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이 어우러진 푸른 마당과 깨끗한 공기, 낮은 담장과 정겨운 집 인테리어. 그리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하는 고민과 걱정까지. 시골 생활의 즐거움도 어려움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유튜브 채널을 소개한다.
- <미쓰단순>
스스로를 독거 중년이라 일컫는 ‘미쓰단순’의 일상은 ‘단순’하다. 직접 가꾼 텃밭에서 따온 재료로 상을 차리고 반려동물과 산책을 하고 햇볕에 빨래를 말리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시골 숲속의 작은 집에 혼자 사는 여자의 일상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미쓰단순은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는데, 가끔 붕어빵 메이커 같은 소소한 물건 소비를 참지 못해 ‘시골 맥시멀리스트’가 되기도 하는 모습을 볼 때면 웃음이 난다. 꾸미지 않은 솔직한 모습이 마치 “야 너두 귀촌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채널의 귀여움을 담당하는 댕냥이 ‘단디’, ‘순디’의 투덕거리는 케미와 사이에서 둘을 중재하는 집사 모먼트도 묘미. 미니멀라이프를 꿈꾼다면 ‘미니멀라이프 주방 수납 정리 청소 공중부양 꿀팁 3가지 안 보면 후회!’를 추천한다. 당장이라도 공중부양 꿀팁을 공유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지만, 보는 이의 몫으로 남겨두겠다.
- <멀리사는 이야기 / 용용일기>
'내가 살고 싶은 곳에서 살고 싶어서'. '멀리사는 이야기 / 용용일기'는 도시에서 5일, 시골에서 2일, '5도2촌'으로 시작해 시골에 적응해가는 콘텐츠가 주를 이룬다. 도시보다 훨씬 넓은 곳에서 살아보고 싶어 하는 이들의 로망을 자극하는 리모델링 영상이 인기다. ‘시골집 리모델링 공사전후 매매에서 완성까지’는 조회 수 124만 회를 기록했다.
창호지를 바른 사잇문, 러그를 깔아둔 탁상 자리에서 은근히 배어 나오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은 대체로 비슷한 도시 주거 공간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정원 풀 뽑고 할머니와 튀김 해서 먹기’, ‘시골인심? 오늘 그 진심을 알았습니다’ 같은 영상에선 고즈넉한 이야기가 도시인을 위로한다.
- <리틀타네 슬기로운 생활>

'리틀타네'는 도시에서 바쁜 삶을 살다가 시골행을 선택했다. 집에서 보관하다가 싹이 나버린 감자를 농사용으로 심거나, 귀촌인들이 말하는 고충은 귀농, 귀촌의 현실성과 생활감을 부각한다. 온라인상에 떠도는 각종 밈과 짤, 음향효과가 더해져 10여 분의 영상은 ‘순삭’된다. ‘귀농, 귀촌’ 하면 으레 떠오르는 바이브와는 거리가 먼 셈인데, 그래서 더 재밌다.
리틀타네는 농촌에서의 생활을 아름답게만 말하지 않는다. 특히 귀촌을 꿈꾸는 이들이 걱정하는 ‘돈벌이’에 대한 이야기들은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중. 리틀타네는 귀촌 뒤 재택근무로 돈을 벌고 있는데. ‘프리랜서의 경우 귀촌만큼 좋은 선택은 없다.’고 시골 생활을 추천하기도 한다. 시골 생활이 쉽지만은 않다고 말하던 ‘귀촌 선배’들은 ‘힘들어도 동네 한 바퀴를 돌면 불안한 마음이 싹 풀린다.’고. 역시 공간의 매력은 발견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 <냥숲>

가지런히 놓인 컵과 조리도구, 햇볕에 잘 말린 앞치마. 나물을 다듬고 재료를 써는 소리. 그리고 먹음직스러운 음식과 귀여운 고양이들이 ‘냥숲’의 무드를 만든다. 마니아들이 있는 유튜브의 살림살이, 청소 루틴 영상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그 배경이 시골이라는 점이 다르다. 아름다운 영상미로 해외 팬들도 많다.
냥숲은 스스로를 ‘집순이’로 칭한다. ‘새로운 계절 집 정리, 수납공간 꾸미고 종일 부엌에서 반찬 만들기’, ‘집밥이 좋은 집순이의 가을 삼시세끼 요리’, ‘집에서 보내는 나를 위한 시간’. 다섯 살 때부터 지냈다는 마을에서 직접 설계하고 지은 공간은 종종 직접 만든 가구로 채우고 부지런히 쓸고 닦으며 비로소 채워진다. 영상을 보고 있으면 ‘집’은 생활공간인 동시에, 너른 숲이 집을 위해 내어준 품을 은유하는 듯하다. 그야말로 ‘리틀 포레스트’다.
글. 김윤지·황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