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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99 컬쳐

AV가 정말 금기였다면: <성+인물: 일본편>

2023.05.18

ⓒ 넷플릭스

지난 4월 25일 공개된 넷플릭스의 예능 <성+인물: 일본편>에는 일본의 남녀 AV 배우들이 출연해, AV 업계에서 통용되는 상식이나 종사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권력지형, 일을 하면서 벌어지는 여러 해프닝에 대해 털어놨다. 총 여섯 개의 회차 안에서 가장 화제가 된 에피소드들이다. 한국의 미디어에선 어떤 방식으로든 AV를 언급하는 것이 특수하고 비일상적인 것으로 여겨지기에, 이 에피소드는 성 엄숙주의에 반기를 드는 콘텐츠로 평가받고 있다. 더불어 AV 산업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묵살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나우(HRN)는 지난 2016년 산업에 의한 여성·소녀에 대한 인권침해 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AV 산업이 계약 과정에서 미성년자를 협박하고, 촬영 과정에서도 성폭행·강제촬영 등의 범죄가 벌어지는 온상이라는 내용을 포함하는 보고서다. 맥락상 AV 산업을 이야기할 때, 위와 같은 배경이 언급되지 않는 <성+인물: 일본편>은 산업의 긍정적인 면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물론 이 시리즈가 다큐가 아닌 예능이기에 이와 같은 담론이나 한계점을 담기 어렵다고 반박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시리즈에는 배경지식이 없다면 오해할 수밖에 없는 종사자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AV가 많은 사람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성범죄율을 낮추는 것 같다”, “일본 AV 여배우는 자기가 하기 싫은 것을 하기 싫다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이다.”, “AV 업계다 보니 대부분 여배우를 찍는다. 되도록 현장을 여배우에게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 이 업계로 오게 하거나, 안심하고 일할 수 있게 해준다.” 같은 말들은 마치 AV 업계가 여성들이 믿고 일할 수 있는 업계임을 홍보하는 듯하다.

ⓒ 넷플릭스

전체 회차가 무의미하다거나 발굴된 이야기로서 가치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성+인물: 일본편>은 성인용품점에 자연스럽게 출입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조명하는가 하면 일본의 젊은 세대들이 생각하는 사랑과 성을 가감 없이 편안한 대화로 풀어내기도 한다. 그래서 해당 시리즈에서 다룬 AV 배우 관련 에피소드가 더욱 아쉽다.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성인 AV 산업의 긍정적인 면모를 한껏 이야기하기엔, 산업 종사자가 아닌 범죄의 피해자로 살아갈 이들이 어딘가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AV 업계 종사자들의 ‘평범성’을 부각하는 것과 함께, 어두운 면을 담백하게 인정하는 방법이었다면 어땠을까.

그것이 ‘성진국’을 본받고 싶어 하는 한국 사회에서 성에 대한 담론을 활발하게 전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아닐까. <성+인물: 일본편>을 둘러싼 논쟁을 보면 한국에선 AV에 대한 이야기가 금기가 아니라, AV 업계의 어두운 면을 얘기하는 것이 금기가 된 것 같다.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


글. 황소연 |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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