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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06 인터뷰

영화 <듣보인간의 생존신고> 권하정, 김아현 감독 (1)

2023.09.07

© 왼쪽부터 김아현, 권하정 감독

2018년 작은 공연장에서 가수 이승윤을 처음 만난 권하정, 김아현 감독은 그의 음악 세계에 대한 애정 하나로 ‘무명성지구인(2018년 발매)’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한다. 이승윤이 지금처럼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기 전의 일이다. 이 만남은 곧 영화 <듣보인간의 생존신고>의 주요 배경이 된 ‘영웅 수집가(2020년 발매)’ 뮤직비디오 제작으로 이어진다. 난생처음이었던 뮤직비디오 제작을 끝까지 이끌어갈 수 있었던 건 좌절이 마음을 덮었던 시기에 귓가에 맴돈 이승윤의 음악 덕분이다. 매번 최선의 최선을 선택하면서 전력을 다한 두 감독은 뭔가를 해냈다기보단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뮤직비디오와 다큐멘터리를 완성한 소회를 겸손하게 밝힌다.

무모해 보이는 계획을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었던 힘이 궁금했다. “그런 용기가 부럽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시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우리 모두 용기를 내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열악한 조건 속 뮤직비디오 제작에 몰두한 어느 밤, “평생 이렇게 살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푸릇한 용기를 본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난제 같은 삶의 고통이 사람을 무적으로 만들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용기를 작게나마 심어줄 순 있지 않을까. <듣보인간의 생존신고>는 그 용기로 한 예술가의 세계를 창조한, 또 다른 두 예술가의 이야기다.

© 영화 <듣보인간의 생존신고> 스틸

<듣보인간의 생존신고> 개봉을 앞둔 소감이 궁금해요.
하정 제작하고 개봉하기까지 3년 정도 걸렸어요. 일단은 후련한 마음이 큰데 관객들이 영화를 어떻게 봐주실지 두려움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저희도 진심을 다했기 때문에 그런 마음은 닿지 않을까 싶고, 개봉해서 후련하면서 섭섭하기도 해요.

아현 일단 현실감이 없고요. 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영화를 봤을 때 용기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제는 영화 볼 때 진짜 아무 걱정 없이 그냥 즐겼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마음이 지금은 제일 커요.

영화에 사람들이 나한테 왜 이렇게까지 하냐고 묻는다.는 장면이 있잖아요. 개봉하고 나서 주변 분들 반응은 어떤지 궁금해요.
하정 제 영화를 보여줬을 때 친구들도 그렇고 “근데 하정아,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이런 말 되게 많이 했거든요.(웃음) 왜 그렇게 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면 이상한데, 시작하겠다고 시동이 걸리면 멈출 수가 없었던 것 같아요. 하겠다고 했으면 지켜야 하지 않을까, 같이 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타협하면 안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 영화 <듣보인간의 생존신고> 스틸

영화는 성장 서사이면서 음악 드라마이기도 하잖아요. 음악이 포함되는 장면과 아닌 장면의 균형을 맞추려고 하셨나요? 편집 과정에서 고민되는 게 있으셨는지 궁금해요.
하정 음악을 이렇게 많이 깔아도 되나, 고민을 많이 했어요. 뭔가 음악을 따라서 장면이 빠르게 슥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결론적으로는 적절하게 배분되어 있는 것 같아요. 장면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을 삽입하려고 했어요. 힘차게 시작되는 장면들에 더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음악을 넣는 식으로요.

아현 이승윤 씨 음악이 좋다 보니까 우리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또 신기하게도 이승윤 씨가 쓴 곡 중에 가사가 당시 저희의 상황과 잘 들어맞는 경우가 있어서,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어요.

촬영이나 기획이 처음이면 참고할 만한 작품을 찾기 마련인데, 첫 뮤직비디오 촬영이기에 이 부분에서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하정 처음에는 인디 씬 뮤직비디오 위주로 시청했는데 촬영이 거의 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거더라고요. 다른 뮤직비디오를 볼 때마다 이 느낌도 괜찮은 것 같고, 저것도 괜찮을 것 같고.(웃음) 갈피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진짜 모르겠더라고요. 뮤직비디오로 제작한 곡 ‘영웅 수집가’를 처음에 가사 없이 들었는데, 영웅을 찾는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니아 연대기> 같은 영화처럼 풀어가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었는데 추후 가사를 읽고, 이승윤 씨랑 얘기를 해보니 그런 주제가 아니었던 거죠.(웃음) 음악을 다시 들으면서 세트를 다양하게 구성하면 장면이 다채로워지겠다고 생각했어요.

아현 저도 마찬가지로 가사를 받고 나니까 우리가 생각했던 거랑 반대의 이미지라, 가사를 어떤 마음으로 적었을까 파악하고자 했어요. 원작자의 의도를 어떻게 하면 잘 반영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고요. 밴드 사운드 기반이다 보니 밴드 뮤직비디오를 정말 많이 찾아봤어요.

이 글은 '영화 <듣보인간의 생존신고> 권하정, 김아현 감독 (2)'에서 이어집니다.


글. 황소연 | 사진. 김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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