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반주의 방식> (1)'에서 이어집니다.

드라마 <반주의 방식> 스틸 ©「晩酌の流儀」 製作委員会 (출처: <반주의 방식> 트위터)
늘 접속해 있지만 더 고독해진 우리를 위하여!
열심히 일하고 먹는 식사, 한잔의 술에 대한 드라마는 많다. 최근에 나온 일본 드라마 <나를 위한 한끼 포상밥>도 같은 개념을 추구하고, 한국에는 <단짠 오피스>나 <출출한 여자> 같은 드라마가 있다. 각기 다른 개성이 있지만, 거기에는 공통된 정신이 있다. 별다를 게 없는 평범한 날에서 기쁨은 누가 선물하는 게 아니라, 자기 일에 충실함으로써 스스로 만들어나간다. 어떻게든 하루 세끼를 먹을 수는 있겠지만, 백 퍼센트의 맛으로 먹기 위해 스스로 노력한다.
드라마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단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일 예상하지 못한 사건 속에서 집중력을 잃어가는 요즘의 삶에서는 이런 단순함이 아름다움으로 변모하는 순간이 있다. <반주의 방식>의 일본 원제는 <만작의 유의(晩酌の流儀)>라고 하고, 영어로는 이다. ‘만작’은 국어사전에도 실린 한자어로서 저녁에 술을 마시는 행위, 혹은 그 술 자체를 의미하고, 일본식 한자어인 ‘유의’는 어떤 특정인이나 가문, 유파가 보유한 기술의 특별한 방법을 가리킨다고 한다. 영어는 이를 직역했다. 저녁에 맥주를 마시는 평범한 일도 마음을 다해 한결같이 반복하면, 그것이 나만의 스타일이 된다는 뜻이다.
최근에 종종 보이는 단어로 경박단소(輕薄短小)라는 말이 있다. 거창한 사자성어처럼 보이지만, 실은 한자 그대로 가벼우며 얇고, 짧으며 작은 것을 의미한다. 21세기 들어 IT 기기의 트렌드를 말할 때 많이 쓰는 단어였지만, 이젠 삶의 방식을 가리키는 표현이 되었다. 미유키의 삶은 경박단소하다. 불필요한 일이나 관계를 만들지 않는다. 물론 그 끝에 이르는 저녁 식사는 풍성하지만, 이 한잔을 위해 다른 모든 것들은 간소화한다. <반주의 방식>이 위안을 주는 방식은 매회 똑같은 형식이 주는 안정감, 그리고 그를 성취하기 위한 절제와 자기 규율이다. 쿠리야마 치아키의 건강함, 생활감 있지만 깨끗한 세트, 세련된 음악 같은 요소가 쌓여 간결한 형식미를 구축했다. 그런 절제미는 어떤 시청자들의 마음에 가닿은 모양이다. <반주의 방식>은 금요일 자정이 넘어서 방송되는 심야 드라마이지만, 연말 스페셜, 시즌 2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일본에서는 책과 만화로 각색되어 출간되기까지 했다.
물론 <반주의 방식>이 사회적 의미를 얻게 된 외적 상황도 있었다.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면서 우리 모두가 혼자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정돈된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욕망이 커졌기 때문이다. 요리는 남과 함께하는 방식이기도 하지만, 혼자인 나를 최선을 다해 대접하는 일이라는 것. 늘 무엇과 접속해 있지만 더 고독해진 우리를 위로하는 <반주의 방식>의 메시지이다. 그 누구, 그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는 내 마음의 성역을 구축하고 싶은 당신에게 오늘도 최고의 저녁 식사, 한잔의 술이 기다린다.
소개
박현주
작가, 드라마 칼럼니스트.
글. 박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