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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06 빅이슈

신사역 석재천 빅판 (1)

2023.09.07

한때는 빅이슈 판매원(이하 빅판) 중에서 자신이 《빅이슈》를 제일 많이, 잘 팔았을 거라고 자부하는 석재천 빅판. 그런데 요즘 그는 판매지를 지키지 못하는 날이 많다. 이 인터뷰에 응한 이유도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그를 만나 판매지에 나가지 못하는 날이 많은 이유를 들어보았다.


신사역 석재천 빅판

빅판으로 일하신 지 오래되셨지요? 2015년에 시작해 지난해 초, 판매를 그만두실 때까지 하셨으니까요. 건강상의 이유로 그만두신 걸로 압니다.
당뇨가 너무 심했어요. 당뇨로 인한 합병증으로 눈이 잘 보이지 않는 데다 신장도 좋지 않았고 폐결핵까지 앓았어요.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도저히 빅판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폐결핵은 당뇨 합병증으로 발병했는데, 결핵균이 당뇨 환자를 좋아한대요.(웃음) 균이 몸에 숨어 있다가 약간만 이상이 있으면 재발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검사도 계속 받아요.

빅판 일을 쉬는 동안 수술도 하셨지요? 어느 부위에 어떤 수술을 받으신 거예요?
위장이 빵꾸 나서요.(웃음) 젊을 때 술을 많이 마셨어요. 밤새 술 마시다 일하러 가고 그랬어요. 밤새도록 마셨으니까요. 요즘은 그러면 난 죽어요. 예전에나 그랬던 거지. 어릴 때부터 몸이 많이 아팠어요. 수시로 병원을 들락거렸었어요. 칠삭둥이로 태어나서 몸이 부실했거든요. 제가 갓난쟁이 때 엄마가 젖동냥해서 먹이고 그랬대요. 그것도 못 얻어먹는 날은 쌀뜨물 먹이고 그랬다네요. 그래서 지금까지도 몸이 좀 약한가 봐요.

젊을 때 왜 그렇게 술을 많이 드셨어요?
외로워서 마셨지요.(웃음) 내 나이 아홉 살 때 엄마가 돌아가셨는데, 엄마가 없으니 세상에 그렇게 서러울 때가 없더라고요. 밥도 제대로 못 먹지, 아버지는 새벽같이 일하러 가시며 제 머리맡에 돈을 놔두고 가셨어요. 밥 사 먹으라고. 근데 그 돈으로 다 과자 사 먹고 밥을 안 먹었지요. 몸이 워낙 약한 데다 밥을 제대로 못 먹고 그러니까 건강하게 자라지 못했어요. 이날 이때까지 이렇게 여기저기 아프면서 사네요.

어머님이 일찍 돌아가셨네요.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셨겠어요.
새엄마가 생기긴 했는데 그때부터 눈치를 많이 보며 자랐어요. 아버지가 엄마 삼년상 끝나니까 바로 새장가를 가시더라고요. 내가 5학년 때 새엄마가 들어왔어요. 구박을 많이 받았어요. 구박만 받았나, 두들겨 맞기까지 했지요. 어릴 때야 힘이 없으니까 때리는 대로 맞았지만 열다섯 살 정도 되니까 힘이 생기면서 맞고 있지도 않았고, 반항심도 생기더라고요. 그러다 열다섯 살에 집을 나왔어요. 너무 힘들어서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집에 있으면 자꾸 엄마 생각이 나고 차라리 집을 나오는 편이 낫겠다 싶더라고요. 근데 그 새엄마도 구박을 엄청 받고 산 사람이었어요.

누구한테 구박을 받아요? 부모님한테요?
새엄마도 저희 아버지랑 재혼하셨는데, 첫 결혼 당시 아이를 못 낳는다고 쫓겨난 거였어요. 거기 시어머니랑 남편이 무지하게 구박하고 때리기도 했대요. 예전에는 아이 못 낳는 여자한테 가혹했잖아요. 그런데 우리 아버지랑 결혼하고 바로 아이가 생긴 거예요. 아이 낳은 뒤 아이 안고 전 시댁에 가서 큰소리 뻥뻥 쳤다고 하대요. 그동안 자기가 당한 게 너무 분해서 “이거 봐라. 난 애기 못 낳는 여자가 아니다.” 하고 한바탕한 거지요. 얼마나 분했겠어요. 자기 잘못도 아닌데… 시어머니 기를 팍 죽여놨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어릴 때 집을 나와 어디서 어떻게 지내셨어요?
서울에 올라와서 중국집에서도 일하고 분식집에도 취직하고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다 했어요. 근데 내가 한 가지 일을 오래 못 하고 자꾸 옮겨 다녔어요. 그러다 보니 이렇다 할 기술도 못 배우고 이날 이때까지 이렇게 온 거예요. 내가 잘못해서 힘들게 산 거지요, 뭐. 자장면 만드는 기술이라도 배웠으면 중국집 해서 잘 살 수 있었을 텐데, 그때는 ‘에이, 내가 뭐 하러 중국집을 해. 집에 돈도 많은데.’ 하고 안 배웠어요. 그때 아버지가 하시던 일이 잘돼 집이 잘살았거든요. 아버지가 기술 배우면 중국집 차려준다고 하셔도 말을 듣지 않은 거지요. 우리 집이 계속 잘살 줄 알았거든요.(웃음)

이 글은 '신사역 석재천 빅판 (2)'에서 이어집니다.


글. 안덕희 | 사진. 김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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