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누군가의 주인공 (1): 나만의 MVP'에서 이어집니다.
3쿼터 MVP, 원중고 전영중 (4번)
3쿼터 MVP, 원중고 전영중 (4번)
“준수야, 아까 그 3점 하나가 오늘 니 마지막 3점이다”
영중은 원중고에서 지상고로 전학 온 준수에게 높이 뛰는 거 말곤 별거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중이 어떻게 원중고의 주전이 됐는지 궁금해하는 준수와 준수에게만 계속 하는 영중의 일방적인 시비성 발언을 지켜보노라면 둘의 과거가 궁금해진다.
기내초–기내중–원중고라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지만,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유망주가 몰리는 원중고에서 주전으로 뛰기는 쉽지 않았고, 과거 영중은 준수와 함께 코치에게 전학을 권유받는다. 그때 준수는 전학을 택했고 영중은 그곳에 남았다. 선택의 이유가 무엇이든 원중고에서 주전까지 올라간 것을 보면 엄청나게 성장한 것이 분명한데, 영중은 성장한 건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몸이라 말하며 인정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영중은 준수를 마주할 때면 종종 둘이 함께하던 시절로 돌아간다. 시켜도 못 하는 자신과 달리 자진해서 클러치슛(경기 막판 승패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결정적인 슛)을 던지던 준수를. 늘 그렇듯 미래가 걸린 선택도 겁 없이 해내던 준수를 떠올린다. 그리고 그 옆에는 겁이 나 선택조차 하지 못하고 원중고에 남아 선택을 미루던 자신이 있다. 자신은 할 수 없던 선택을 한 준수에 대한 동경과 다른 곳에 가서도 그때 그 모습 그대로인 준수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미운 말로 표출된다. “어때? 준수 넌 그렇게 멋있는데 난 엄청 한심하지.”(시즌 2, 51화의 독백) 또 어떤 순간에는 본심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준수와 만나지 않는 영중은 굉장히 입체적인 캐릭터다. 그 진면모는 시즌 3 신유고와의 경기에서 드러나는데, 인석과 신우의 투맨 게임을 끊어내는가 하면 팀원들의 기운을 북돋아주는 모습 등 선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준수 한정으로 쏟아지는 일명 ‘트래쉬 토크’로 처음엔 독자들에게 비호감을 사기도 했지만, 준수가 (최종수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 내민 음료수를 받아들고 멈칫하는 장면을 보면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4쿼터 MVP, 장도고 최종수 (23번)
4쿼터 MVP, 장도고 최종수 (23번)
“오른쪽으로 가다가 멈춰서 점프 슛. 막아봐”
탈고교급(실제로 고등학생이 아니다.)인 조형고 박병찬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찐탈고교급’ 선수다. 고등부에서는 막을 상대가 없는 것으로 묘사되며 별명은 무려 ‘인간태풍.’ 부상에 따른 오랜 부재로 알려진 정보가 없던 병찬과 달리 정보가 있음에도 종수를 막을 수 없다. 자기 실력에 자신이 있는지 공격 루트를 미리 알려주고, 포스트업은 하지 말아달라는 상호에게 그렇게 해주겠다고 하는 여유를 보인다.
여기까지는 그냥 ‘천상천하 유아독존 사기캐’가 아닌가 생각되겠지만 성장 배경을 알고 보면 다르다. 종수는 대한민국 역대 최고의 농구 선수 ‘대왕 센터 최세종’의 아들로 그 피를 이어받아 중학생 때부터 또래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어릴 때부터 대중의 관심 속에 자랐고, 그의 키가 아버지를 넘어설지 말지가 모두의 관심사였다. 이런 부담감이 자신의 경기 영상에 달린 댓글을 모두 확인하게 만들었고,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라이벌을 만들어내 경쟁하게 했다.
그냥 이겨서는 안 되고 반드시 ‘큰 차이’로 이겨야 한다. 팀이 지면 “최종수도 있는데…”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목표가 슈팅 500개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해내고야 마는 그의 외로운 싸움 과정을 알게 되면 압도적인 실력 차를 보이는 상대 팀 선수임에도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게 된다.
글. 김윤지 | 이미지제공. 2사장·네이버웹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