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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99

장소의 운명을 바꾸는 길 (2)

2023.05.22

이 글은 '장소의 운명을 바꾸는 길 (1)'에서 이어집니다.

ⓒ 사진. 녹색연합

모두 어디로 사라졌는가?
“용산의 아침 작전은 서둘러 무리했고, 소방차 한 대 없이 무대비였습니다. 시너에 대한 정보도 준비도 없어 무지하고, 좁은 데 병력을 밀어 넣어 무모했습니다. 용산에서 벌어진 컨테이너형 트로이 목마 기습작전은 처음부터 끝까지 졸속 그 자체였습니다. 법과 질서란 목표에만 쫓긴 나머지 실행 프로그램이 없었고 특히 철거민이건 경찰이건 사람이라는 요소가 송두리째 빠져 있었습니다.”

2009년 1월 20일 신경민 앵커가 뉴스데스크>를 마무리하며 했던 논평이다. 옥상 위 망루가 불타오르고, 경찰특공대와 철거민이 뒤엉켜 쓰러져가던 장면을 기억하고 있다. 용산의 어떤 지명들은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아픔을 불러일으킨다. 그곳들에는 어김없이 “사람이라는 요소가 송두리째 빠져” 있었고, 복잡한 맥락의 ‘사건’은 ‘재수 없어서 일어난 사고’로 매도되기 십상이었다. 용산을 유령처럼 배회하던 기지촌 여성들과 철거민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는가? 미군 기지의 압력에서 벗어나, 수직으로 치솟은 고층 빌딩 숲은 대답해주지 않았다. 이 지역에서 또다시 ‘사람’은 없는, 개발과 권력의 욕망만 가득한 현장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새로운 용산 시대가 열리길 기대한다. 그 길은 오염된 공원으로 시민들을 내모는 일이 아니라, 미군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원칙을 관철하는 데 있다. 이번 정부의 소임은 전수 조사를 통해 오염원을 철저하게 밝히고,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정화 책임을 묻는 것이다. 이것이 정말로 국가 주권을 되찾는 일 아닌가? 대통령의 용산 집무실은 철저하게 이 과정을 수행할 교두보가 되어야 한다. 아울러 권력의 시선이 용산의 지난 역사에 새겨진 상처까지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때 비로소 이 장소에 머무르는 권력자들의 오만을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용산 시대가 자리 잡지 않을까? 이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의지에만 기댈 수 없다. 주권자로서 권력을 위임한 우리들의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 용산공원 개방 중단에 관심을 갖는 일에서부터 첫 발걸음을 함께 내딛고 싶다.

  • 소개

박상욱
녹색연합 활동가.


글. 박상욱 | 사진제공.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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