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미지. W컨셉 제공
지난여름 잘 신고 다녔던 레인부츠를 중고거래 마켓에 내놓았다. 당시 꽤 인기가 있었으나 지금은 판매하지 않는 상품인 데다 사용감을 감안해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내놓았더니 게시 글을 올리기 무섭게 거래가 성사되었다. 거래 약속을 잡은 이후 나의 레인부츠 방랑기도 함께 시작되었는데, 7월에는 5일을 제외하고 내내 비가 내릴 거라던 ‘장마 괴담’이 떠오른 탓이다.(물론 기상청에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왜 팔자마자 또 레인부츠를 사냐며 궁금해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내 양쪽 다리의 상처로 설명이 가능하다. 레인부츠를 신어본 적이 거의 없었던 나머지 오로지 디자인 하나만 보고 구매를 했고, 무릎 바로 아래까지 오는 길이와 지나치게 넓은 둘레 탓에 걸을 때마다 정강이가 쓸리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집에서 잠깐 신어보고는 사이즈가 딱 맞다며 태그까지 뜯은 터라 환불을 할 수도 없었다. 남아도는 둘레에 걸을 때마다 펄럭펄럭 소리가 났지만, 쓸리는 부분에만 밴드를 붙이면 큰 문제는 없어 비가 올 때면 늘 함께했더랬다. 하지만 한 계절 내내 그걸 반복하다 보니 슬슬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긴 하의를 넣어 입기도 그렇다고 빼 입기도 애매한 길이 탓에 짧은 바지나 스커트만 입어야 하는 불편함도 한몫했다.
어두운 컬러, 롱 부츠 스타일의 아이템을 제외하니 후보군은 금세 세 개로 좁혀졌다. 발목까지 오는 숏한 길이감에 로고가 포인트인 1번, 파스텔톤에 종아리 반 정도를 가리는 2번, 1번과 2번 중간쯤 되는 길이에 발목 부분의 스트링이 키치한 느낌을 주는 3번. 지난여름의 고통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스크롤을 아래로 쭉 내려 사이즈 정보부터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비교적 둘레가 넓고 길이가 긴 2번이 가장 먼저 후보에서 제외되었다. 이제 남은 건 1번과 3번. 가격 면에서도 디자인적인 면에서도 3번이 마음에 들었지만 길이가 애매해 운동화처럼 신고 벗을 수 있는 1번으로 결정을 내렸다. 다양한 색상에 끝까지 고민하다 어릴 때나 신던 샛노란 부츠를 구매했다. 과연 이번엔 내 다리에 상처를 내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어쩐지 장마가 기다려진다.
글. 김윤지 | 이미지. W컨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