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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94 빅이슈

홍대입구역 2번 출구 안연호 빅판

2023.03.07


'독자들에게 편지를 쓰는 빅이슈 판매원(빅판)이 있다. 그는 신간이 나오는 날이면 손 글씨로 정성껏 쓴 편지를 잡지 사이에 끼워 넣는다. “독자님들께 받기만 했지, 드릴 게 없어 편지를 쓴다.”는 홍대입구역 2번 출구 안연호 빅판을 만나 그가 꾹꾹 눌러쓴 편지로 일상의 안부를 묻고, 전하는 독자들과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았다.'


《빅이슈》를 판매하신 얼마나 되셨어요?
제 고향이 충북 제천이에요. 서울로 올라온 지 3년 됐어요. 그 전에는 제천에서 부모님과 농사지으며 살았어요. 부모님은 아직 제천에 계세요. 서울에 와서 곧바로 《빅이슈》 판매 일을 시작했으니 3년이 되었네요.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좀 힘들었어요. 농기구나 비료 이런 것들이… 농업도 현대화되잖아요. 그런데 부모님은 옛 방식을 고집하시더라고요. 이런 여러 가지 점들이 맞지 않아 서울로 올라왔어요.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할 무렵 이 일을 시작한 거지요. 그때는 코로나19가 이렇게 크게 번질지 몰랐어요. 판매를 시작한 후 고생을 많이 했어요. 코로나19 때문에 모두가 참 힘들었잖아요. 그래도 어차피 제가 여기에 몸담았으니 열심히 해보기로 다짐하고 해온 게 어느덧 3년을 넘겼네요.(웃음)

부모님은 아직 농사를 지으세요?
두 분 다 건강이 좋지 않으세요. 연세가 높으시니까요. 아버지가 지금 위암 말기라… 얼마 못 사실 것 같아요. 어머니도 많이 편찮으셔서 제가 마음이 좋지 않아요. 요즘 부모님이 병원 다니시느라 서울에 자주 올라오세요. 제가 뭐 딱히 해드릴 것도 없고, 전화나 일주일에 두세 번 드리는 것이 다지요.

홍대입구역에서 판매하시죠?
네, 2번 출구에서요. 주로 젊은 분들이 사시지만 간혹 연세 드신 분들도 사 가세요. 의외로 연세 높은 남자분들도 많이 사시지요. 3년 동안 단골이 되어주신 분도 계시고요. 항상 제 매대 앞으로 지나다니시니까 볼 때마다 인사를 나누곤 하지요. 그분은 신간 나오는 날이면 잡지도 꼭 사주세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독자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빅판님의 특별한 방법이 있다고 들었어요.
제가 독자들께 뭐, 드릴 건 없고 손 편지를 써서 드려요. 신간이 나오는 날이면 직접 쓴 편지를 잡지 사이에 끼워두지요. 책만 팔다 보면 제가 하루 종일 서 있는 게 의미가 없더라고요. 삼성역의 문영수 빅판님이 독자들께 편지를 쓰신다고 듣고 생각해보니 무척 의미 있는 일이더라고요. 처음에는 너무 쑥스러웠어요. 그렇잖아요. 제 속마음을 누군가에게 전한다는 게. 근데 쓰다 보니 글이 점점 늘더라고요.

그러다 남는 공간에 고양이, 나비, 꽃 등 최대한 이쁜 걸로 골라 스티커까지 붙여 드리게 되었네요.(웃음) 제가 그림을 잘 그리면 직접 그려 드리고 싶지만, 그림을 못 그려서 그 대신 스티커를 붙여 드려요. 스티커 사느라 다이소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지요. 제가 가는 다이소 직원들이 저를 다 알아볼 정도예요.(웃음) 그렇게 드리니까 독자들이 무척 좋아하시더라고요. 좋아하시는 모습 보면 또 제가 뿌듯해 더 하고 싶어지고요. 그러다 보니 편지 쓰기를 못 그만두겠더라고요. 지금은 안 쓰면 허전해요. 어떻게 보면 중독 같기도 하고.(웃음) 어떨 땐 편지 쓰느라 새벽 3~4시까지 깨어 있을 때도 있어요.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아요.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연습장에 썼다가 편지지에 옮겨 써야 하고요. 좋은 시구가 있으면 그것도 적어 드리고 그래요.

쉽지 않은 일일 텐데, 독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져요.
독자들이 좋아하시니까 하는 거지, 싫어하시면 저도 할 이유가 없잖아요. 독자들이 좋아해주시니까 쓰는 저도 즐겁게 계속할 수 있고요. 제가 독자들께 받기만 했지, 드릴 게 없어요. 편지라도 드리니 제 맘도 좋고 그래요.

편지에 가장 많이 쓰시는 내용은 무언가요?
항상 건강이란 단어를 많이 써요. 독자들이 항상 건강하시길 빌어요. 사실 쓸 때 고민을 많이 해요. ‘오늘은 무슨 내용을 써야 하나.’ 하고 고민하는데, 쓰다 보면 건강이란 말이 제일 많이 나와요. 제가 몸이 건강하지 못하니 독자들한테도 건강이 최고다 싶더라고요.

답장해주시는 독자분도 있나요?
그럼요. 판매라는 게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는데, 아예 안 팔릴 때 독자님께 손 편지를 받으면 저는 그게 그렇게 좋아요. 그런 날은 제가 자랑 엄청 해요. 오늘 판매가 잘 안 돼도 이런 편지를 받아서 기분이 아주 좋다고요. 판매가 잘된 날보다 더 좋은 날이죠. 그동안 받은 편지도 다 모아두었어요. 저녁이면 독자들 편지 꺼내 읽어보고 그래요. 내용이 다 다르잖아요. 이 편지도 봤다가, 저 편지도 봤다가 하면 저녁 시간이 금방 가요.

답장 특히 인상적인 있나요?
이 얘기 하려면 눈물이 나는데… 젊은 독자였는데 몸이 많이 아팠대요. 몸도 아프고 하는 일도 잘 안 풀려 방황을 많이 했나 봐요. 제 편지를 읽고 자기도 마음을 고쳐먹고 열심히 산다는 내용이었는데, 내가 쓴 편지가 누군가한테 이렇게 힘이 됐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편지를 계속 써야겠다고 다짐했지요.

한번은 그날이 제 생일이어서 다이소에서 2000~3000원 하는 액자를 열 개 정도 사놨다가 독자들께 하나씩 드렸어요. 너무 고마워서 하나씩 드렸지요. 제 생일이니까 특별한 날이잖아요.(웃음) 때마침 그날 잡지를 구매하신 한 독자분이 저랑 생일이 같대요. 그분이 케이크랑 책, 손 편지를 갖고 다시 오셨더라고요. 제가 그날 눈물이 나서 참느라 힘들었어요. 고맙고 감사한 일이 참 많아요. 제가 편지에 몸이 아프다고 쓰면 오셔서 괜찮으냐고 물어봐주시고 그래요. 그럴 때 힘이 나고 몸도 아프지 않은 것 같지요. 요즘은 몸이 다시 좋아져 더 열심히 판매하고 있어요.

고시원에서 지내는 어떠세요?
솔직히 불편하지요. 생판 모르는 사람들끼리 사는 곳이잖아요. 처음에는 많이 부딪쳤어요. 고시원 원장님이 참 좋은 분인데, 저한테 ‘그냥 그러려니 해.’라고 말씀하세요. 저도 3년이나 지내다 보니 지금은 적응됐나 봐요. 솔직히 불편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고 덜 불편해진 거지요. 지금은 서로 참고 그래요. 거기 사람들이 악의는 없어요. 함께하는 시간이 흐르다 보니 서로 이해하게 되고 그래요. 거기서 제가 막내거든요. 쉰이 넘었는데.(웃음)

막내라고 괴롭힘당하시는 아니에요?(웃음)
그런 거 없어요.(웃음) 지금은 서로 장난도 치고 그래요. 제 옆방 형님이 요리를 엄청 잘하세요. 아침부터 음식을 해주시면 그걸 배부르게 잘 먹었거든요. 그런데 정작 본인은 안 드시고 저만 먹이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당뇨가 왔나 봐요.(웃음) 지금은 저 몸 아픈 거 알고 안 그러시지요. 저도 노력 많이 했어요. 어떻게 하면 이 사람들하고 친해져 잘 지낼까 하고요. 한곳에 같이 사는 데 불화가 있으면 힘들잖아요. 저도 노력해야지요. 그러려니 하고 서로 이해하고 살아야지 어쩌겠어요. 처음부터 잘 맞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세월이 흐르면 다 해결되지요.

독자들께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으셔서 인터뷰에 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진짜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독자들께 약속드릴게요. 항상 고맙고 감사하면서 열심히 살겠습니다. 건강하시고 늘 하시는 일 늘 잘되길 바라요. 동료 빅판님들도 항상 건강하시고요. 다들 건강이 많이 좋지 않으시니까 몸 관리를 잘하셔야 해요. 건강이 최고예요. 사람이 건강해야 일도 하지요.(웃음)


글. 안덕희
사진. 김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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