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괴산군 홈페이지
뉴스레터 <인스피아>를 읽다가 재밌는 문장을 발견했다. ‘최근 한 왕가마솥에 슬픈 ‘사망선고’가 내려졌습니다.’ 사연은 지난 2005년 충북 괴산군이 만든 초대형 ‘괴산 군민 가마솥’에 대한 것이다. 상단 지름 5.68m, 높이 2.2m, 둘레 17.85m, 무게 43.5톤. 기네스북 등재를 목표로 제작됐지만 호주에 이미 더 큰 질그릇이 있어 실패했고, 4만여 명분의 밥을 지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가마솥이 너무 크고 바닥이 두꺼워서 이 역시 실패했다. 이 가마솥의 ‘용도변경’을 위해 괴산군은 ‘괴산 가마솥 관광자원화 활용 방안 찾기 전국 공모’를 진행했지만, 그나마 점수 미달로 최우수상은 선정되지 않았다.
괴산군 홈페이지에서 ‘가마솥’을 검색했다. 10월 20일 현재 총 80건의 게시물이 나오는데, 가마솥 활용 방안을 제안하는 글들이 다수다. ‘어릴 적에 탑블레이드라는 만화영화를 보고 자랐는데, 팽이가 가마솥 중앙에서 만나서 잘 싸울 거 같은데요.’ ‘사이즈가 꽤 되기 때문에 그걸 개조해서 테이크아웃 커피점을 만들어도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담아 가는 컵은 가마솥 모양을 빌려서 만들고요.’ 이외에도 구세군 모금함, 삼겹살 불판 등의 아이디어가 모여 있다. 진지한 의견일까, 장난일까? 하지만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합법적으로(?) 공상을 펼칠 기회가 일상에선 자주 없다.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방안은 가마솥에 경관 조명 달기, 괴산 김치축제와 연계, 실패박물관 건립 등이다. 이 가마솥 제작비엔 당시 군민들이 낸 성금 2억 3000만 원이 포함되어 있고, 일부 주민은 집 안에 있던 고철을 기부했다고 한다. 때문에 괴산군을 알리고 타지 방문객을 환영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중요하게 여겨질 만하다. 나는 가마솥에 해먹을 설치해 낮잠을 잘 수 있게 꾸미는 K–시에스타 관광 상품을 생각해봤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쉬어가자는 목적을 가지는…. 아무튼, 앞으로도 가마솥의 행방을 주목해야겠다.
글. 황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