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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0 커버스토리

<독친> 장서희 (1)

2023.11.15

배우 장서희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그 이름만큼 유명한 것이 그가 연기했던 역할들이다. 종영한 지 십수년이 흘러서도 여전히 <인어아가씨>의 은아리영, <아내의 유혹>의 민소희는 캐릭터의 이름만으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장서희가 아닌 그 인물들은, 당연히 떠올릴 수도 없음은 물론이고. 드라마에서는 복수의 화신으로 자주 분했던 그지만, 지금은 다양한 형태의 모성애를 품은 엄마 역할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독친>에서 맡은 역할은 딸 유리(강안나)에게 지독한 사랑을 퍼붓는 극성 엄마 혜영인데, 지나친 사랑은 독이 된다. 아역배우로 시작해 연기 경력을 세는 것조차 새삼스러운 장서희는 그렇게 다양한 역할을 해왔음에도 새로운 역할에 목마르다. 세대가 바뀌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 배우의 연기도 달라져야 한다는 장서희. 그는 여전히 연기를 할 때 가장 설렌다.


ⓒ 배우 장서희

<독친>이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데 이어 일본에서 열리는 제28회 아이치국제여성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었습니다. <독친>을 촬영한 지는 꽤 오래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랜만에 개봉을 맞은 소감이 궁금합니다.
5년 만에 영화 촬영을 한 거라 사실 처음에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촬영 기간이 한 달 정도로 짧아서 함께 촬영한 배우들과 소통을 많이 하지 못한 게 아쉽기도 하고요. 안나와 제가 작중에서 애틋한 모녀지간이 아니어서 다행이라 해야 할까요.(웃음) 오히려 촬영이 끝나고 나서 많이 친해졌는데, 김수인 감독과 안나랑 일본의 아이치국제여성영화제에 참석하게 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영화 첫 시사회를 한 일도 기억에 남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갈 때 관객들이 무슨 대화를 하나 궁금해서 몰래 귀를 쫑긋하고 엿들었거든요. 아마 대학생 커플이었던 것 같은데, “잔소리할 때는 우리 엄마인 줄 알았잖아.”, “엄마의 엄마가 되고 싶다는 말 되게 슬프지 않냐.” 이런 얘기를 하면서 나가더라고요. 아마 제가 듣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겠죠.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별명이 소녀(소처럼 일하는 여자)라고 밝힌 적이 있어요. 별명처럼 그동안 쉬지 않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오셨잖아요. 이번에 거의 처음으로 긴 공백기를 가지셨는데,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코로나19 때문에 준비하던 작품이 모두 취소되면서 의도하지 않게 쉬게 되었는데 그 전에는 진짜 열심히 일했어요. 아마 처음일 거예요. 이렇게 오래 쉬어본 건. 제가 여행을 워낙 좋아하거든요. 전국에 있는 유명 사찰을 다 돌아다녔어요. 그 지역에 어떤 절이 유명하다 하면 그 절에 가보고, 간 김에 주변의 맛집도 찾아다니고요.

ⓒ 배우 장서희

복귀작으로 <독친>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가 아역 배우 출신인데, 연기를 영화로 시작했어요. 성인이 된 이후에는 드라마 위주로 작품 활동을 많이 했지만, 영화도 틈틈이 찍었거든요. <독친> 시나리오를 받고 읽었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순식간에 다 읽었어요. 스릴러적인 면도 약간 있어 재밌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았죠.

혜영이란 인물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감독님과 미팅 후 캐릭터의 성격이나 대사 등 배우의 의견으로 바뀐 부분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첫인상은 ‘이 엄마 이상하네.’ 이런 느낌.(웃음) 젊은 감독님과 작업한 건 처음이었는데, 감독님이 MZ세대라 확실히 좋았다고 할까요. 직접 각본을 쓰셨는데, 대사나 인물에 대해선 제 해석을 믿어주셨어요.

ⓒ 배우 장서희

영화는 혜영이 딸 유리의 시체를 마주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천을 걷어 눈앞의 시체가 자신의 딸이 맞다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하죠. 실제 촬영 회차로도 첫 촬영이었다고 들었는데, 아주 강렬한 장면으로 촬영을 시작하게 돼 힘들지는 않았나요?
되게 충격적인 장면이잖아요. 사랑하는 딸의 시체를 직접 확인하는 건데 대체 어떤 감정일까. 쉽게 상상이 가지 않았죠. 좀 더 감정이 무르익은 다음에 촬영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걱정도 됐고요.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여러 가지 감정이 들 것 같더라고요. 내 딸이 아니길 바랄 테니까 쉽게 확 열어보지는 못할 것 같은데, 또 반대로 내 딸이 아니라는 걸 빨리 확인해야겠다는 마음도 있을 거고요. 정말 고민을 많이 하고 찍은 장면이에요.

영화는 전반적으로 자극적인 사건을 다루지만, 연출이나 인물들의 감정은 다소 절제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런 부분이 참 좋았어요. 다른 작품에서도 극성 엄마 캐릭터를 많이 다뤘으니 자칫 뻔하게 느껴질 수 있잖아요. 너무 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 부분에 대해 감독님하고 얘기를 많이 나눴는데, 감독님이 통상적인 연출을 따르지 않으면서 연출 면에서 식상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신경 써주셨어요. 사건이 특정 인물 시점으로만 전개되면 극이 좀 뻔하게 흘러갈 수 있는데, 혜영의 감정이 좀 끓어오를 것 같다 싶으면 다른 인물의 시점으로 전환되면서 사건이 한쪽 입장으로만 서술되는 걸 막죠. 전에는 배우가 눈물을 펑펑 흘리면 그 모습을 보고 관객이 따라 울었다면, 요즘은 오히려 눈물이 맺혀 있는 모습이라든지 다소 감정을 절제하는 모습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같아요. 세대가 바뀌면서 사람들의 생각도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배우들도 항상 연구를 해야 하더라고요.

이 글은 '<독친> 장서희 (2)'에서 이어집니다.


글. 김윤지 | 사진. 김슬기 | 헤어. 예진 | 메이크업. 지수 | 스타일리스트. 이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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