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 넷플릭스 방송화면
여행 계획을 짜본 기억이 언제인가 생각해본다. 국내 여행은 당연하고 해외여행을 갈 때조차 거의 무계획에 가까운 상태로 비행기에 몸을 싣는 편이다. 대충 첫날 계획만 짜면 된 거 아냐? 이런 심정으로. 그런 내가 무려 여행 2주 전부터 계획이란 걸 짜기 시작하다니. 친구와 미뤄뒀던 여행 얘기를 하다 즉흥적으로 삿포로행 비행기표를 예약한 것이 화근이었다.
삿포로에 가면 꼭 나폴리탄을 먹겠다! 지난겨울, 넷플릭스 시리즈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이하 하츠코이)를 보고 이런 결심을 했더랬다. 심지어 토마토케첩 맛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나폴리탄은 토마토케첩을 베이스로 양파, 피망, 소시지 등을 넣어 만드는 스파게티다.) 그렇지만 하츠코이 속 나폴리탄은 유독 맛있어 보였고(궁금해서 찾아봤더니 현장에서 푸드 코디네이터와 협업을 했다고.) 심지어 극 중 중요한 역할까지 하니 하츠코이를 보고 나면 나폴리탄이 머릿속에 남을 수밖에 없는 거다. “나미키, 너는? 좋아하는 음식 있어?”라는 여주인공 야에의 질문에 해맑게 “나폴리탄!”이라 답하는 남주인공 하루미치의 얼굴을 잊을 수 있을 리가.
사실 계획이랄 것도 없고 그저 하츠코이 속 장소들을 방문해보는 게 전부다. 삿포로시에서 하츠코이 촬영 장소 지도를 나눠준다고 하니 참고해야겠다. 하나 아쉬운 건, 꼭 하츠코이에 나오는 식당 ‘세이요켄’에서 나폴리탄을 먹고 싶었는데 실제로 있는 식당은 맞지만 메뉴에 나폴리탄은 없다고 한다. 삿포로 여행에서 가장 기대하는 게 나폴리탄이라니. 조금은 웃기지만, 눈이 날리는 삿포로를 두 눈에 담으며 맛본 나폴리탄은 조금 다르기를 기대해본다.
글. 김윤지 | 사진.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 넷플릭스 방송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