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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6 에세이

학원물의 형식 실험 <밤이 되었습니다>

2024.02.08

© 드라마 <밤이 되었습니다> 스틸

학원 스릴러는 늘 인기 있는 장르이다. 어른이 된 사람들은 누구나 그 시절을 살아남았기에 공유할 수 있는 기억이 있다. 학원은 늘 꽃밭만이 아니고, 특히 한국처럼 입시 경쟁이 극심한 사회에서는 학원 그 자체로 생존이 필수인 정글이라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소규모 커뮤니티로서의 학교는 가입과 탈퇴가 자유롭지 않은 닫힌 조직이라는 본질적 폐쇄성이 있기에 살인 사건의 무대로도 즐겨 사용된다는 역설이 있다. 미스터리 장르에서는 출입이 자유롭지 않은 환경에 한정된 구성원들이 모인 장소에서 일어난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을 클로즈드–서클 미스터리라고 한다. 학교는 클로즈드–서클 미스터리에 최적화된 장소이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그 양상은 달라졌다. 아무리 폐쇄적인 학교라고 해도 스마트폰과 SNS의 시대, 학교 안의 은밀한 비밀은 새어 나가고 만다. CCTV와 자동화가 일반적인 현대사회에서 고전적 밀실 미스터리가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진 이유와 유사하다. 그러기에 학원 스릴러는 SF나 판타지적인 요소가 개입되기도 하고, 혹은 점점 더 잔혹한 방식으로 진화하여 그 명맥을 유지한다. 이런 현대적 변화 속에서 만들어진 학원물이 바로

<밤이 되었습니다>(12부작, 유플러스 모바일 TV 오리지널, 넷플릭스와 웨이브에서 시청 가능)이다. <밤이 되었습니다>는 고등학교 수련회라는 익숙한 클로즈드–서클 설정에 마피아 게임이라는 도시형 민속 게임을 섞었다. 거기에 슬래셔 호러인지 SF인지 분간되지 않는 상황이 일어난다. 물론 이런 기괴한 환경 속에서도 이어지는 청소년기의 풋풋한 연정과 우정이라는 학원물적인 정서도 그대로 있다. 소위 모든 서브컬처 서사의 총체라 할 만하다.

드라마가 시작되면 공포스러운 꿈에서 빠져나온 윤서(이재인)가 눈을 뜬다. 윤서는 지금 유일고등학교 2학년 3반 학생들과 함께 수련원으로 가는 버스에 타고 있다. 옆에는 윤서의 친구 정원(최예빈)이 컴퓨터로 게임을 만드는 중이다. 윤서는 불안한 마음으로 주변을 돌아본다. 윤서가 남몰래 좋아하는 반장 준희(김우석), 그리고 반 아이들 세력의 중심이며 준희를 좋아하는 소미(정소리) 등의 모습이 보인다.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학생들, 그들이 타고 있는 버스는 어딘가 불길하다. 오프닝 크레디트와 함께 화면은 뒤집히고 그렇게 버스는 붉은 공기 속으로 달려간다.

다음은 공식화되었지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다. 아무도 없는 수련원, 사라진 선생님, 본인들의 핸드폰은 압수되고 지급된 핸드폰으로는 외부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 그때 수련원 안에 울리는 진행자의 목소리. “마피아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마피아에게 투표해주십시오.” 그때까지만 해도 장난인 줄 알았던 학생들은 수련원에서 나눠 준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친구 한 명에게 투표한다. 하지만 마피아로 지목된 학생은 실제로는 시민이었고 그는 안내 방송이 떨어지자마자 스스로 자해해 죽는다. 게임이 호러로 변하는 순간, 이윽고 밤이 되고 반 아이들은 그 자리에 쓰러져 잠이 든다. 오로지 마피아만이 깨어나 활동을 개시한다.

© 드라마 <밤이 되었습니다> 스틸

마피아 게임을 하는 미성년
<밤이 되었습니다>를 보는 사람은 과연 이 게임의 주최자는 누구이며 어떤 논리에 의해서 이들이 이 수련원 안에 갇히고 스스로 처형하게 되는가를 궁금히 여길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SF든 오컬트든 초자연적인 설정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작품의 핵심은 마피아 게임 그 자체이다. 게임의 규칙에 따라 마피아는 생존하기 위해 밤 동안에 시민과 의사, 경찰을 처단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밤이 되었습니다>는 현대 추리소설의 최근 유행을 따른다. 고전 트릭에 오컬트나 SF의 설정을 섞는 방식이다. 이 작품과 유사하게 보이는 일본 추리소설은 영화로도 만들어진 <시인장의 살인>(이마무라 마사히로 지음, 엘릭시르 펴냄)이다. 대학의 미스터리 동호회 회원들이 여름 별장으로 워크숍을 떠난다. 곧 근처의 록 페스티벌에서 일어난 사고로 좀비들이 발생하고 이 좀비 떼가 별장을 에워싼다. 결국 초자연적인 상황으로 클로즈드–서클의 밀실이 만들어진 셈이다. 그런데 이 동호회 안에서는 1년 전에 일어난 사건과 관련한 비밀이 있고 그 때문에 서로 죽고 죽이는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밤이 되었습니다>의 구조도 이와 비슷하다. 즉 밀실을 만든 건 초자연적인, 혹은 이 세계를 넘어서는 메타 세계의 논리이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살인은 인간인 2학년 3반 아이들이 저지른 일이다. 생존한 플레이어들은 초자연적 규칙에 벗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마피아를 찾아내야 한다. 고전 서사의 구조를 현대적 틀 안에서 재해석한 방식이 흥미롭다.

물론 이 작품에도 약점은 있다. 먼저, 흥미진진한 구조에 비해 학교 폭력과 관련된 반전이나 진실은 평이하면서도 끼워 넣은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사실 이 약점이 크지는 않다. 현재 OTT 플랫폼에서 공개되는 시리즈물의 특성상 마지막 회까지 시청자의 주의를 놓치지 않고 끌고 왔으면 결말 이후의 감상이 무엇이든 그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두 번째 약점은 좀 더 복잡하다. 살인의 방식이 자해적이거나 지나치게 잔혹하다는 점이다. 어차피 고통을 극대화하도록 계획된 게임이지만 고어 지수가 너무 높다. 어쩌면 이조차도 약점은 아니다. 이런 정도의 잔혹성은 고만고만한 학원물 사이에서 구별되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계산에서 나온 결과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좀비물인 <지금 우리 학교는>의 글로벌 성공과 함께 일반화된 방식이라고 할 수 있고, 크리처의 공격을 다룬 <방과 후 전쟁활동>이나 학교 내 마약 판매를 다룬 <하이쿠키>가 이런 트렌드를 따라가는 작품들이다. <밤이 되었습니다>는 고전적인 미스터리지만 슬래셔 호러를 통해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제작진의 고민과 전략이 보이는 여러모로 영리한 작품이다.

하지만 여전히 질문은 남는다. <밤이 되었습니다>에서 가장 활약을 보이는 캐릭터인 진다범 역할은 2004년생인 안지호 배우가 맡아서 열연했다. 촬영 당시에는 청소년이었을 것이다. 설사 배우가 성년이라고 해도 설정상 미성년자들이 대거 등장하는 이런 작품에서 19세 미만 감상을 권하기 어려운 잔혹한 장면이 이어지는 학원물들을 그저 요새 사회의 트렌드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현대는 스피드와 순간적 흥분을 중요시하는 ‘분초사회’니까? 도파민 생성이 목적인 이런 작품들을 형식 실험에 집중해서 볼 수는 있지만, 우리가 여기서 느끼는 흥분은 플레이어들이 고등학생이라는 연약한 입장에 있다는 데에서 오지 않는가? 아이들이 서로 죽이고 죽는 살인마로 변해가는 과정을 연민 없이 게임으로 볼 수 있을까? <밤이 되었습니다>는 오락적 요소를 버무린 형식 실험에 가까운 작품이지만, 어른 시청자인 나로서는 이렇게 아이들의 고통이 오락으로 바뀌는 이야기를 보고 어떤 죄책감도 느꼈다.

소개

박현주
작가, 드라마 칼럼니스트.


. 박현주 | 이미지. <밤이 되었습니다>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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