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수 유통이 된다면 언제든 원형으로 돌아갈 수 있는 수라 갯벌
올해 5월, 동료들의 소개로 영화 <수라>를 봤다. “가서 꼭 보라”라는 동료들의 말에 극장을 홀린 듯이 찾게 되었다. 영화 <수라>는 새만금 간척 사업이 진행되었던 서해안 일대 갯벌 중 매립되지 않고 살아남은 갯벌 ‘수라’와 그곳을 지키려는 사람들, 또 그곳 생태계를 다룬다. 새만금 간척 사업으로 인해 셀 수 없이 많은, 갯벌을 서식지로 살아가는 뭇 생명들이 목숨을 잃었다. 대규모 생태 학살이 자행되었다는 걸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새만금 간척 사업은 정치적인 이유로 전북 지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시작된 것이었고, 지금까지도 그곳은 관계자들의 이익에 이용되고 있다. 간척에 반대하던 지역 어민들은 삶의 기반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평소 갯벌에 대해 잘 몰랐지만 나는 갯벌 생태계가 거대한 여러 편의 시처럼 느껴졌다. 어떻게 그 젖어 있는 흙 속에서 숨 쉬며 살아가고, 또 새로 태어났다가 다른 종들과 공존하는지. 먼 땅에서부터 날아와 갯벌을 기착지로 삼아 쉬어가는 도요새들은 어떻게 하늘길을 기억하고 갯벌을 찾아내는지. 때론 고요해 보이고 또 때론 자연이 만들어내는 미세하고 커다란 소리 속에서 소란스럽기도 한 갯벌. 그 갯벌을 지키려는 활동가와 시민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고마웠다. 생태 학살을 자행하는 이들이 한 편에서 거대한 힘을 행사하고 있는가 하면 한 편엔 파괴된 곳을 원래대로 보존하고 복원하려고 싸우는 이들이 있다. 이 사이에 많은 무관심한 이들이 있다. 나는 그 무관심한 사람 중 하나였다. 다만 무관심하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이 정도면 나름대로 선량하고 깨어 있는 사람이라고 착각했다.
갯벌은 대기 중 탄소 흡수 능력이 매우 뛰어난 ‘블루 카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가 배출하는 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들이 누적되면서 지구는 점차 더워지고, 급기야 이상 기후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미 지금은 산업화 시대 이전과 대비해 지표면 온도 상승 폭이 1.5도를 넘어섰다. 이 상황에서 갯벌의 탄소 흡수력에 주목해 이미 파괴된 갯벌을 원형대로 복원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와 같은 시대에 갯벌을 복원하기는커녕, 남아 있는 곳마저 파괴해 그곳에 전혀 불필요한 ‘새만금 신공항’을 지으려 한다. 바로 갯벌 수라를 추가 매립해, 불필요한 신공항을 지으려 한다는 것이다.
건설 이익은 토건 자본에 고스란히 갈 따름이며 신공항 건설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이용률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데, 이 계획은 철회되지 않고 있다. 새만금 신공항뿐 아니라 제주 제2공항, 가덕도 신공항, 그리고 이미 지어져 있는 이용률이 매우 적은 공항들이 국내에 불필요하다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다. 심지어 새만금 신공항의 경우 건설 예정 부지에서 불과 1㎞도 안 되는 거리에 군산공항이 있다. 군산공항과 더불어 새만금 신공항은 물류 운송이나 여객에 이용되기보다는 훗날 지정학적으로 동북아 전쟁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닌지 지적되고 있다.
이 글은 '서로를 지켜내려는 믿음과 싸움들 속으로 (2)'에서 이어집니다.
소개
윤은성
거리와 동료, 시(詩), 그리고 수라 갯벌의 친구. 시집 <주소를 쥐고>를 펴냈으며, 기후활동과 문학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글 | 사진. 윤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