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노스텔지아> 원니
ⓒ <노스텔지아> 원니
원니는 <우리가 사랑을 찾은 날>을 발표하며 데뷔한 싱어송라이터로, 잔잔한 어쿠스틱 사운드를 통해 내면의 섬세한 감정선을 표현해왔다. 원니가 새로이 발표하는 싱글 <노스텔지아>는 기존보다 훨씬 경쾌해진 모습의 원니를 기대하게 한다. 동경하는 마음 끝에 묻어나는 지난날의 아픔과 후회를 노래하는 <노스텔지아>는 다가올 내일을 향한 희망찬 다짐을 드러내고 있다. 초반부 내레이션처럼, 원니는 슬픈 마음을 멈춰 서서 들여다보기를 멈추고, 다음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딘다. 비로소 과거는 애증 섞인 상처가 아닌 애틋한 기억으로 머무른다. 밝은 무드의 사운드가 한층 가뿐해진 원니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탁 트인 하늘을 향해 두 팔 벌린 채 뛰어가는 앨범 커버처럼, 지난날을 담대하게 받아들이고 다음을 맞이할 용기가 느껴진다.
<새로 쓴 일기> 손서정
ⓒ <새로 쓴 일기> 손서정
2021년 11월, 싱글 <같은 지구>를 통해 데뷔하며 독창적인 표현법으로 두각을 드러낸 바 있는 싱어송라이터 손서정. 손서정이 지난 몇 년간 적어낸 일기를 재료로 EP를 발매했다. 그의 첫 EP이기도 한 <새로 쓴 일기>는 과거의 흔적들로부터 자기 자신을 발견해나가는 여정 같은 앨범이다. 시계 소리를 리듬 삼은 ‘악몽을 덮는 솜사탕’을 통해 우리를 새롭고 낯선 시간 여행으로 초대하기도 하고, ‘꼬리를 문 뱀’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타이베이에서의 여러 사진을 엮어 하나의 이야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갑자기 찾아오는 답을 찾기 어려운 수많은 물음과 질문을 맞닥뜨릴 때, 손서정은 흘려보내지 않는다. 사색의 세계를 기록하고, 과거의 조각들로부터 현재의 새로운 자신을 맞추어나간다. 그리고 기교 없이 굳세고 씩씩한 방식으로 노래한다.
<추억은 찌르르> 김영소영
ⓒ <추억은 찌르르> 김영소영
김영소영의 음악은 동심의 세계를 온기 가득하게 전하는 오래된 사진첩 같다. 지금까지 발매한 세 곡의 싱글 앨범 커버가 항상 유년 시절의 사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낙법>, <위로>에 이은 세 번째 싱글 <추억은 찌르르>는 때로는 우리를 아프게 찌르기도 했던 지난날의 추억을 노래하는 곡이다. 해맑게 웃고 있는 커버처럼, 김영소영은 우리를 아프게 찌르기도 하는 과거 기억을 그저 덤덤하게 관조한다. 하지만 그저 내버려두자는 간결한 해결책에서 묘한 위로가 느껴진다. 복잡하지 않고 순박한 구성, 김영소영 특유의 나긋하면서도 맑은 힘이 오롯이 느껴지는 목소리. 그리고 ‘김영소영’이라는 이름을 소리 내 읽을 때처럼 운율감이 느껴지는 표현들까지. <추억은 찌르르>가 갖는 조화로움은 우리를 뾰족뾰족한 기억들로부터 치유하는 듯하다.
소개
박현영 by 포크라노스
포크라노스는 현재 가장 새롭고 신선한 음악들을 소개하며, 멋진 음악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큐레이터이자 크리에이터입니다.
글. 박현영 | 사진제공. 포크라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