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립세종수목원
이번 봄은 정말 대단했다. 꽃이 앞다투어 핀다는 게 이런 것일까? 매실나무와 살구나무, 앵두나무, 벚나무가 동시에 꽃을 피워내더니 숨 돌릴 틈도 없이 구근식물이 꽃대를 올리기 시작했다. 겨우내 땅속에 있었음이 분명한 구근이었지만, 며칠 전에 누가 심어놓고 갔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여기저기서 갑자기 꽃이 피어났다. 히아신스, 튤립, 수선화, 무스카리가 동시다발적으로 피어난 국립세종수목원의 정원은 발걸음을 옮기기가 힘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누가 말했던가.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 하지만 국립세종수목원을 방문하는 이들에게는 “숲을 보지 말고 식물을 보라.”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당연하다. 이곳은 숲이 없다. 개원한 지 만 2년이 지난 수목원은 여전히 자리 잡는 중이고, 아무것도 없던 허허벌판으로 옮겨진 나무들은 아직 제대로, 그늘을 드리울 만큼 자라지 못했다. 아무리 식물이 많다 해도 울창한 나무가 없기 때문일까, 많은 사람들이 이런 풍경을 보고 “황량하다”, “볼 게 없다”고 말한다. 입구에서 시작되는 화려한 꽃길을 지나 온갖 초록이 가득 찬 온실을 보고 나온 후라면 더더욱 그럴 수 있다. 이해한다, 나 역시 처음엔 그랬으니까.
이 글은 '수목원에서 숲 대신 보아야 할 것 (2): 국립세종수목원의 초여름'으로 이어집니다.
- 소개
국립세종수목원 처돌이
수목원이 너무 좋은 국립세종수목원 일반 관람객. 꿈은 국립세종수목원 평생회원.
글 | 사진. 국립세종수목원 처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