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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0 인터뷰

김현 시인과 듀엣 낭독회 (1)

2023.11.08

안녕하세요? 저는 책입니다. 한 권의 책이 탄생해서 만나는 사람들 중, 가장 중요한 사람이자 이 여행의 종착지는 ‘독자’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요즘같이 넘쳐나는 읽을거리로 집중력을 빼앗기기 쉬울 때 책을 읽는다는 건 상당한 결심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죠. 그래서 운동이나 취미를 함께 하듯 독서모임을 통해 독서를 함께 하는 모습을 주위에서 볼 수 있습니다. 독서는 오롯이 혼자서 다른 생각과 세계를 접할 수 있는 고독한 일이지만, 사색에만 익숙해지면 종종 외로워지고, 누군가와 함께 책을 읽는다는 게 특별하게 다가오기도 해요. 독서의 이유는 저마다 다르더라도 같은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느슨한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면 그것은 책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가장 근사한 일이 아닐까요?

오늘은 공간과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독서 모임을 이뤄가고 있는 김현 시인과 ‘듀엣 낭독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작가와 책과 독자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늘 연결되어 있다라고 하는 감각에서 오는 분명한 다정함 같은 것들이 있는데, 그것을 오랫동안 기억해주시면 좋겠어요.


ⓒ 김현 시인

오늘이 어느덧 열두 번째 모임이라고 들었어요. 듀엣 낭독회를 소개해주세요.
서울 성북구에 있는 카페 ‘밑줄’에서 월 1회씩 열리는 정기 낭독회에요. 밑줄은 그림 그리는 최산호 작가님이 운영하시는 곳인데, ‘동네 낭독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최산호 작가님과 의기투합하여 작년 11월부터 시작했습니다. 이름 그대로 두 명의 작가가 듀엣이 되어 함께 글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자리입니다. 그간 안희연, 전욱진, 최지은, 안미옥, 장일호 작가님 등이 저의 듀엣이 참여해주셨어요. 소설집을 구상하면서 비슷한 시기에 낭독회도 같이 준비하게 되어서 처음에는 낭독회 이름을 ‘고스트 듀엣 낭독회’라고 하고 싶었는데, 결국엔 고스트를 빼고 듀엣만 남겨놓았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들의 낭독회이면서 동시에 누군가를, 무언가를 기억하려는 낭독회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요.

최근에 출간된 첫 소설집 <고스트 듀엣>과 낭독회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소설집을 준비하면서 듀엣 낭독회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낭독회에서 느껴지는 따스함, 씩씩함, 연대감 같은 것을 소설집으로 가져오고 싶었고요. 소설집에 수록된 <고스트 듀엣>이라는 단편이 연인을 잃은 한 남자가 그의 책을 들고 낭독회를 하기 위해서 섬으로 가는 내용인데, 글을 통해 사람을, 사랑을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마음, 그 마음을 목소리를 통해 누군가에게 생생하게 전달하려는 의지 같은 것들이 듀엣 낭독회의 시작이자 끝이기도 하겠단 생각이 듭니다.

특별히 이번 책을 내면서 그런 생각을 한 이유도 궁금했어요.
당연하게도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를 통과해왔기 때문이겠고요. 그 이전에 용산참사와 강제 철거 투쟁 등에 함께 연대했던 경험에서 얻은 것들이 자연히 몸에 스며 있어서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소설집을 묶으면서 다소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요. 듀엣 낭독회를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큰 힘을 얻었어요. 예전에는 독자들만이 작가에게 기댄다고 생각했는데, 듀엣 낭독회를 하면서부터는 ‘작가도 독자들한테 기댈 수 있구나.’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 것 같아요. 글을 쓰고 그 글을 읽는 것이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느슨하게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할까요. 저 역시 ‘낭독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듀엣 낭독회를 오랫동안 진행하고 싶다는 마음이 듭니다.

ⓒ 듀엣 낭독회

그럼 요즘 독자들은 왜 듀엣 낭독회 같은 독서 모임에 참여한다고 생각하세요?
결국, 사람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독서는 혼자 하는 일이지만, 낭독회나 독서 모임은 여러 사람이 만나서 접속하는 거잖아요. 팬데믹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가 가장 먼저 잃어버린 감각이 촉감일 텐데, 촉감을 찾아오는 것이겠죠. 나처럼 책을 읽는 사람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사실 확인에서 오는 소속감, 따뜻한 연결감을 바라는 것 같아요. 듀엣 낭독회에도 단골손님(?)들이 있는데 일종의 대안 공동체로서의 낭독회 얘길 종종 하시기도 해요. 독서와 낭독을 매개로 하는 ‘공명하는(친구) 사이’가 되었음을 기뻐하시죠.

같이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감각은 무엇인가요?
종이 위에 머물러 있는 글과 목소리를 통해 종이를 벗어난 글은 분명 다른 것이라고 생각해요. 목소리는 고유한 것이잖아요. 똑같은 글도 누가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지죠. 낭독은 1개의 글을 n개의 글로 만드는 또 다른 생산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하나의 식재료를 가지고 여러 음식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까요. 그걸 모두 맛보는 재미가 있죠. 여러 독서 방식처럼 낭독 역시 독서 경험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행위인 것 같아요.

분명히 작가 입장에서도 특별한 경험일 것 같은데, 직접 해보니 어떤가요?
제가 낭독을 좋아해요. 학창 시절 라디오를 자주 들었는데, 목소리를 통해 무언가를 전해 받는 데서 오는 매혹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여전히 꿈꾸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라디오 DJ이고 또 토크 콘서트 하듯이 공연장에서 낭독 콘서트를 주기적으로 여는 거예요.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마다 크고 작게 낭독회를 해요. 신나게 해요.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서요. 제가 느끼고 경험한 목소리의 힘, 목소리의 매혹을 독자들이 함께 느끼고 경험하는 것을 확인할 때 통했구나, 싶어 기분이 좋죠. 목소리에 실린 기쁨과 슬픔에 반응하면서 웃거나 우는 독자들을 보면 종이 위에 죽어 있던 글이 마치 다시 살아난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이 글은 '김현 시인과 듀엣 낭독회 (2)'에서 이어집니다.

소개

규환
에디터, 작가. 2023년엔 무슨 일을 할까, 누구에게 기쁨을 줄까 고민하고 있다. @kh.inspiration

이규연
바쁜 일상 속 반짝이는 찰나를 담는 사진작가. 편안하고 차분한 사진을 좋아하고, 시선이 오랫동안 머무르는 사진을 찍고 싶어 한다.


글. 정규환 | 사진. 이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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