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피알 뮤직(NPR MUSIC)
유튜브 뮤직에서 음악을 들을 때 선택은 한 곡이면 충분하다. 그다음부터는 AI의 몫. 내가 좋아할 것 같은 곡들을 알아서 나열해준다. 그런데 나란 사람의 취향이란 것이 뻔하다 보니 시작점을 찍는 곡이 언제나 거기서 거기. 알고리즘이 안내하는 음악 또한 비슷한 루틴으로 이어지고, 결국 매일 듣던 노래만 또 듣게 되어버린다.
익숙한 노래가 유독 지겹게 느껴지는 날에는 좋아하는 노래의 라이브 영상이나 음원을 검색해본다. 현장의 분위기, 뮤지션의 컨디션에 따른 목소리의 차이, 단 한 번뿐이었던 애드리브 등에 따라 노래는 무한히 변주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래라는 것이 참 좋아도 얼마나 좋은지 직접 들어보지 않으면 아무리 말로 설명해도 전달이 되지 않으니, 혼자서만 듣기 아까울 정도로 좋았던 라이브 채널을 열 마디의 수식보다 확실한 QR코드로 공유한다.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세상과의 단절이 필요할 때, 지루한 근무 시간을 조금이라도 빠르게 흘려보내고 싶을 때, 봄꽃이 가득 핀 아름다운 길을 천천히 걸을 때, 오늘 추천하는 채널들을 연결해보시라. 당신의 평범한 순간이 배경음악 하나에 극적으로 반전될지도 모른다.
포스트모던 주크박스(Postmodern Jukebox)
숨은 음악의 발견, 온스테이지
온스테이지
유튜브가 인디 뮤지션의 등용문 역할을 하게 된 지는 꽤 오래되었다. 자신의 실력을 드러낼 마땅한 기회를 얻지 못한 이들이 개인 채널을 통해 노래하고 연주하며 스타가 된 사례는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닐 정도. 특히 사람과 사람의 직접적인 만남이 제한되었던 팬데믹을 거치며 오프라인 공연이 취소된 뮤지션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유튜브라는 플랫폼으로 모여들었다.
온스테이지는 숨은 음악의 발견이라는 주제로 실력 있는 인디 뮤지션을 소개하고 영상을 제공하는 네이버의 음악 서비스이다. 화면 한가운데 자리한 정육면체 모양의 틀이 온스테이지의 시그니처. 개인적으로 이 채널에서 가장 처음 접한 영상을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는데, 정육면체 모양의 틀 안에서 들어본 적 없는 노래를 하는 사람들, 연주하는 밴드, 그리고 한복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한 요상한 차림으로 춤을 추는 사람들이 신기하고 궁금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노래하던 사람들의 이름은 이날치. 그리고 춤추던 사람들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였고, 그들이 신명나게 어울리던 노래의 제목은 <범 내려온다>였다.
요즘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온스테이지의 추천을 참고해보는 건 어떨까. 미디어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었던 나만의 작고 소중한 뮤지션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무실에 앉아 노래하는 아델이라니, 엔피알 뮤직(NPR MUSIC)
엔피알 뮤직(NPR MUSIC)
미국 워싱턴에 자리한 비영리 미디어 기관인 NPR(National Public Radio)에서 일하던 두 디렉터는 로라 깁슨이라는 아티스트의 라이브를 듣기 위해 한 바를 방문했다고 한다. 하지만 음악에 도무지 집중하지 않고 떠들기만 하는 사람들에게 화가 났던 두 사람. “차라리 우리 사무실에서 하는 게 낫겠다.”라는 농담을 던지는데, 그 말이 현실이 되어 그들의 사무실에 뮤지션을 초대해 라이브를 진행하는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Tiny Desk Concerts)’라는 콘텐츠가 만들어지게 된다.
온갖 잡동사니가 놓여 있는 책장과 책상 사이에서 진행되는 라이브. 공간은 매우 소박하지만, 역대 출연진은 소박함과는 거리가 멀다. 알리샤 키스부터 어셔, 아델, 앤더슨 팩, 두아 리파, 저스틴 비버 등 글로벌 톱 아티스트들이 출연하는데, 평소 크고 화려한 무대에서 완벽한 사운드로 노래하던 이들이 간소화된 밴드와 함께 오로지 목소리의 힘만으로 노래하는 모습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우리나라 가수로는 BTS와 pH–1, 씽씽이 출연한 적이 있는데, 특히 퓨전 음악 그룹 씽씽의 영상은 아직 보지 못했다면 한 번쯤 보기를 추천한다.
옛날 방식으로 부르는 요즘 노래, 포스트모던 주크박스(Postmodern Jukebox)
포스트모던 주크박스(Postmodern Jukebox)
요즘 유행하는 팝송을 빈티지 스타일로 커버해서 들려주는 채널이다. 밴드와 보컬의 옷차림이나 헤어스타일, 화면의 색감, 고정된 카메라 앵글까지 모든 요소가 빈티지 무드를 자아내고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미장센을 만들어낸다.
싸이의 <젠틀맨>은 1920년대 개츠비 스타일, 타일러 스위프트의 는 1940년대 비밥의 라 보엠 스타일,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는 50년대 스타일로 들어볼 수 있는데, 익숙한 요즘 노래를 낯선 편곡으로 들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끔 방문하는 바에서 처음 알게 된 채널인데, 포스트모던 주크박스의 영상을 보며 위스키 한 잔을 홀짝일 때면 마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처럼 과거의 예술가들과 설레는 조우를 하는 듯한 착각이 들곤 한다. 비록 현실은 <소공녀>일지라도.
대자연 속에 울려 퍼지는 일렉트로닉, 서클(Cercle)
서클(Cercle)
오로라가 춤추는 밤하늘 아래에 피아노 연주, 터키 카파도키아 하늘 위를 떠도는 열기구 안에서의 디제잉, 이집트 아부심벨을 배경으로 한 밴드의 합주, 이 모든 건 서클 채널에서 볼 수 있는 진귀한 광경이다. 비현실적으로 웅장한 대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음악의 주 장르는 전 세계 유명 DJ가 들려주는 일렉트로닉 라이브.
꼭 보았으면 하는 영상은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에서 프랑스의 DJ FKJ가 펼치는 라이브 연주. 하늘과 맞닿은 소금 사막 한가운데에서 DJ FKJ 홀로 건반과 기타, 베이스, 색소폰을 오가며 음악을 만들어가는데, 1시간 30분가량 영상이 이어지는 동안 우유니 사막에는 점점 해가 지고, 바뀌는 주변 풍경에 따라 연주의 감도도 변화해간다. 이 영상을 보고 있자면, 당장 빔 프로젝트를 구입해 벽면 가득 틀어두고 가능한 크고 웅장하게 보고 싶어지는 충동을 억누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소개
김희진
글팔이 독거 젊은이.
글.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