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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2 빅이슈

찾아가는 활동 아웃리치 (2)

2023.12.08

이 글은 '찾아가는 활동 아웃리치 (1)'에서 이어집니다.

아웃리치의 힘이 닿지 않는 곳까지
전화로, 메일로 제보를 해주시는 시민들은 거리에서 여성을 발견했을 때 복지 정보를 제공하면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기관에서 자세한 정보를 주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한두 번의 아웃리치 활동과 만남으로 노숙 상황을 벗어나는 예는 그야말로 정보의 부재가 문제인 ‘초기 홈리스’에게서나 일어나는 일이다. 거리 아웃리치는 홈리스를 만나는 매우 적극적인 활동이지만, 곧바로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건 욕심일 때가 많다. 특히 노숙 이력이 오래되어 만성화되었다거나 더 나은 삶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경우, 혹은 더 나은 선택지에 대한 판단을 하기 힘들 정도로 심신이 취약해진 경우에는 아주 오랜 기간, 많은 자원을 들여도 해결이 쉽지 않다.

최근에 내가 있는 여성 일시보호시설을 찾은 홈리스 여성 몇몇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길거리 노숙 지역인 지하도나 역사, 공원 같은 곳이 아닌 장소에서 주거 위기를 경험한 여성들이었다. 그 여성들은 물류센터의 휴게실, 무인카페 같은 곳에서 밤을 지새웠다고 했다. 밤새 운영되는 의류 쇼핑몰도 최근 홈리스 여성들이 밤을 지내는 장소로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모두 아웃리치를 촘촘히 해도 발견하기 쉽지 않은 장소이다.

그들 중 이제 스무 살을 갓 넘은 젊은 여성 한 명은 몸이 안 좋아 일을 쉬면서 월세가 두 달 밀리자 집에서 쫓겨난 후 노숙을 하게 된 경우였다. 처음엔 SNS에 자신을 재워줄 사람을 찾는 공지를 했는데 용케도 지방의 어떤 여성이 가능하다 해서 그 집에서 며칠 더부살이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더는 있을 수는 없어 다시 노숙을 했고, 불안정한 잠자리가 체력적으로도 힘들어지자 스스로 검색해서 시설을 찾아왔다.

그녀처럼 주거 위기를 경험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공적 서비스가 없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그녀의 경제적 형편이 전단지 아르바이트, 물류센터 근로 등을 하며 겨우 생활을 유지할 정도였다니, 또한 그사이 1500만 원의 빚까지 생겼다고 하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따른 주거급여 수급자격을 얻어 주거비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설혹 근로 수입으로 월세를 내고 생활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체납으로 퇴거될 상황이면 긴급복지지원제도에 따라 긴급주거비를 신청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젊은 홈리스 여성은 그런 정보는 갖고 있지 않았다. 그녀가 정보검색 능력을 발휘해 비교적 빨리 길거리 노숙 상황을 벗어나 홈리스 여성을 위한 시설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그러나 주거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공적 서비스를 찾아 자신이 살던 지역사회의 주거를 유지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터다. 그러니 가장 좋은 대책은 뭐니 뭐니 해도 거리 노숙에 이르기 전에 홈리스 상황을 완화하거나 벗어나도록 사회적 안전망이 가동되는 것이다.

이제 겨울의 복판으로 성큼 다가서니 거리 아웃리치를 나갈 때 가져가는 짐도 무거워졌다. 겨울에는 핫팩, 목도리, 방한용 패딩, 침낭 같은 물건을 챙겨 나간다. 자칫 건강상 큰 문제나 사고가 생길까 걱정되어 들고 나가는 물품들이다. 그 물품들을 받아준다면 감사할 일이지만 그것으로 거리에서 밤을 지낸다면 그것은 여전히,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인가. 상담원의 손을 잡고 시설에 와준다면 오죽 좋을까.

소개

김진미
여성 홈리스 일시보호시설 ‘디딤센터’ 소장.


글. 김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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