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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02 컬쳐

<마블러스 미세스 메이슬>과 <퍼니 우먼> (1): 웃기는 여자여, 나아가라

2023.07.14

ⓒ <마블러스 미세스 메이슬> 스틸/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잘 웃는 여자를 칭송하는 묘사는 많지만, 잘 웃기는 여자를 높이 사는 표현은 상대적으로 적다. 테리 이글턴의 <유머란 무엇인가>(문학사상사)의 첫 장을 읽으면 웃음과 관련한 작가나 사상가의 말이 많이 나온다. 새뮤얼 존슨, 제임스 조이스, 사뮈엘 베케트, 프로이트, 아리스토텔레스, 셰익스피어, 토머스 홉스, 데스먼드 모리스… 이들 중 여자는 프랑스의 페미니스트 안니 르클레르뿐이다. 그것도 실은 밀란 쿤데라의 <웃음과 망각의 책>에 인용된 내용을 재인용한 것뿐이다. 여자들은 웃음에 대해서 발언하지 않는가? 그럴 리가. 혹은 웃음에 대한 여성의 말은 인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걸까, 그럴지도.

긴 인류 역사에서 농담하는 여자들은 쭉 있었지만, 그들이 조명받은 경우는 드물었다. <마블러스 미세스 메이슬(The Marvelous Mrs. Maisel)>(시즌 5로 완결,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시청 가능)과 <퍼니 우먼(Funny Woman)>(총 6부작, 스카이맥스, 웨이브에서 시청 가능)은 이처럼 주목받기 어려웠던 20세기 중반의 여성 코미디언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들이다.

<길모어 걸스>의 에이미 셔먼 팔라디노가 제작한 <마블러스 미세스 메이슬>은 2017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오리지널에서 방영을 시작해 2023년 6월에 시즌 5로 완결한 작품이다. 1950년대 뉴욕에서 시작한 이 드라마는 미리엄 밋지 메이슬(레이첼 브로스나한)이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성장해가는 여정을 따라간다. 조엘 메이슬(마이클 지건)과 연애 후 결혼해서 두 아이를 둔 가정주부로, 남편에게 결코 맨 얼굴을 보이지 않는 완벽한 아내이던 밋지는 남편 조엘이 비서와 바람을 피우고 자기를 떠나자 충격에 빠진다. 한밤중에 잠옷 차림으로 뛰쳐나간 밋지는 남편이 아마추어 코미디언으로 서고 싶어 하던 ‘가스라이트’ 카페의 무대에 대신 올라 자기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농담을 늘어놓는다. 완전하다고 믿은 가정이 깨지는 비극을 겪은 후에야 코미디언으로서 재능을 발견한 밋지를 믿어주는 두 사람이 있다. 한 명은 한밤의 공연장과 유치장에서 만난 레니 브루스(루크 커비), 그는 현재 약과 술에 전 인간이지만, 한때 시대를 풍미한 코미디언이었다. 또 다른 사람은 가스라이트 카페의 매니저이던 수지 마이어슨(앨릭스 보스틴)으로, 밋지와 함께 팍팍한 연예계 생활을 헤쳐가게 된다. 그때까지 인생의 행복은 가정에 있는 줄만 알던 밋지는 최고의 코미디언을 향한 길을 떠난다.

<퍼니 우먼>은 닉 혼비의 소설 <퍼니 걸>을 원작으로 한 영국 드라마 시리즈다. 1960년대 영국에서 아버지, 고모와 함께 사탕 공장에서 일하던 바버라 파커(젬마 아터튼)는 블랙풀 미인 대회에 출전하지만, 여자를 인형보다도 못한 존재로 취급하는 태도에 반발해 왕관을 옆 사람에게 넘기고 나와버린다. 런던으로 가서 백화점에서 근무하던 바버라는 크고 작은 온갖 수모와 큰 모욕을 겪다 연예 대행사를 운영하는 데버넘 부부를 만난다. 소피 스트로라는 가명으로 새롭게 시작하게 된 바버라는 프로듀서 데니스 마힌드라(아셔 알리)가 이끄는 시트콤 제작 팀에 오디션을 보게 되고, 특유의 개성으로 사람들을 매혹한다. 우여곡절 끝에 시트콤의 주인공이 된 바버라, 아니 소피는 여성에게 원하는 것이 섹시한 몸매밖에 없는 방송계에서 농담 잘하는 여자로서 성공하려 한다.

이 글은 '<마블러스 미세스 메이슬>과 <퍼니 우먼>(2): 웃기는 여자여, 나아가라'에서 이어집니다.

소개

박현주
작가, 드라마 칼럼니스트.


글.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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