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 ‘총몇명’ 캡처
밥을 같이 먹는 진짜 인간을 밥 친구라고 했던 시절도 있었을까. 요즘 밥 친구는 밥을 차려놓고 ‘어떤 영상’을 스마트폰에 세팅하는지를 뜻하는 것 같다. 집 안과 밖에서 혼자 식사하는 사람이 많아져서일까. 혼자 밥 먹기에 남들 눈치가 크게 보이지 않는 메뉴를 파는 식당에 가면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시청하면서 식사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하물며, 1인 가구라면 집에서는 ‘밥 친구’를 더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식당에서는 주로 무난한 예능을 보지만 집에서야 식사하면서 무엇을 봐도 그만이다. 그래도 역시 밥 먹을 땐 가벼운 예능 영상 위주로 틀어놓게 되지만 말이다.
백종원 대표의 유튜브 채널에는 다양한 콘셉트의 영상이 있다. 역시나 메뉴별 레시피를 알려주는 영상 조회 수가 가장 높지만 최근 시작한 ‘배고파’와 ‘님아 그 시장을 가오’ 역시 인기가 높다. 백종원 대표와 외국에서 먹으러 다니는 회사 직원들의 영상인 ‘배고파 홍콩’ 편에는 이런 댓글이 다수다. “내 밥 친구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같아서 또 보고 있어요.” tvN에서 방송했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의 유튜브 영상에는 언제나 밥 친구들이 바글바글하다. 매운 떡볶이 배달을 시켜놓고 이 영상을 장전하면 그날의 밥 친구는 세팅 완료다. 왜 먹으면서도 먹는 영상을 보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친구랑 여행 가서도 점심 먹으며 ‘저녁엔 뭐 먹을까’를 논하는 밥의 민족이라 그럴까.
한동안 내 밥 친구는 유튜브 코미디 프로그램들이었다. 지난 호 《빅이슈》 표지이기도 했던 ‘쉬케치’도 그렇게 코미디 프로그램들을 보다가 알게 된 채널이었고, 요즘에는 ‘해쭈’의 먹방을 봤다. 해쭈 채널의 부작용은 당연히 ‘마라탕 앓이’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평소 좋아하지도 않는 마라탕도 해쭈가 먹는 걸 보면 지금 당장 건두부면을 마라 국물에 적셔 먹지 않으면 지구가 쪼개질 것만 같은 열망을 느낀다. 어제는 ‘총몇명’이라는 채널의 ‘퇴근 후 혼밥러’ 시리즈를 봤다. 실제 영상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으로 음식과 소리를 구현한 이 영상의 백미는 단연 라면이나 치킨 등 흔한 음식을 먹는 소리다. 감자칩 사이에 투게더 아이스크림을 끼워 먹는 ‘세빈’이의 천재적인 ‘콜라보’라니. 당장 나 역시 프링글스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끼워 먹었다. 물론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저칼로리로 먹는 것은 내 마지막 양심이다. 누굴 만나면 ‘요즘 뭐 재밌냐’고 묻는 호기심왕으로서 다른 사람들의 밥 친구는 어떤 영상인지 궁금하다. 당신은 어떤 영상과 함께 밥을 먹나요. 진짜 인간과 함께 식사하신다고요? 네, 하나도 안 부러워요.
글. 김송희 | 사진. 유튜브 ‘총몇명’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