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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2 컬쳐

<프로젝트 메이크오버>와 변신 게임들

2024.01.02

ⓒ <프로젝트 메이크오버> 플레이 화면

SNS 스크롤을 내리면 스마트폰 게임 광고가 자주 보인다. 그러던 중 발견한 <프로젝트 메이크오버>의 광고는 이상했다. 메이크오버를 목표로 하는 광고인데 깨끗하고 아름다워지는 모습이 아니라, 주인공이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지저분해지도록 만들었다. 생각해보니 그게 유저를 끌어들이는 방법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이 와서 이 캐릭터를 예쁘게 꾸며달라는. 메이크오버라는 단어를 앱스토어에 검색하니 많은 게임들의 공통 사항인 듯하다.

<프로젝트 메이크오버>에선 미니 게임을 해서 코인을 모으고, 의뢰인에게 필요한 메이크오버를 하나씩 수행한다. 유저는 총괄 아트디렉터 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캔디크러쉬사가> 스타일의 퍼즐 게임을 통해 필요한 코인을 버는데, 여기서 빗, 가위 같은 아이템들은 메이크오버를 테마로 하는 게임과 무드를 맞춘 것이다. 유저는 이렇게 모은 재물(?)들로 주인공의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옷을 사고, 인테리어를 정비하게 된다. 화장을 시켜주고 옷을 고르면 끝날 줄 알았는데, 집 안의 러그와 벽지, 커피 테이블도 고른다. 거의 인생을 메이크오버 해주는 기분이라 사명감을 갖게 된다.

ⓒ <프로젝트 메이크오버> 플레이 화면

예뻐지기 위해 필요한 것
<프로젝트 메이크오버> 플레이는 퍼즐 형태의 미니 게임과 메이크오버 현장을 번갈아가면서 순조롭게 진행됐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 주인공도 변신시킬 수 있다. 초반 캐릭터는 취준생과 정비공이다. 정비공은 “차나 오토바이를 고치는 데 관심이 있어서 머리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막상 머리를 다듬고 수염을 깎아주니 맘에 드는 눈치였다. 멋진 옷을 입혀준 취준생 여성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주인공 ‘앤드리아’처럼 멋지게 거리를 누비더니, 자신을 변신시켜줘서 고맙다는 편지까지 보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나는 이 게임에서 가장 악역인 ‘그레타 폰 데타’의 스타일이 가장 눈에 띄었다. 디렉터인 ‘나’의 라이벌인 그의 패션은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강렬하다. 게임 제목에서 연상되는 ‘런웨이’스러움이 잘 부각되어서일까? 보라색과 핑크색이 동시에 들어간 코트와 위로 올라간 갈퀴 머리, 산이 뾰족한 눈썹이 어우러지니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젠더리스 룩 같기도 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 <프로젝트 메이크오버> 플레이 화면

메이크오버의 조건은 고통?
이 게임에서 아름답고 멋져지기 위해 필요한 루틴은 대충 이랬다. 슈가 스크럽을 발라 때를 벗기고, 눈썹 왁싱을 하고, 수염을 다듬고, 팩을 한다. 내친김에 메이크오버를 테마로 한 다른 게임들도 플레이해봤다. 개학, 공주, 미용실, 네일살롱 등 다양한 콘셉트의 메이크오버 게임들이 있다. 어린 시절 했던 공주 키우기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나 주인공에게 직접 화장을 시킬 수 있어 인기였던 가 떠올랐다.

게임을 하면서 또 다른 공통점을 찾았다. 모두 주인공이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한다는 점이다. <메이크업 뷰티>에서는(왜 메이크오버 게임들은 이름이 다 비슷할까?) 주인공이 짝사랑 상대에게 고백하는 게 첫 장면인데, 고백을 받은 상대는 이렇게 응수한다. “너 같은 뚱보가 나한테 어울린다고 생각해? 아는 척하지 마.” 아무리 게임이지만 너무한다. 결혼을 앞둔 애인이 친한 친구와 바람피워, 예뻐진 외모로 복수하는 줄거리는 광고에도 자주 등장하는, 많은 메이크오버 게임에 포함된 에피소드다. <프로젝트 메이크오버>에선 외모를 개선(?)한 뒤에야 취업도 하고 사업도 잘되는 희망찬 결말이 펼쳐진다. 그리고 달라진 외모에 갑자기 호의적으로 변한 남자에게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학생, 전 학생이 누군지 모르니까 학생도 저를 아는 척하지 마세요. 감사해요!” 이렇게 한 미션을 완료하면, 다른 사람을 꾸밀 수 있는 ‘도와주기’ 탭이 활성화된다.

나 역시 어릴 때 종이인형 옷 입히기 놀이와 <프린세스 메이커>를 하면서 비슷한 상상에 빠졌다. 주인공이 특색 없는 ‘평상복’ 대신 ‘화려한 드레스’ 같은 옷을 입고, 평범하지 않고 재미있는 일을 잔뜩 겪게 될 것이라고. 물론 이제는 옷이 그런 마법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여전히 메이크오버 게임이 재미있는 걸 보면 ‘좋은 신발은 사람을 좋은 곳에 데려간다.’ 같은 말에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나 보다. 게다가 메이크오버 게임은 현실에서 못 입어보는 옷을 다 시도해볼 수 있으니, 스트레스받는 날엔 속아 넘어가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글. 황소연 | 사진. <프로젝트 메이크오버> 플레이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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