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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95 컬쳐

OTT ― <나는 신이다>

2023.03.21

ⓒ <나는 신이다>

3월 5일 현재, <나는 신이다>를 포털 뉴스 키워드로 검색하면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들이 나온다. <“주님, 저희와 반신욕해요”… JMS 정명석 다룬 ‘나는 신이다’ 피해 내용 공개돼>(MBN), <“꽉 껴안아 줘”… 정명석 실체 다룬 ‘나는 신이다’, 공개 후 후폭풍>(데일리안), <“정명석 1만명 강간 계획 거의 달성” 넷플릭스 다큐 파장>(주간조선) 등. 몇 가지 예를 들었지만 <나는 신이다>가 공개된 후 피해자 혹은 가해자의 말을 부각하는 제목의 기사들이 생산되는 중이다. 특히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 정명석의 성폭력 피해자들이 경험한 상세한 피해 상황이 네티즌의 반응과 함께 기사의 주 내용을 구성한다.

물론 고발 다큐멘터리 특성상 피해 사실의 나열과 부각은 <나는 신이다>의 주 역할이다. 특히 에피소드 1~3화는 JMS 안에서 발생한 성범죄를 중심으로 다룬다. 이 회차들은 JMS 측에서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하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신의 신부들’, ‘적색수배 메시아’, ‘전자발찌 메시아’라는 각 회차의 제목이 이를 잘 드러낸다. 다만 다큐멘터리 도입에서 사실적인 성적 학대 묘사가 있음을 밝히고 경고함에도, 피해 사실의 참혹함을 영상으로 빚는 방식에 아쉬움이 남는다. 여성이 옷을 벗고 문을 여는 회차 오프닝이나 피해자들의 외모를 묘사하는 발언,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피해자들의 신체 사진은 ‘굳이?’라는 의문을 자아낸다. 이 다큐멘터리가 여타 범죄를 다루는 넷플릭스의 다른 작품과 다르게 느껴졌다면, 그런 지점 때문일 것이다.

ⓒ <나는 신이다>

<나는 신이다> 속 성폭력 피해 사실을 상세히 나열한 기사 중 하나에 눈길이 갔다. “누리꾼들은 ‘너무 충격적이어서 10분도 못 보겠더라’, ‘정말 구역질 났다’, ‘끔찍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더 이상 피해자가 안 나오길’ 등의 댓글을 남기고 있다.”(<“여성 1만 명과 성관계 하늘의 명령” JMS 담은 ‘나는 신이다’ 충격>–뉴시스) 구역질나고 끔찍하다는 말이 들려올 것을 알면서도 피해자들은 카메라 앞에 앉았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내가 나섰다면 다른 피해자가 없었을 것”이라고 자책하는 피해자들과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와중에도 기자회견장에 가야 한다는 피해자 메이플의 결심에 집중한다. <나는 신이다>에는 아쉬운 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왜’를 캐묻는 방식을 취하진 않는다.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내보내는 것이 피해자들의 강력한 의지를 존중하지 않는 무례한 방식임은 분명하다.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시청의 윤리’에 걸맞은, 기사 제작 전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의 윤리’가 필요치 않다고 본다면, 언론이 성폭력 관련 보도를 해야 할 명분은 없지 않을까?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


글. 황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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