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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04 에세이

한강의 두 얼굴

2023.08.10

여의도, 망원, 잠실. 서울 어느 곳을 가든 늘 따라다니는 존재가 있다. 바로 한강. 스무 살 때는 매일같이 여의도 한강공원에 삼삼오오 모여 공강 시간을 때웠더랬다. 하지만 20대 초반이 지나고부터는 그곳을 찾지 않게 되었다. 강변의 잔디밭에 발 디딜 틈 없이 펼쳐져 있는 돗자리와 텐트, 여의나루역에 내려 출구로 나가기 무섭게 밀려드는 전단지, 특히 여의도 한강공원 표 배달 음식에 피로를 느끼게 된 탓이다.

그러던 중에 찾은 곳이 바로 망원 한강공원이다. 젤라토를 먹으러 들렀던 망원동에서 정처 없이 걷다 우연히 발견한 뒤로 몇 년째 조용히 한강을 즐기고 싶을 때면 찾는 곳이다. 여의도와 같은 한강을 바라보고 있지만, 망원 한강공원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이곳은 피크닉을 온 사람들보다는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더 많다. 나도 이곳을 찾을 때면 망원역에서 내려 20분 정도 걸은 뒤, 한강공원 입구의 자전거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강을 따라 달린다. 좀 더 걸어야 하지만, 합정역에서 내린 뒤 양화대교를 거쳐 마포걷고싶은길 코스를 따라 걸어도 좋다. 어쩐지 누군가와 함께 오기보다는 혼자 찾게 되는 곳이다.

그러다 얼마 전, 친한 대학 동기 몇몇과 여의도의 맛집에 갔다가 무언가 아쉬워 오랜만에 여의도 한강공원에 들렀다. 해가 져 제법 선선한 데다 주말이긴 했지만,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엄청난 인파에 그냥 돌아갈까 하다가 공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전에도 돗자리, 텐트 정도는 대여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테이블이며 피크닉 패키지 대여까지 가능한 듯 보였고, 먹을거리도 전보다 훨씬 다양했다. 탕후루를 손에 들고 걸으며 버스킹을 잠시 구경하다 맥주 한 캔씩을 사 들고 개중 가장 구석진 곳으로 향했다. 여의도의 소란스러움이 조금은 버거웠지만, 돗자리에 퍼질러 앉아 다리를 쭉 뻗고 바라본 해가 진 후의 한강은 한낮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은 여름, 해가 진 후 도심의 불빛을 삼킨 한강이 보고플 때면 종종 이곳을 찾게 될지도.


글 | 사진. 김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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