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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02 커버스토리

우리 집만의 여름 레시피

2023.07.16

더운 여름이면 바빠지던, 부엌 앞 집안 어른들의 손. 최고의 미식은 우리 집에 있었다! 에디터들의 집안에 전해 내려오는(?) 여름 레시피를 공개한다.


고운 모래 빛 여름 맛, 미숫가루와 콩국수 by. 황소연

편의점에서 시판되는 곡물 우유나 미숫가루 라떼류를 보면 얼음을 동동 띄운, 녹진한 우리 집만의 미숫가루가 떠오른다. 여름방학을 맞아 시골 할머니 댁에 갔을 때, 놀이터에서 한참 놀다 익은 얼굴로 들어왔을 때 단숨에 들이켰던 미숫가루. 집에서도 만들어 먹을 수 있을까? 엄마에게 SOS를 청했다. “일단 검은콩, 노란콩, 흑미, 보리, 찹쌀, 멥쌀…” 엄마 잠깐, 미숫가루에 이렇게 재료가 많이 필요했어? 재료를 읊는 엄마의 목소리는 계속됐다. “…등등을 한 가지씩 볶아서 식혀. 그리고 다 섞어서 분쇄기에 곱게 갈아주면 돼.” 비법 재료는 찰옥수수인데, 이것까지 볶아서 함께 갈아주면 최고로 맛있는 미숫가루가 된다고 한다. 재료는 방앗간에서 가는 것을 추천한다고. “미세하게 갈려야 맛있거든. 우유에 미숫가루랑 꿀 타서 먹으면 돼.” 소량의 곡물은 가게에서 잘 안 받으려고 하지만, 언급된 곡물들 한 컵씩만 섞어도 양이 꽤 나올 거라는 게 엄마의 예상이다. 코스트코에서 쇼핑 후 친구들과 물건을 소분하듯 ‘미숫가루용 곡물 소분’을 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 엄마가 함께 추천한 음식은 콩국수. 검정콩과 노란콩, 어떤 것으로 만들어도 맛있다고 한다. “콩을 깨끗이 씻어서 끓는 물에 넣고, 끓기 시작하면 센 불에 20분 삶아줘.” 건져서 찬물에 식히고 곱게 갈아주면 완성이 코앞. 물로 농도를 맞춘 후 삶은 생면을 넣어 먹으면 된다. 한층 고소함을 즐기고 싶다면, 들깻가루를 놓쳐선 안 된다!

여름이면 생각날 빨간 맛, 토마토김치 by. 김윤지

ⓒ 토마토김치

유독 김치 맛에 예민해서 어릴 때부터 우리 집 김치가 아니면 입에 대지 않는 편이다. 그런 나를 위해 엄마는 내가 있는 서울에 오실 때면 김장김치를 가져다주곤 하시는데, 김치가 다 떨어졌을 때를 대비해 전수해준 김치 레시피가 있다. 이름하여 토마토김치. 방송을 타며 제법 알려진 음식이지만 낯선 이도 분명 있겠다. 김치 맛이 나는데, 익혀 먹을 필요가 없는 것이 최고의 장점. 레시피도 아주 간단하다. 엄마 왈, “토마토만 맛있으면 된다.”라고 하니 우선 토마토를 잘 골라보자. 토마토가 준비됐다면 이제 양념을 만들어볼 차례. 큰 그릇과 숟가락을 준비해 차례차례 넣어보자. 필요한 재료는 ‘토마토 2개(1~2인분 기준), 양파 1개, 다진 마늘 1스푼, 고춧가루 2스푼, 설탕이나 소금 반 스푼, 까나리액젓(멸치액젓도 가능) 2스푼, 부추 한 움큼.’ “짭짤이토마토는 소금을 빼면 되고 토마토가 달면 설탕 안 넣어도 돼.”라고 하니 참고하자. 재료만 봐서는 이게 간단하다고? 싶겠지만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다르다. 양념을 섞어둔 그릇에 잘 다듬은 양파와 토마토, 부추를 넣고 버무리기만 하면 끝! 이제 예쁜 그릇에 담아 먹기만 하면 된다. 설거짓거리도 도마와 칼, 그릇 하나 정도가 다라서 자취생들에게는 빛과 소금 같은 레시피라 할 수 있겠다. 기호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그날 만든 김치를 익히지 않고 바로 먹는 게 가장 맛있었다. 샐러드와 김치 사이, 겉절이 같기도 한 토마토김치의 상큼함이 입맛을 돋워줄 테다. 여기서 우리 집 레시피만의 꿀팁. 들기름을 넉넉하게 둘러 구운 계란프라이를 밥에 올린 뒤 토마토김치와 곁들여 먹으면 더욱 맛있다.


글 | 사진. 김윤지·황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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