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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93 스페셜

갓생은 장기 프로젝트

2023.02.17


'직장인에게 1월 1일 새해란? 평일이라면 새해를 핑계 삼아 하루 편하게 쉴 수 있고, 주말이라면 그냥 여느 때와 다름없는 휴일이다. 올해, 2023년 첫날이 딱 그랬다. 벌써 직장인으로 보낸 시간이 어언 10년이다. 올해는 회사 사업 계획을 짜고 업무 성과를 달성하고 동료들과 축하하는 것보다는, 내 인생의 프로젝트를 잘 완수하고 성취감을 느끼며 보내고 싶었다. 내가 나를 챙기지 않으면 똑같은 매일을 보낸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내 인생을 잘 살아보기 위해, 그렇게 갓생 프로젝트를 실행해본 올해 첫 달 이야기.'


1 1~2 출근길, 갓생 살기 잘했다
늘 비슷한 출근길이지만 ‘갓생을 살아보자!’ 결심하니 마음이 들뜬다. 출근길에 뉴스 기사를 읽어본다. 금리도 오르고 물가도 오르는데, 내 월급은 안 오르네? 특히 반도체가 힘들다고 한다. ‘삼전’ 주식을 가지고 있는데 마음에 걸린다. 경기가 좋지 않으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가계부를 작성하면서 소비 습관을 점검해본다. 어제 이만큼 썼구나. 쌀국수 한 그릇에 12,000원, 커피 5,000원. 정말 비싸다. 되짚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결제 내역들이다. 나중에 몰아서 작성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작성했다.

퇴근 루틴은? 국민 새해 계획으로 갓생 살아보기
주 4회 한 시간 운동, 독서, 일기 쓰기. 전 국민의 새해 계획, 나도 놓칠 수 없지. 9시부터 6시까지 회사의 프로젝트를 위해 힘을 쏟았다면, 퇴근 후에는 일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 힘을 쓸 시간이다. 무엇보다 체력이 중요하다. 작년부터 꾸준히 하고 있던 필라테스를 이번 주에는 네 번 했다. 아직 첫 주라 루틴 달성률이 좋다. 체력이 있어야 목표도 생각나고 몸을 움직일 수 있다.

올해는 독서를 통해 경제 관련 지식을 쌓는 것이 목표다. ‘올해 책 100권 읽기’보다는, ‘매일 30분 독서’가 나에게 더 잘 맞는 루틴이다. 먼저 책을 가까이에 두어야 하고, 책을 펼쳐야 한다. 읽기 시작하면 30분은 순식간에 지나가지만, 하루 종일 회사 업무를 보다가 집에 와서 책을 읽으려니 눈이 침침하다. 책을 읽다 깜빡 졸기도 한다.

사실 새해 루틴 중 가장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건 바로 ‘내일 입을 옷 준비하기’다. 달성률 100%다. 전날 저녁 1~2분만 투자하면, 귀한 시간을 아낄 수 있고 잠도 더 잘 수 있다.

1 3~4, 작심삼일? 작심삼주!
셋째 주가 되니 습관이 된 루틴도 있고, 아직 목표 달성이 어려운 것도 있다. 출퇴근길 뉴스 읽기는 전날 컨디션에 따라 달성이 좌지우지된다. 야근 혹은 저녁 약속으로 하루 마무리가 늦었을 땐 출근길에 세상과의 소통을 단절한다. 눈을 감고 노래를 들으며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회사 도착. 그렇게 아침 루틴은 순식간에 무너진다. 한 시간 정도의 출근길,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들으며 ‘오늘 하루를 잘 보낼 수 있겠다.’는 성취감이 들기도 하지만, 달콤한 휴식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작심삼일, 아니 작심삼주다. 어른들 말씀 틀린 것 하나 없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퇴근 후 시간이 남아 있으니까.

퇴근 갓생 살기 프로젝트, 팀장도, 팀원도
바빠서 3주 차에는 운동을 못 했다. 역시 목표를 달성하려면 장치가 필요하다. 주 4회 운동을 위한 장치는 헬스장 이용권. 4주 차엔 헬스장 등록 후 주 2회 운동을 했다. 1월이다 보니 헬스장에 사람이 정말 많다. 우리 새해부터 연말까지 꾸준히 함께 운동합시다!

운동 후 책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경제 지식을 얻기 위해 시작했는데 ‘30분 독서’ 루틴 자체를 달성하려다 보니 평소 읽고 싶었던 가벼운 에세이 위주로 독서를 하고 있었다. 목표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던 것이다. 회사에서는 동료들과 진행 사항을 점검할 수 있었는데, 내 인생과 일상은 논의할 사람이 나뿐이다. 정신을 잘 차려야 한다. 다시 한번 내가 왜 이 루틴을 하는지 명확하게 생각해봐야겠다. 시간은 제한적이고 하루는 소중하니까.

회사에서는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는데, 갓생 프로젝트의 팀장은 나, 팀원도 나다. 작년부터 쓰고 있는 블로그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기록하고 있다. ‘루틴이 작심삼주가 되어버렸다’는 글을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읽어주셨다. 내가 기획한 글에 많은 공감을 받으니 사람들과 함께 글을 완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하는 프로젝트인 줄 알았는데, 함께 하는 팀원들이 생긴 셈이다.

다만 일기 쓰기는 아직 습관이 되지 않았다. 피곤한 날에는 펜을 들 수 없을 정도라 포기하기도 하지만, 쓸 땐 누구보다 열심히 기록하고 있다. 어느 날은 이런 문장을 일기장에 적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갓생 살기 참 재미있다’.

'갓생 프로젝트, 그기 돈이 됩니까?
‘1,000억 매출 달성’처럼 성과를 내야 하거나, 남들에게 보여주면서 인정받기 위한 건 아니다. 그저 어제보다 나은 나, 행복한 날을 만들기 위한 일상이다. 대단하지는 않지만 나를 위한 루틴을 꾹꾹 눌러 담아 채우면, 오늘은 온전히 나를 위해 살아낸 것이다. 이것이 갓생이다. 이 루틴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성취감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해준다. 그 자신감으로 앞으로 더 큰 일도 할 수 있고, 자존감도 올라갈 것이라고 믿는다. 오늘 못 했다면? 내일 하면 되지. 우리의 갓생은 하루 단기 프로젝트가 아니라, 인생 장기 프로젝트니까.


글 | 사진제공. 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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