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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95 에세이

우리들의 디토

2023.03.21

ⓒ <다큐 황은정> 은정이는 열다섯 스틸

짧게는 10초 길게는 60초 남짓 이어지는 유튜브 쇼츠는 때때로 예상치 못한 곳으로 나를 이끌기도 한다. 요즘 나는 틀어놓기만 하면 알아서 이런저런 콘텐츠를 재생해주는 쇼츠 시청에 푹 빠져 있는데, 그러던 중 ‘우당탕탕 알바 공감’이라는 제목의 쇼츠를 접하게 되었다. 아르바이트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라 시청하는 내내 끄덕임을 멈출 수가 없었는데, 편의점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물류 창고에 들어가는 순간 환청처럼 귀를 괴롭혀대는 종소리 에피소드에 격하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만들어낸 콘텐츠 속 가상의 인물(부캐)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생성하여 일명 ‘과몰입’을 불러일으키는가 하면 뛰어난 관찰력으로 우리 주변에 한 명쯤은 있을 법한 ‘빌런’들을 흉내 내어 문화인류학자라 불리기도 하는 유튜브 채널 <사내뷰공업>은 젊은층, 그중에서도 Z세대들에게 큰 인기를 끈다. 여러 부캐 중 한 명인 황은정이 등장하는 새로운 콘텐츠 ‘은정이는 열다섯’ 시리즈 역시 조회 수 1000만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이번엔 특히 9n년대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띤다.

ⓒ <다큐 황은정> 은정이는 열다섯 스틸

어째서 이번 시리즈가 유독 9n년대생들의 지지를 받게 되었는지는 재생 버튼을 누르는 즉시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다. 단, 시청하는 이가 9n년대생이라는 전제하에 말이다. 버섯을 연상케 하는 머리 모양, 바람에 앞머리가 갈라질세라 손에서 한시도 놓지 못하는 100원짜리 꼬리빗, 눈알을 뒤덮고도 남는 큰 직경의 서클 렌즈, 등골 브레이커라 불리던 노스페이스 패딩, 교실 벽 곳곳에 묻어 있는 틴트 자국. ‘은정이는 열다섯’은 단 10분 만에 우리의 시간을 10여 년 전으로 되돌려놓는다. 그 시절의 UCC는 틱톡이, 싸이월드의 공백은 인스타그램이 채워주었지만 가끔 그 시절의 것들이 그리울 때가 있기 마련. 어쩌면 ‘은정이는 열다섯’ 시리즈에 대한 9n년대생의 열광은 과거에 대한 그리움에서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1년 전쯤, 추억 속으로 사라졌던 싸이월드가 살아난다는 소식에 걱정 반, 설렘 반으로 로그인해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너무 궁금한데, 절대 열어서는 안 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기분이랄까. 그런데 굳이 과거의 나를 마주하지 않아도 클릭 한 번에 퇴근길 버스에서 그 시절의 추억을 꺼내볼 수 있다니! 앞머리를 사수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거리이던 그때가 그리워질 때면 핸드폰을 들어 빨간 재생 버튼을 눌러보길.


글. 김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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