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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95 컬쳐

수다가 필요한 날에 보는 유튜브 채널 4

2023.03.18


신명 나는 수다를 떨어본 지가 언제인가 싶다. 형식적인 안부를 묻고, 영혼 없는 스몰 토크를 주고받는 자리는 자꾸 늘어나는데, 가슴속에 몽글몽글한 무언가가 피어나는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상대는 점점 줄어든다. 인스타그램으로 근황을 알 수 있고, 카카오톡으로 안부를 물을 수 있지만, 이런 것들이 직접 만나 나누는 대화의 풍요로움을 온전히 대체하지는 못한다.

그 때문일까? 나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대화를 나누는 토크쇼를 좋아한다. 누군가의 인생과 철학을 듣는 일은 늘 예상외의 재미를 안겨준다. 1990년대 후반, 아련한 그 시절에 사랑했던 <김혜수 플러스 유>나 <이승연의 세이세이세이> 같은 전통 토크쇼는 보기 어려워졌지만, 요즘 유튜브에는 유쾌한 대화의 즐거움을 담아낸 다양한 토크 콘텐츠가 존재한다. 잠들기 전 힘든 하루를 툭툭 털어내고 싶을 때 보기 좋은 가벼운 농담과 소소한 대화. 수다의 진수를 보여주는 유튜브 채널 네 개를 소개한다.

세계에서 제일 핫하고 트렌디한 무국적 토크 쇼, ‘PSICK SHOW’

ⓒ ‘PSICK SHOW’ 스틸컷

부캐 세계관을 무한히 확장하며 팬덤을 늘려가고 있는 <피식대학>. 영미권 토크쇼의 형식을 차용한 ‘피식쇼(PSICK Show)’를 매주 공개한다. 세계에서 가장 핫하고 트렌디한 쇼라는 설정인데, 실제로 이 쇼의 팬이라는 그룹 BTS의 리더 RM이 출연한 편은 콘셉트가 아닌 현실로, 글로벌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월드 스타 RM에게 ‘메신저에 친구 생일이라고 뜰 때 얼마 정도 하는 선물을 보내느냐.’는 엉뚱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진지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던 것도 <피식쇼>이기에 가능한 일. 대부분의 대화가 영어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말맛을 살려내는 초월 번역을 보는 것도 재미의 한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편은 릴 체리와 골드부다 남매가 출연한 에피소드. 세계적인 섹스 심벌이라는 부캐로 등장하는 김민수의 캐릭터 설정이 빛을 발하며 릴 체리와 특별한 케미를 빚는다. 최근 ‘피식쇼’ 방청 모집 공지가 올라왔던데, 방청객 앞에서 펼치는 이 무국적 토크쇼는 어떤 모습일지 벌써 기대된다. 일단 신청자 명단에 이름부터 올려볼 일이다.

토크 끝판왕의 등장, ‘핑계고’

ⓒ ‘핑계고’ 스틸컷

유재석마저 유튜브를 시작했다. 이 정도면 예능 프로의 중심이 공중파에서 유튜브로 이동하고 있음을 증명한 셈이라고 할까. 그의 기획사 안테나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뜬뜬(DdeunDdeun)>에서 공개하는 ‘핑계고’라는 제목의 토크쇼는 이런저런 명목으로 게스트를 초대하긴 하지만, 결국 그건 다 핑계고 마음대로 웃고 떠들어 젖히는 것이 전부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예능 황제의 유튜브 데뷔치고는 다소 소박한 콘텐츠. 별다른 기획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극적인 소재를 채택하지도 않는다. 그저 조세호, 남창희, 홍진경, 이광수 등 평소 유재석과 친분이 깊은 인물이 출연해 한 시간 남짓 수다를 떨 뿐이다.

하지만 악바리처럼 춤을 연습하거나 쉴 새 없이 달리거나 단정하게 앉아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 유재석이 아니라, 아무 준비도 하지 않은 듯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의 유재석을 만날 수 있어 오히려 신선한 콘텐츠. 유재석 본인도 기대하지 말라는 말을 던지며 시작한 토크쇼. 하지만 아무 내용도 없는 수다인데 한 10분 봤나 싶으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기 일쑤인 거 보면, 역시 고수는 어디에 있어도 그 진가를 숨길 수 없는 법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술 진솔한 이야기, ‘슈취타’

ⓒ ‘슈취타’ 스틸컷

슈가가 취하는 타임, ‘슈취타’는 BTS의 멤버 슈가가 게스트와 술잔을 기울이며 담소를 나누는 토크쇼다. 같은 팀의 멤버인 RM부터 배우 이성민까지, 호스트와 개인적 친분이 있거나 혹은 호스트가 평소 만나고 싶었던 인물을 주로 초대한다. 특히 빅뱅의 태양이 출연한 편에서는 동경하던 스타를 만난 팬으로 돌아간 순수한 슈가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색다른 재미를 주기도 했다.

‘슈취타’는 슈가라는 사람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하는 ‘입덕’ 모멘트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그간 그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토크쇼를 통해 얼마나 음악적 열정이 뜨겁고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다정한 면모를 지닌 사람인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시끌벅적한 콘텐츠가 주를 이루는 유튜브에서 보기 드문, 차분하고 진중한 분위기의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토크쇼. 보고 있으면 술 한잔 나눌 친구가 그리워진다.

썰 풀이의 은둔 고수 풍자의 ‘빨리요’

ⓒ ‘빨리요’ 스틸컷

개인 방송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썰’을 풀며 인기를 모으기 시작해, 이제는 유튜브 예능을 넘어 공중파 방송까지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방송인 풍자. 각종 콘텐츠에 게스트로 출연하며 화제를 만들어내던 그녀는 ‘바퀴 달린 입’의 고정 멤버로 출연하며 입지를 굳히더니, 이제는 유튜브 예능 ‘또간집’이나 tvN ’한도초과’ 등의 메인 MC로까지 성장하며 예능 대세임을 증명하고 있다.

‘빨리요’는 게스트의 이미지를 세탁해준다는 명분 아래 실제 빨래방에서 대화를 나누는 토크쇼. 뱀뱀이나 시아준수 같은 아이돌부터 <환승연애> 출연자 이나연 같은 화제의 인물까지 출연진의 폭이 넓은 편이다. 말을 들어줘야 하는 호스트 역할을 하다 보니 풍자 특유의 말솜씨가 제대로 드러나진 못하지만, 돌려 말하는 법이 없으면서도 무슨 이야기든 잘 받아줄 것 같은 풍자만의 매력은 유효한 덕에 어떤 게스트가 나와도 활기 넘치는 ‘티키타카’가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웃은 에피소드는 서준 엄마(박세미)가 등장하는 편. 신도시에서 가장 핫한 미시, 서준맘의 쉴 새 없는 수다에 실시간으로 기가 빠지는 풍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글.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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