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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0 에세이

5분만이라도

2023.11.14

최근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더니 친구가 의외의 말을 건넸다. 아침밥을 챙겨 먹어보라는 거다. 아침잠 많은 내가 아침밥을? 평소 같았으면 가볍게 넘길 말이었지만, 당시 나는 몇 주째 이유를 알 수 없는 피곤함에 시달리고 있었다. 오죽하면 커피를 끊어볼까도 잠깐 생각했을 정도였다.

커피를 끊을 수는 없으니 아침밥이라도 챙겨 먹어볼까. 다짐한 첫날. 아침잠을 포기하고 평소보다 30분 일찍 일어난 게 무색해졌다. 평소 공복에 아이스아메리카노 원샷 하기가 아침 루틴인지라 집에 있는 거라곤 커피 캡슐과 먹다 남은 배달 음식뿐. 무념무상으로 찬장을 뒤지다 언제 사둔지도 모를 시리얼을 발견했다. 아침밥을 챙겨 먹기로 다짐했던 과거의 내가 넣어둔 것일 테다. 다행히 그날 퇴근길에는 까먹지 않고 장을 봤고 그나마 할 줄 아는 요리인 아보카도 간장계란밥을 다음 날 아침으로 먹었다.

실패로 끝날 줄 알았던 아침밥 챙겨 먹기는 예상외로 지금까지도 순항 중이다. 기분 탓인지 친구의 말대로 아침밥을 챙겨 먹었더니 출근길이 조금은 덜 피곤한 게 가장 컸다. 물론 약간의 변화는 있다. 일단 불을 써야 하는 요리는 첫 주에 두세 번 해 먹고 관뒀고, 아침밥에 투자하는 시간도 30분에서 10분으로 확 줄었다. 아침‘밥’이라고 해서 거창할 필요는 없다는 게 내 결론이다.

그리하여 내가 정착한 메뉴는 바로 요거트와 과일! 걸쭉한 그릭요거트에 대충 자른 바나나와 그래놀라를 한 줌 넣고 꿀을 두 바퀴 정도 두른 뒤 섞어 먹어도 좋고 물처럼 흐르는 요거트에 그때그때 당기는 과일을 넣어 먹어도 좋다. 10분도 아깝다면 5분이면 충분한 레시피도 있다. 믹서기에 바나나 하나, 우유(혹은 두유) 한 컵, 아몬드 한 줌을 넣은 뒤 아몬드 덩어리가 안 보일 때까지 갈면 끝. 재료를 준비하고 한 컵을 다 비우는 데까지 5분이 채 안 걸린다. 아 그리고 친구는 말해주지 않은 아침밥의 효능이 하나 더 있는데, 아침을 챙겨 먹으니 배가 불러, 매일 아침 습관처럼 마시던 커피를 마시지 않게 되었다는 것. 단 5분 일찍 일어났을 뿐인데 말이다.


글 | 사진. 김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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