를 바란다는 그는, 어쩐지 가까이에서 볼수록 푸른 봄처럼 해사하다. 연기를 하며 느낀 사명감과 책임감, 환희와 행복, 그 모든 것을 양분 삼아 배인혁은 오늘도 한 뼘 더 성숙해진다.'


화보 촬영이 능숙하던데요. 포즈와 표정이 자연스러워요.
아니에요, 어려웠어요. 화보 촬영은 할 때마다 어려운 것 같아요.(웃음)

대학 응원단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치얼업> 지난해 12월에 종영했어요. 단장 역을 맡았죠. 일대일로 치어리딩 레슨을 받으며 열심히 준비했다고 들었어요.
처음에는 소재가 신선해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 참여했는데, 촬영하면서 점차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실제 연세대학교 응원단을 모티프로 한 만큼 가볍게 임하고 싶지 않았죠. 주연으로서 극을 이끌어야 한다는 면에서 책임감도 느꼈고요. 평소에 춤을 추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들기는 했어요. 그래도 되지 않던 동작이 연습 끝에 제대로 되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치어리딩은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합을 맞춰 칼군무를 해야 하는 분야라 동작이 한 번에 맞아떨어졌을 때 느껴지는 재미도 있었어요.

영화 <동감>에서는 공부 잘하고 성격 좋은 기계공학과 학생회장 역을 맡았어요. 드라마 <치얼업> <멀리서 보면 푸른 >에서도 선배 느낌 한껏 풍기는 모습을 보여줬고요. 어른스러운 면모가 보이는 배역을 자주 맡는 같아요. 이유가 뭘까요?
일단 많은 분이 저를 제 실제 나이로 보시지 않는 것 같아요. 미팅 자리에 가도 나이를 실제보다 좀 많게 보시는데, 외적인 모습 때문에 그런지는 모르겠어요.(웃음) ‘내가 무게감이 있고 또래보다 성숙한 느낌이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긴 해요. 사실 미팅 자리가 편할 수는 없잖아요. 어느 정도 서로 예의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저를 어른스럽게 보시다가 분위기가 편해지면서 조금씩 드러나는 장난기 있는 모습을 좋게 보시고 궁금해하시기도 해요.

<슈룹>에서 김혜수 배우와 함께 연기하는 어땠어요?
인터뷰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매 순간 ‘이래서 선배님이 모두에게 사랑받는 배우구나.’ 하고 느꼈어요. 사실 처음에는 긴장을 많이 했는데, 천사처럼 무척 편하게 잘 대해주셨어요. 제가 누워 있는 장면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과자도 먹여주시고(웃음) 친근하게 다가와주셔서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죠. 촬영하는 동안 편히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셨어요.

출연한 작품이 해외에도 알려지면서 해외 팬이 많이 늘었어요. 인기를 실감한 적이 있나요?
영화 <동감>으로 무대 인사를 하면서 여러모로 많이 느꼈어요. 한국 팬들도 많이 찾아와주셨는데, 극장 안팎에 해외 각국에서 오신 분이 아주 많았어요. 저 하나 보기 위해 이 먼 곳까지 오셨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좋으면서도 책임감과 무게감이 느껴지더라고요.

힘들 조언을 구하는 사람이 있는지, 에너지 충전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요.
일과 관련해서는 소속사 대표님께 많이 여쭤봐요. 개인적으로 힘들 때는 친구들한테 말하고요. 조언을 바라고 말한다기보다는 그저 그렇게 이야기하고 나면 홀가분해진 느낌이 들죠. 그런데 제가 힘든 일이 있을 때 주변에 털어놓는 성격이 아니어서 혼자 품고 있다가 간당간당하다 싶을 때 친구들에게 이야기해요. 힘든 일을 남에게 굳이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냥 친구들 만나서 놀고 밥 먹으면서 에너지를 많이 충전해요. 활동적인 걸 좋아해서 축구나 볼링 같은 운동을 같이 하기도 하고요.

배우로서 꾸준히 오래가고 싶다고 했어요. 오래가기 위해 마음에 품고 되뇌는 인생의 모토나 명언이 있나요?
회사 대표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세요. “빛이 나되 눈부신 빛이 되지 마라.” 플래시는 터지면 되게 밝고 눈부시지만 아주 잠깐이잖아요. 한순간뿐이에요. 그런데 촛불은 은은하지만 오래가요. 눈부신 찰나의 빛이 아니라 오래도록 은은하게 빛나고 싶다는 방향성을 마음에 품고 있어요.

영화 <동감>에서 95학번 김은성 1999 시절을 연기했어요. 98년생으로서 1990년대를 경험하는 것이 새로웠을 듯한데, 감성이 맞았나요?
저는 잘 맞았어요. 세상이 빠르게 변해가는 가운데 레트로 감성을 지키는 분도 되게 많잖아요. LP 바나 구제 숍도 있고요. 그러다 보니 소품도 제가 흔히 보던 물건들이었어요. 디자인 면에서는 좀 예스러울 수 있지만 물건 자체는 접해본 경험이 있다 보니 1990년대 감성이 새롭게 다가오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우리 집에도 턴테이블이 있거든요. 어릴 적 사진을 봐도 배경이 그즈음이기 때문에 분위기도 잘 알고요. 40~50년 전이면 몰라도 제가 숨을 쉬고 살아 있던 때니까요.(웃음)

집에 턴테이블이 있군요. 음악을 좋아하나 봐요.
혼자 산 지 오래되다 보니까 집에 가만히 있으면 공허감이 들 때가 많아요. 그렇다고 하염없이 TV만 틀어놓을 수는 없어서 들여놓았어요.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틀 때와 달리 그때그때 원하는 가수의 LP를 찾아 듣는 재미가 있어요. 최근에는 이적 선배님의 노래를 들었어요.

바쁜 일상에서 나를 지키기 위한 습관이나 루틴이 있다면요?
원래는 없었는데 지난해에 새로 생겼어요. 졸리면 버티지 않고 자요. 사람한테 수면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체감했거든요. 지난해에는 무척 바빴던 터라 자고 싶은데 못 잘 때가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까 졸리면 그냥 자는 것도 필요하구나 하고 새삼 느꼈죠.

나답지 않은 모습을 표현할 연기에 재미를 느낀다고 했어요. 가장 재미있었던 캐릭터는 누구예요?
<왜 오수재인가>의 ‘최윤상’이요. 윤상이가 극 중에서 아빠한테 큰 소리도 치고 막 이래라저래라 하는데, 제가 아빠 앞에서 언제 그럴 수 있겠어요. 아빠와 아들 사이의 팽팽한 기 싸움도 그렇고, 아빠에게 밀리지 않으려 버티는 장면이 되게 흥미로웠어요. 실제로 그런 행동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 경험하지 않은 순간을 연기하면서 재미를 느꼈죠.

출연 작품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요?
지금 딱 생각나는 장면이 있는데, <멀리서 보면 푸른 봄>에서 ‘수현’이 유독 힘든 상황을 겪던 때였어요. 그때 꿈속에서 아빠를 만나게 돼요. 아빠가 돌아가신 뒤 엄마와 동생을 책임져야겠다고 마음먹고 공부도 열심히, 알바도 열심히, 매사 열심히 하는데 그게 참 힘든 거죠. 그래서 꿈에서 아빠한테 죄송하다, 엄마랑 동생을 못 지킬 것 같다, 아빠랑 한 약속을 못 지킬 것 같다고 말하는 장면이 문득 떠올라요. 촬영할 당시 많은 생각이 든 장면이기도 하고, 수현이 극 중 유일하게 무너지는 신이라 더 기억에 남나 봐요.

가장 재미를 느낀 캐릭터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모두 아버지와 관련이 있네요.(웃음)
그러게요. 아버지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데. 아버지와 사이가 굉장히 좋습니다.(웃음) 평소 부모님께 표현을 잘 못 하는 성격이라 더 마음이 간 것이 아닐까 싶어요.

처음 연기를 하겠다고 했을 부모님의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싫어하셨어요. 싫어하셨다기보다 안 믿으셨던 것 같아요. 사춘기 때 흔히 바람 든다고 하잖아요.(웃음) 그런 뉘앙스로 받아들이시더라고요. 진지하지 않게. 어릴 때 하고 싶어 하는 수많은 일 중 하나 정도로 가볍게 여기셨던 거죠. 그래서 반대하셨다가 요즘에는 아주 열심히 응원해주세요. 아버지가 자랑하고 싶어 하시면 옆에서 어머니가 말리세요. “안 돼, 안 돼.” 이러시면서.(웃음)

앞으로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장르나 역할이 있나요?
지금까지 학생 역할이나 청춘에 관한 작품을 많이 해서 앞으로는 사회로 나오고 싶어요. 그래서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될는지 모르겠어요.(웃음) 모든 장르를 다 해보고 싶지만, 액션이나 범죄를 다룬 장르물을 특히 더 해보고 싶어요. 어떨지 무척 궁금하고요.

혹시 다른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연기해보고 싶다고 느낀 캐릭터가 있어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황용식’이요. 강하늘 선배님보다 더 잘할 자신은 없어요. 그저 말 그대로 한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나라면 용식이를 어떻게 연기했을까, 저 캐릭터를 내 방식으로 자유롭게 표현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드라마를 봤어요. 실제로 혼자 막 해보기도 하고요.

최근에 재밌게 콘텐츠가 있으면 추천해주세요.
이미 많이들 보셨을 텐데, 드라마 <약한영웅 Class 1>이 진짜 재밌었어요. 근래 본 작품 중 제일 재밌게 본 것 같아요. 최근에 나온 작품은 아직 많이 못 봤는데, 시간 나면 드라마 <더 글로리>를 보려고요.

20대의 한가운데에 있는 지금, 앞으로 남은 20대를 어떻게 그려가고 싶어요?
저는 이렇게 빨리 지금 이 나이가 될 줄 몰랐어요. 스무 살 때까지만 해도 스물대여섯 살이 되게 어른스러워 보였거든요. 모든 걸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막상 되고 보니 별다를 것이 없더라고요. 스무 살 때랑 똑같은데 숫자만 바뀐 것 같아요.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성숙하고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아는 것도 많아지기를 바라고요. 20대는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30대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이 과정을 통해 성숙하고 더욱 깊이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진행. 김송희
글. 원혜윤
사진. 영배
헤어. 지경미(요닝)
메이크업. 나래(요닝)
스타일리스트. 김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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