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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06 인터뷰

알라딘 서점 김경영 MD (2)

2023.09.10

이 글은 '알라딘 서점 김경영 MD (1)'에서 이어집니다.

알라딘 서점 김경영 MD

출간되는 책의 수만큼이나, 업무 연락이나 미팅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직장인으로서 지치진 않나요?
그래서 소진된다는 생각도 종종 들어요. 직장인으로서 업무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잖아요. 힘들어서 견딜 수 없을 때가 있다가, 또 ‘내 일에 책임을 다해야지,’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하고 그래요. 그런 감정 기복도 좋은 책이 얼마나 많이 나오고, 얼마나 제가 읽고 즐기고 있느냐에 따라서 좌우돼요. 좋은 책이 나올 때는 아무리 업무가 많아도 괜찮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게 참 신기해요. MD는 책에 대한 애정이 꾸준하지 않은 이상 하기 힘든 일이고, 그 애정을 기반으로 일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것 같아요.

다양한 책과 사람들을 만날 텐데요. 일하면서 가장 마음이 움직일 때는 언제인가요?
마케터, 편집자분 들과의 미팅은 MD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인데요. 평소 책에 대한 진지한 마음을 갖고 계신 분들이 사심을 가득 담은 책으로 미팅을 하러 오셔서 함께 재미난 기획을 할 때, 그리고 그 기획이 실제로 독자분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끌어낼 때 기쁜 마음이 들어요. 우리가 모두 직장인이긴 하지만 대체로 크고 작은 ‘덕심’으로 출판계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그 마음이 서로 통하는 순간들이 있기 마련이거든요. 그럴 때는 동료와 함께 책으로 일한다는 사실이 그저 좋게 느껴집니다.

많은 책을 곁에 두고도 지치지 않는 방법이 있을까요?
가끔은 책을 외면하고 싶은 마음도 들어요. 그런데 외면하기 시작하면 이 일이 정말 재미없어지더라고요. 다시 책에 애정을 붙이고, 책을 통해서 더 좋은 책을 만나는 연결을 이어가다 보면 일이 흥미로워지고, 감사하게 돼요. 그래서 책과 이 일을 좋아하는 마음을 어떻게 지치지 않고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모든 MD의 숙명이겠지만, 책을 잘 팔아야 하잖아요. 독자들이 없다면 서점도 존재하지 않을 텐데, 온라인 서점에서 MD와 독자의 관계는 어떤가요?
책을 파는 MD로서, 책을 구입하시는 독자분들에게 의지하는 측면이 커요. 굉장히 끈끈한 마음이 있어요. 알라딘에서는 진보적인 논의를 다루는 책들을 과감하게 추천할 때가 많은데 독자분들이 좋은 반응을 주셔서 선순환될 수 있거든요. 서점도 영리 기업이다 보니 매출을 신경을 안 쓸 순 없지만, 숫자에 지배당하는 영향이 다른 기업들보다 덜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될 수 있는 이유는 빠르게 좋은 책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이 계시기 때문이죠.

끝으로 책의 여행에서 독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며칠 전 <나의 문학>(정용준 외 지음, 민음사 펴냄)에서 발췌한 문장을 우연히 봤는데요. 평소라면 지나쳤을지도 모를 문장이 와닿는 거예요. 사실 얼마 전까지 조금 지친 상태였거든요. 좋아하는 마음도 땔감을 계속 넣어주지 않으면 어느새 사그라들어요. 책에 질리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좋은 책을 발견해내고 읽어야 한다는 걸 저는 최근에야 알았어요.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마음이 애틋하기도, 귀하기도 해서 이 문장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마음, 열정, 흥미 다 똑같다. 계속 좋아하고 싶으면 노력해야 한다. 줄어들지 않도록 사라지지 않도록, 애를 써야 한다.
계속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
‘문학은 좋은 것이구나, 아름답고 멋진 것이구나.
이런 것을 느끼려고 내가 소설을 읽는 거였어.’
이런 마음이 계속 있어야 한다.”
<나의 문학> 중에서

김경영 MD의 Best 알라딘 굿즈 3

알라딘의 책 굿즈 /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인체 혈관 변색 맥주잔, 앙부일구 문진, 작가들의 유언 카드

[죽음 기획전] 작가들의 유언 카드
죽음 관련 도서들을 모은 기획전의 사은품. 관 모양의 케이스 안에 작가들의 유언이 적힌 카드가 들었다. 앞면엔 작가명이, 뒷면에는 유언이 적혀 있다.

[여름의 과학실] 인체 혈관 변색 맥주잔
과학 분야를 담당할 때 기획했던 납량특집 이벤트의
1차 사은품. 차가운 음료를 넣으면 흰색이었던 동맥과 정맥이 푸르고 붉게 변한다. 참고로 2차 사은품은 뇌 모양 구슬 램프였다.

[지식교양 이벤트] 앙부일구 문진
인문‧사회‧역사‧과학 분야 도서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지식교양 이벤트의 사은품. 앙부일구의 원리와 디자인을 활용한 문진으로, 바늘의 끝을 정북향으로 맞추면 실제 해시계로 이용할 수 있다. 함께 진행했던 사은품은 측우기 텀블러였다.

알라딘 서점 김경영 MD의 추천 도서

키워드: 내 이야기를 쓴다는 것
저는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연결되는 지점들을 발견할 때 큰 재미를 느끼는데요. 최근 우연히 함께 읽은 책 두 권의 조합이 좋았습니다. 기회가 될 때 이 두 권을 꼭 같이 추천하고 싶었는데, 《빅이슈》 독자분들께 추천하게 되어 기쁩니다.

<에세이즘>
브라이언 딜런 지음, 칼라칼 펴냄

© <에세이즘> 책 표지

아일랜드의 비평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저자가 에세이란 무엇인지, 무엇까지 될 수 있는지, 걸출한 에세이스트들이 그들의 글에 무엇을 담아왔는지 말한다. 그간 폄하되거나 오독되어왔던 에세이라는 장르의 진가를 짚어내는 글들. 정확한 옹호, 뻔하지 않은 칭찬으로 애정을 고백하는 책이다.

<상황과 이야기>
비비언 고닉 지음, 마농지 펴냄

© <상황과 이야기> 책 표지

자전적 글쓰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한 작가, 비비언 고닉이 알려주는 자전적 글쓰기. 위대한 작가들의 에세이 속에서 그는 글쓰기의 진실 하나를 발견한다.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가장 정확히 전할 수 있는 페르소나의 발명. 그리고 그는 조지 오웰, 조앤 디디온, 마르그리트 뒤라스 등 거장들의 자전적 글이 어떤 페르소나의 입을 통해 쏟아지는지 분석한다. 예리하고 날카롭고 유려한 글쓰기 책.


글. 정규환 | 사진. 이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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